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6)
일주일이 지난 시간, 소장의 목소리를 폰 너머로 들은 그는 2주 후 일을 시작한다는 소장의 말에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간곡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 취업이 되었는데... 집을 구해야 할 듯합니다. 하숙집이라도 지금 알아보는 중인데... 월급을 받게 되면 꼭 갚겠습니다.”
그는 주눅이 들은 목소리로 말했고, 어머니는,
[하숙집은 무슨, 내일 나갈 테니 같이 가자, 회사는 어디인데?]
“순천입니다.”
[그래. 그럼 내일 만나서 같이 순천 가자. 아빠한테는 엄마가 말할게.]
그는 전화를 끊고 담배연기를 깊게 빨아들여 폐를 채웠다.
그리고 입에 물고 있던 담배의 필터를 짓 씹으며,
“진짜, 애새끼도 아니고. x팔.”
그는 자신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학과장이 있을 교수 사무실로 올라갔다.
그는 학과장 교수를 만나고 다음날. 취업 연수라는 이름으로 조기 졸업 되었다.
학교를 나온 그는 자신의 눈앞에 서 계신 어머니를 보고는 다가가 말했다.
“아버지는요?”
“일 때문에 바쁘셔서, 못 왔어.”
“네.”
“안 온 거 아니다.”
“네.”
그의 어머니는 한숨을 푹 내쉬며 답했다.
“네가 먼저 말 좀 걸어봐라. 어찌 그리 성격이 똑같니.”
“네.”
“네,라고 하지 말고.”
“......”
“참나... 가자, 고속버스 타면 몇 시간 안 걸리겠지만, 빌라라도 구하려면 빨리 움직여야지.”
“하숙집이면 됩니다.”
그의 말에 그의 어머니가 그를 흘깃 노려보았다.
“요즘은 못 믿어. 옛날처럼 없기도 하고. 그러니 엄마 따라와.”
2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움직인 그와 그의 어머니는 순천에 도착해서 바로 부동산을 찾아 들어갔다.
“주변에 괜찮은 원룸 있을까요? 위치는...”
어머니가 그를 바라보자 중개업자에게 그가 답했다.
“이번에 신축한 xx아파트입니다."
부동산 안에 있던 아줌마의 눈이 커지더니,
“아, 거기 들어가시는 거예요? 어? 근데 빌라를 알아보신다고...?”
“제가 직원으로 와서 빌라에서 출퇴근할까 합니다.”
“아, 맞네요. 직원은 아파트 사용 금지 한다는 말이 그 아파트에서 나왔었지요?”
“... 네.”
“하하, 솔직한 총각이네. 보자... 한 세 군데 있는데, 어떻게, 차는 가지고 오셨어요?”
“아니요. 제가 운전이 미숙해서.”
“그럼 내 차로 같이 이동해요.”
그가 부동산 중개업자와 첫 번째로 이동한 곳은 3층 건물의 빌라였다.
집은 2층에 있었고, 어머니는 나름 괜찮다며 마음에 들어 하셨다.
하지만, 부동산 중개업자가 장롱을 열었을 때, 어머니의 표정이 바뀌었다.
“어머, 이전에 있던 사람이 스님이셨는데 법복을 두고 가셨네요. 뜻이 있으셨나 보네. 호호.”
어머니는 별 다른 말없이 그 집을 나왔고, 부동산 중개업자 또한 따라 나왔다.
두 번째 집은 냉장고와 에어컨 외에는 가구나 어떤 옵션도 없는 원룸이었다.
4층 건물의 꼭대기 층에 있는 집으로 아쉬운 것은 창이 북쪽이었다는 것이었지만, 어머니께서는 세 번째 집의 위치를 들으시고는 그냥 계약 하자며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말했다.
도보로 두 시간의 거리는 제법 먼 거리였기에 그 또한 슬며시 머리를 끄덕였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그는 집을 구하고 바로 이사했다.
짐이라고는 캐리어 하나에 들어갈 옷과 깔 이불과 덮고 잘 이불, 그리고 베개 하나.
그는 하루 주간, 하루 주야, 하루 휴일의 교대 근무로 집은 잠을 자기 위한 공간이었기에 별달리 생활에 필요한 용품을 구비하지 않았다.
