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건식220_한약사김경순의 건강식재료
전어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9~11월이 되면 지방 함유량이 3배나 높아지고, 뼈도 부드러워서 고소한 맛이 나죠. 돈 전(錢) 자에 물고기 어(魚)를 쓰는 전어는 가시는 많지만 육질이 부드럽고 기름이 많아서 통째로 씹어 먹을 수 맛있는 생선이었습니다. 예로부터 신분의 높낮이를 떠나 모두가 좋아했기 때문에 돈 생각하지 않고 사 먹는다는 의미로 전어라고 불렀다는 설이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전어를 먹고 비브리오 패혈증이나 장염이나 식중독이 생기기도 하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지금이 딱 제철인 전어의 활용과 주의 사항 알아보겠습니다.
잔가시가 많은 전어를 회로 먹을 때는 뼈째 썰어서 세꼬시로 많이 활용합니다. 특히 지방함량이 다른 생선의 3배나 높은 가을에는 풍부한 고소함을 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회로 먹게 되면 단백질 소화율이 높아지고, 무엇보다 구이나 조림 같은 요리를 했을 때보다 EPA나 DHA 같은 불포화지방산의 손실을 줄일 수 있어서 전어가 가지고 있는 건강상 효능도 훨씬 더 많이 섭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신선한 전어회. 세꼬시로 인기가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전어를 회로 먹으려면 늦여름이 제일 좋습니다. 여름 전어의 뼈가 특히 연하고 기름기가 적어서 느끼함이 덜하니까요.
전어는 일본에서도 많이 잡히는 생선입니다. 특히 새끼전어인 고하다를 초밥의 재료로 사용하는데 이게 일본인에게 소울푸드중 하나라고 하네요. 새끼 전어의 뼈를 발라서 식초에 절이는 번거로운 작업이 필요한데, 고하다 초밥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가 초밥 만드는 실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정도라고 합니다.
아마 전어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방법일 겁니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속담이 괜히 나온 게 아니겠죠? 구이의 핵심은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뼈째 먹는 겁니다. 싱싱한 전어를 통째로 구우면 전어 기름의 감칠맛이 녹아나는데, 이때 전어 내장의 쌉쌀함과 고소한 맛이 더해져서 미식가들 사이에 가을 전어구이는 꼭 맛보고 가야 하는 별미 중 별미가 되고 있습니다. 비늘을 긁어내고 등에 2~3개의 칼집을 넣어 소금을 뿌린 후 노릇하게 구워서 통째로 먹으면 됩니다. 구이로 먹는다면 늦여름보다는 가을이 더 맛이 좋습니다.
전라남도에서 전통적으로 활용하는 전어젓갈입니다. 전어 속젓이라고도 부릅니다. 전어 창자를 밀가루로 깨끗이 씻고 볶은 굵은소금과 함께 만듭니다. 여러 양념으로 버무린 전어와 소금을 켜켜이 담아 100일정도 숙성하면 만들어지죠. 이 외에도 전어 새끼로 담근 엽삭젓(=뒈미젓)도 있고, 전어의 위장만을 모아서 담은 돔배젓(=전어밤젓)도 있습니다. 젓갈로 만들게 되면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유익균과 풍부한 아미노산을 섭취할 수 있고, 당연히 보관 기간을 늘릴 수 있습니다. 이런 걸 보면 우리 조상들의 식재료 활용법과 지혜에 매번 감탄하게 됩니다.
기름기가 많기 때문에 초장보다는 담백한 맛의 된장과 잘 어울립니다. 또 생선 비린내에 예민하다면 깻잎에 싸 먹으면 좋습니다. 깻잎이 비린내를 잡아주고, 풍미를 올려주니까요.
산뜻한 맛의 화이트 화인은 생선 요리와 함께 먹으면 비린 맛을 잡아주는 효과가 있죠. 약간의 와인과 같이 먹는 것도 잘 어울립니다. 술은 조금만~
다른 생선들보다 지방이 많아서 아무래도 비린내가 좀 있습니다. 우선 싱싱한 전어를 구입해야 하고요. 요리하기 전에 쌀뜨물이나 소금물에 5분 정도 담가두거나 술이나 식초를 넣고 조리하면 비린내도 잡고 육질도 더 단단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기름지기도 하고, 퓨린 성분도 많기 때문에 지나치게 먹게 되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거나 통풍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주의해야 합니다.
전어는 잔뼈가 많아서 아이들이 먹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어른들에게는 무른 뼈라서 괜찮지만, 아이들은 가시가 목에 걸릴 수도 있으니까요.
9~10월에 살이 가장 통통하게 오르는 전어는 지방함량이 높아지면서 뼈가 부드러워지고, 이 시기가 지나 겨울이 오면 뼈가 억세져서 풍미가 많이 떨어집니다. 종종 전어를 먹고 비브리오 패혈증이나 장염 비브리오 식중독이 발생하기도 하죠. 장염 비브리오 식중독은 바닷물에 있는 균인데 생선, 조개, 오징어의 아가미나 내장에 붙어 있다가 사람에게 식중독을 일으키거든요. 그래서 식약처에서는 안전하게 먹는 방법으로 "전어에 칼집을 내고 굵은소금을 뿌린 뒤 숯불, 연탄불에 얹어 석쇠에 굽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또 "구입 후 바로 냉장·냉동하는 것이 안전하며, 보관 시간이 길어진다면 상온 노출 시 2시간 이내에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도 설명하고 있죠.
미식가라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가을 전어. 지금을 놓치면 1년을 꼬박 기다려야 하는 특별한 식재료입니다.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니까 잘 활용하셔서 건강 컨디션 올리는데 도움받으시기 바랍니다. 건강 정보, 건강 식재료 소개해 드리는 한약사 김경순이었습니다. 오늘도 평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