좋은 공연이란?

무대와 일상을 연결 짓다 ; 황조교의 짧은 레포트 E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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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공연이 좋은 공연인가요?’


강연이나 방송에서 왕왕 받는 질문이다. 솔직히 ‘나한테 재밌는 공연이 좋은 공연 아닐까요?’라는 쉬운 해답도 있을 테지만, 마음속 쓸데없는 책임감은 내가 생각하는 ‘좋음’의 보편적인 조건들을 시각화하라고 부추긴다.


결론 끝에 내린 답은 ‘좋은 공연’ ‘거대한 폭포수’와 같은 공연이다. 그것은 정서의 물결이 메마를 틈 없이 휘몰아치는 공연이기도 하고, 중력의 법칙을 따르며 위에서 아래로 끊임없이 떨어지는 물길처럼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는 공연’ 이기도 하다.

스크린샷 2025-01-20 오후 3.10.26.png 영화 <쇼생크탈출>

‘자연스러움’은 작품 서사의 자연스러움을 뜻하기도 하지만 결국 공연 관람의 주체인 관객이 무대 위 이야기에 자신을 투영했을 때 따라오는 ‘정서’의 자연스러움을 의미할 때가 많다. 좋은 공연은 무대 위에서 쏟아지는 정서의 폭포수를 기꺼이 맞아 내겠다고 마음먹게 한다. 갑작스레 내리는 소나기에 호기롭게 우산을 접고 내리는 비에 흠뻑 젖으며 미소를 짓는 청춘 영화의 어느 순간처럼.


오는 둥 마는 둥 내리는 비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되려 찝찝하고 꿉꿉하게 만든다. 때로는 우산을 들고 있는 것 마저 수고로움처럼 느껴지는 날. 차라리 확 쏟아져 버릴 것이지 생각하게 되는 날. 공연을 보고 나서 극장 문을 나설 때 느끼는 찝찝함과 헛헛함은 나의 내면 깊은 곳을 적시는데 실패한 안개비 같달까.


결국 자연의 섭리는 인간의 본성과 닮아있기에 자연스러움으로 가득한 공연은 무대에 구현된 경이로운 이야기 속에서 부단히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흠뻑 젖은 나의 깊은 곳 벌겋게 드러난 마음을 때로는 미소 지으며, 때로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토닥여줄 수 있는 마음이다.


그렇게 우리는 한 편의 공연을 품게 된다.


삶의 여러 단면 속에서 문득문득 튀어나오던 순간들은 그저 그대로 남아있지 않고 삶과 함께 서서히 무르익는다. 소중하게 품고 살아가는 것은 새로운 생명으로 깨어나기 마련이다. 또한 언젠간 깎여나가고 때때로 소멸한다. 거대한 물길을 끊임없이 토해내는 폭포수가 어느새 하늘 위에 다른 경계선을 그려내는 것처럼 그것은 기다란 ‘세월’을 필요로 한다.


먼 훗날 하나의 좋은 작품은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전혀 다른 옷을 입고 우리 삶에 젖어든다. 그때는 바라보지 못했던 것들을 비로소 살피게 한다. 작품을 구성하는 본질, 즉 대본과 음악은 변치 않을지언정 그것을 둘러싼 나와 너와 우리,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나와 우리의 시선이 세월의 물길과 함께 조금씩 달라지는 법이니까.


황조교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hwangjogyo_musical/

황정후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yo_jungh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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