한 달의 직장 생활 후, 게실염으로 병원에 실려가 일주일의 입원 생활을 한 후에야 정신적인 휴식을 위한 TV나 컴퓨터를 들였지만, 그는 그보다 아파트에 시설된 헬스장에서 생활을 더 중요시했기에, 여전히 집은 잠을 자기 위한 공간일 뿐이었다.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20만 원의 나름 싼 집이었지만, 겨울이 되면 부실한 창문 틈 사이로 시린 바람이 들어와 뼈를 에이는 추위 속, 샤워를 하려고 하면, 5분이 이상 따뜻한 물을 쓰고 나면 더 이상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 거기에다 겨울 난방비가 여름 냉방비의 거의 20배가 넘는 돈이 드는 집.
그의 첫 자취집은, 그래도 귀가할 때면 그는 사뭇 편안한 얼굴이 되어, 한 손에는 맥주 캔 서너 개와 편의점에서 파는 쥐포가 들어있는 봉지를 들고 대문을 열고는 했다.
관리사무소에 마련되어 있는 그의 책상은 상당히 지저분했다.
파티션에는 도면을 복사해 놓은 용지가 가득했고, 모니터에는 포스터 잇이 가득 붙어 있었다.
그와 같은 책상을 공유하는 두 명의 주임 중 한 명이 책상이 지저분한 것을 싫어해 모니터 앞의 포스터 있을 자주 뜯었기에 포스터 잇의 내용은 그의 수첩에도 적혀 있었다.
포스터 잇의 내용은 주로 당직 중 들어온 민원이나 주로 민원을 넣는 세대의 민원내용과 동과 호를 적어 놓은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옷에서 풍겨오는 쉰내에 바람 앞에서 셔츠를 털었다.
과한 움직임에 입에 물고 있는 담배에서 재가 떨어져 다시 급하게 셔츠를 털어내는 그를 보며 옆에 있던 전기과장이 말했다.
“혼자서 쇼하냐?”
그는 해죽 웃으며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징그러운 놈.”
전기과장은 허탈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또 시달렸나 보네. 어떻게 탈출했냐?”
그는 한숨을 쉬며 전기과장에게 말했다.
“1층부터 20층까지 뛰었습니다. 각 호실별로 대문 앞에 귀 대서 소음 확인하고.”
전기과장의 표정이 질렸다.
그는 말을 이었다.
“두 바퀴 도니까 옆 동에서 소리가 울리길래 옆 동으로 건너갔죠. 인테리어 공사하대요. 중간에 소음이 없었던 건 간식 먹느라 쉬고 있었대요.”
전기과장이 그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말했다.
“엔간히 해라. 알아주지도 않는걸 뭘 그리 악을 쓰고 하냐?”
그는 실없이 웃었다.
“자기만족이죠, 뭐.”
“자기만족 두 번만 더하면 죽겠다.”
그는 헤실거리며 웃었다.
주간 근무 일 때는 선선한 날에도 몸과 옷에서 풍겨오는 땀 내음에 그는 여벌의 옷과 관리사무소 건물에 시설된 헬스장의 샤워실에서 하루에도 수어번 씻어야 했고, 당직 근무 일 때는 민원으로 새벽 4시에도 아파트 안을 달렸다.
가로등도 소등된 깜깜한 어둠 속에 그의 선택은 지상이 아닌 지하주차장을 달리는 것이었고, 그는 눈을 감고도 아파트 안이라면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아파트의 건축 도면과 시설 도면을 보고 그 자신이 알아보기 쉽도록 케드로 동과 라인을 따로 기입하고 소방시설까지 그려 넣고는 그것을 자신의 책상 파티션에 압정으로 박아놓았다.
과장과 소장은 그것을 보고 자신들에게도 복사해 달라고 했고, 덕분에 그는 하자 점검 신청 서류의 베이스를 만들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도맡아 모두를 도왔다.
일찌감치 발 빼버린 건설사의 하자 보수 업체 대신 전 층의 소방 시설이나 전등과 같은 전기 시설, 그 외에 벽의 마감이나 결로, 페인트 벗겨짐, 창틀의 고정 없이 우레탄 폼만으로 끼워놓은 하자, 등등등. 찾을 것은 수없이 많았다.
