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건식222_한약사김경순의 건강식재료
견과류 중에서도 잣은 가격이 비싼 편입니다. 왜 그런 걸까요? 잣나무의 열매는 나무 끝에 달리는데 그 높이가 20~30m 정도 되고, 어떨 때는 40m가 넘을 때도 있다고 합니다. 이 높이까지 장대를 들고 사람이 직접 올라가서 채취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거죠. 극한 직업에 소개될 만큼 잣 열매를 채취하는 게 워낙 위험해서 헬리콥터의 강한 바람을 이용하기도 하고, 원숭이가 나무 위에 올라가도록 훈련도 시켜봤지만 모두 실패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사람이 직접 올라가서 따야 하는 거죠. 우리는 마트에서 편하게 사 먹을 수 있지만 목숨을 담보로 얻어지는 귀한 잣입니다. 오늘은 이걸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과 주의 사항을 알아보겠습니다.
전 시간에 잣의 건강상 효능을 살펴보면서 수험생 선물로 추천할 만큼 레시틴이 풍부해서 뇌 건강에 좋고, 피부와 성인병 예방에 도움 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여러 한의서들을 보면 신선이 된다거나 장수한다는 표현을 볼 수 있을 만큼 영양이 풍부합니다. 한 예로 <본초강목>에는 ’잣으로 고를 만들어 술과 함께 복용하면 오래 살고 신선이 된다‘고 쓰여있기도 하죠. 우리나라 왕실에서도 잣으로 송자주, 백주 같은 술을 담아서 왕에게 진상하기도 했습니다.
마트에 가보면 노란색을 띠는 황색 잣과, 껍질이 완전히 제거된 하얀 백잣을 볼 수 있습니다. 잣죽을 끓이거나 간식으로 먹을 때는 백잣을 많이 사용하죠. 아무래도 껍질이 없어서 식감이 부드러우니까요. 하지만 건강 효과를 높이고 싶다면 백자보다는 황잣을 선택해야 합니다.
황자의 황색 껍질에는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가 가득해서 항산화력이 높고 식이섬유가 풍부하거든요. 이 덕분에 장 건강과 변비를 개선하는데 더 유리하죠. 또 잣에는 기름성분이 많아서 산패가 잘 되는 편인데 이걸 막는데도 더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소화기가 약한 편이라면 황잣은 적절하진 않습니다. 이럴 땐 껍질이 제거돼서 소화하기 편한 백잣을 이용하면 됩니다.
잣은 간식으로 먹거나 고급스러운 음식의 토핑으로 그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고소한 맛이 진해서 호불호가 없는 편이죠. 또 단백질이나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서 건강에 유용하지만 딱 하나 신경 쓰이는 게 있습니다. 바로 풍부한 지방입니다. 이 때문에 너무 한꺼번에 많이 먹게 되면 설사나 복통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하루에 20개 이내로 먹는 게 적당합니다.
뽀얗고 부드러운 잣죽은 기운이 없거나 밥맛이 없을 때, 병후 회복기에 아주 좋은 음식입니다. 동의보감에도 “잣죽을 자주 끓여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건강하여 늙지 않는다"라고 표현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당연히 백잣으로 잣죽을 끓이는 게 더 잘 어울립니다.
잣에서 짜낸 식물성 기름입니다. 잣 열매 자체가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잣기름 역시 가격이 비싼 편이죠. 그래서 식용유계의 캐비아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은은한 향이 있는 잣기름은 샐러드드레싱에 아주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발연점이 낮으니 가열하는 요리에 쓰는 건 좋지 않습니다. 잣기름은 항산화 효과가 있는 비타민E의 함량이 올리브유의 5배 정도로 아주 높습니다. 이 덕분에 건조한 피부에 바르는 보습제로도 유용합니다. 하지만 산패가 빨리 되는 편이기 때문에 향이 이상하다면 사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잣은 건강상 효능이 아주 좋지만 지방 함유량이 높습니다. 이 때문에 하루에 20개 이내로 먹기를 권하죠. 만약 다이어트 중이라면 잣은 권하지 않습니다. 부피에 비해 칼로리가 높기 때문에 다이어트할 때는 진짜 조금만 먹어야 합니다.
잣과 같은 견과류는 기본적으로 알레르기를 일으키기 쉬운 편입니다. 처음 먹는다면 조금 먹으면서 테스트해보는 게 좋습니다.
소나무 열매 증후군을 아세요? 일부 중국산 종(Pinus armandii 등 특정 품종)의 잣을 먹고 난 후 48시간 이내에 쓴맛과 금속 맛이 계속 느껴지는 증상입니다. 물을 마셔도 이런 맛이 나고, 한번 생기면 2주 정도까지 지속되기도 합니다. 이걸 소나무 열매 증후군(PNS) 또는 “pine mouth”라고 부릅니다. 다행히 입맛의 변화만 있고 구토나 복통 같은 다른 증상은 없습니다. 보통 2 주 정도가 지나면 이런 불쾌한 미각은 없어지고, 몸은 별다른 후유증은 없다고 하네요. 하지만 원인을 아직까지는 알 수 없고, 특정 종(Pinus armandii)에서만 이런 증상이 생긴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유럽식품안전청이나 미국 FDA에서는 이 종의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고 하네요. 되도록 중국산 잣은 피하고, 또 오래된 잣은 먹지 않는 게 좋습니다.
높은 나무에 사람이 직접 올라가야만 딸 수 있는 귀한 잣. 수험생에게 유용한 간식이 되기도 하고, 허약한 사람들의 회복식이 되기도 합니다. 잘 활용하셔서 건강 컨디션 유지하는데 도움받으시기 바랍니다. 건강 정보, 건강식재료 소개해 드리는 한약사 김경순이었습니다. 오늘도 평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