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책(27):그리스편

에게해와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아>

by 향지소피아

- 집으로 가는 멀고 먼 길, 오디세우스 이야기-


산토리니의 선셋 아래, 바다 위의 배들이 일제히 섬으로 귀향하는 장면을 보며 나는 문득 울컥했다.


마치 여행 중 해 질 무렵, 낯선 산골 마을을 지날 때 저녁밥을 짓는 연기가 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고도 나는 종종 같은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날도 그랬다. 선셋 아래의 바다는 또 한 번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그 순간, 나는 (오디세이아)의 주인공을 떠올렸다.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라는 뜻이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오직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바다를 건넜다. 그러나 그는 곧장 이타카로 돌아갈 수 없었다. 수많은 유혹과 시련, 신들의 변덕 속에서 그의 귀향은 끝없이 미뤄졌다.

오디세우스는 얼마나 간절히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을까. 그가 견뎌낸 바다는, 단지 모험의 무대가 아니라 귀향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길이었을 것이다.


트로이 전쟁에 참여했던 수많은 그리스인들은 실제로 이와 같은 바다를 건너 배를 타고 소아시아의 트로이로 향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바다는 낯선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통로였고, 동시에 생과 사의 경계였다. 잔잔해 보이는 코발트빛 바다 아래에는 언제든 풍랑이 숨어 있었고, 항해는 늘 위험을 동반했다. 전쟁은 육지에서 벌어졌지만, 그 전쟁으로 향하는 과정은 이미 바다 위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오디세이아』에서 바다는 또 다른 의미를 획득한다. 전쟁이 끝난 뒤, 오디세우스는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고자 했지만 쉽게 귀향하지 못한다. 그는 항해 도중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을 해친 죄로 포세이돈의 분노를 사게 되고, 그 결과 수년간 바다 위를 떠돌며 고난을 겪는다. 이때의 바다는 단순한 자연환경이 아니라, 인간의 오만과 실수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시련의 공간으로 나타난다.


(수니온 곶의 포세이돈 신전)



오디세우스는 집으로 가는 도중 제일 먼저 키콘인들의 땅(이스마로스)에 들렀다. 전쟁의 승리에 도취한 부하들이 약탈을 멈추지 않자, 결국 반격을 받아 많은 인명을 잃는다. 이 장면은 전쟁이 끝났음에도 폭력의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후 도착한 곳은 로토파고이(연꽃을 먹는 사람들)의 땅으로, 이곳에서 일부 부하들은 귀향의 의지를 잃고 망각에 빠진다. 귀환을 방해하는 첫 번째 유혹은 폭력이 아니라 잊고 싶어 하는 마음이었다.

이어 오디세우스는 키클롭스 폴뤼페모스의 동굴에 들어간다. 그는 지혜로 괴물을 속여 탈출하지만, 떠나는 순간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오만을 범한다. 이때 폴뤼페모스는 아버지인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복수를 기원하고, 이 저주로 인해 오디세우스의 귀향은 장기간 지연된다. 이 순간부터 바다는 단순한 이동 공간이 아니라 신의 분노가 작동하는 시련의 무대가 된다.

그 뒤로도 오디세우스는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의 섬, 식인 부족 라이스트리곤족의 땅, 그리고 마녀 키르케의 섬을 거친다. 특히 키르케의 섬에서 그는 한동안 머무르며, 인간이 짐승으로 변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이는 귀향을 가로막는 또 다른 장애가 외부의 적이 아니라 인간 내부의 나태와 욕망임을 상징한다. 키르케의 조언에 따라 그는 죽은 자들의 세계인 하데스를 방문해 예언을 듣고, 비로소 자신의 운명을 인식하게 된다.


이후 항해는 더욱 위험해진다.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노래,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태양신 헬리오스의 소 떼가 있는 섬을 지나며 선택과 희생을 강요받는다. 특히 헬리오스의 소를 잡아먹은 부하들의 행동은 신의 노여움을 불러오고, 결국 오디세우스는 모든 동료를 잃고 홀로 바다에 남게 된다. 이때의 바다는 인간이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절대적 시련의 공간으로 드러난다.


마침내 그는 요정 칼립소의 섬에 도착해 오랜 세월을 머문다. 불멸의 삶을 제안받지만, 오디세우스는 이를 거부하고 필멸의 인간으로서 고향에 돌아가기를 선택한다. 신들의 중재로 풀려난 그는 파이아케스인의 도움을 받아, 전쟁이 끝난 지 십 년이 훌쩍 지난 뒤에야 이타카에 도착한다. 그의 여정은 영웅적 승리가 아니라, 끝까지 귀향을 포기하지 않은 인간의 선택으로 마무리된다.



고린토 운하와 산토리니, 나플리오의 바다를 떠다니며 떠올린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는, 고대의 신화가 아니라 인간 보편의 서사처럼 다가온다. 집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 그러나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길 위에 머물러야 했던 시간. 그리스의 바다는 바로 그 서사가 태어난 자리였고, 지금도 여전히 인간의 떠남과 돌아옴을 묵묵히 지켜보는 공간으로 남아 있다.


그토록 고난을 겪으며 오디세우스가 돌아가고자 했던 집은 무엇인가?

우리는 인생의 행로 어디쯤으로 가고 있는 중인가?


나는 그러한 질문과 또 다음 여행지를 정한다.


그리스의 건너편에 있는 트로이의 전쟁의 무대였던 튀르키예로 가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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