체력은 저질인데, 자신의 말마따나 ‘일이 하고 싶었던’ 그는 12개의 동이 있는 아파트 부지뿐만 아니라 12개 동의 20층부터 1층까지 하자를 보기 위해 엘리베이터는 타지도 않았고 두 발로 뛰어다녔다.
물론 그는 나름의 복수는 했다.
하자 접수를 받기 위해 남아 있어야 할 건설사의 사람들이 민원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말에, ‘급한 일이 있어 잠시 연락이 되지 않는 것 같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가 욕만 들어먹은 그는 건설사 하자 접수 담당자의 개인 번호로 전화를 했었고, 담당자의 불친절함에, 당해봐라는 심보로 담당자의 개인번호를 입주자에게 알려줘 버렸다.
물론 다음날 건설사의 하자 접수 담당자가 찾아왔었지만, 과장과 소장이 앞서 데리고 나간 후 그 남자는 다시 오지 않았다.
그가 근무한 지 5개월가량이 지났을 때, 자신과 같이 일하던 주임 2명에게 잠시만 쉬겠다고 말하고는 꼬박 2시간을 잠들어 버려서, 소란 아닌 소란이 되어 버린 후, 소장은 그를 제지하기 시작했다.
민원 연락을 그가 받으면 동과 호를 물었고 민원 내용을 말하라고 시켰다. 그리고 다른 주임이나 과장에게 코에 바람 쐴 겸 갔다 오라고 시키기 시작했다.
그럼 과장은, ‘담배 피운다고 콧바람 너무 많이 넣었는데... 싸게 받을게요 담배 한 개비~.’
라는 말로 흥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주임들도, 대부분이 소장과 과장의 말을 따르며 그의 업무를 분담했다.
하지만, 아직 사무실 직원도 모르는 한 가지가 있었다.
그가 세대를 방문하고 하자를 신청받거나, 또는 처리가 가능한 하자 일 경우, 먼저 하자 사진은 찍긴 하지만, 하자를 임의로 보수, 생활에 피해가 없도록 만들어 두고, 그 집에 한해서는 그 자신의 개인 연락처를 준다는 것.
얼마 지나지 않아 소장은 그가 한 짓을 알게 되었다.
소장은 그와 담배를 피우며 그를 꾸짖었다.
이곳은 혼자 일하는 곳이 아니라고.
그리고 그에게 강조해 말했다.
혹시 나중에 ‘미안하다’라는 말 하나로 용서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라고.
미안하다, 죄송하다, 사과하는 것은 그 어떤 책임하나 물지 않고 자신의 안위만을 챙겨 도망치기 위한 말 밖에 되지 않는다고.
일을 하는 사람은 죄송이라는 말을 하기 전, 수습할 방법 먼저 찾지 않는 다면 된통 당하게 될 거라며 그에게 강조해 말했다.
그는 소장에게 꾸지람을 들었지만 그 말이 완전히 와닿지는 않았다.
그는 점심을 먹던 중 한 통의 전화를 받으며 숟가락을 놓았다.
“네. 말씀하신 거 제대로 양식대로 작성해서 서류 인계하지 않았습니까?”
[...]
“아니, 지금 와서 접수되지 않았다고 말씀하시면 하자 신청 하셨던 입주민께는 제가 뭐라고 답 합니까?”
[...]
“여보세요, 과장님. 정 못하시겠으면 집적 대면하시던가요. 왜 저한테 전화하셔서 안 된다 못한다 하시는 건데요?”
[...]
“잠시만요. 저도 과장님 화나시는 거 알고, 제가 잘못한 거 있는 거 압니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
“서류, 분명 인계했던 사진과 음성 녹음과 메일 확인 답장,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발뺌하지 마시고요.”
[...]
“아, 왜 화를 내십니까. 네, 제가 말 실수 했습니다. 죄송...”
그는 옆에서 덥석 자신의 손목을 잡는 사람에게 눈이 돌아갔다.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전기과장이 그의 전화를 뺏들었다.
“네, 과장님. 저 차 과장입니다.”
“네. 누락된 거라면 별 수 없죠. 저희가 입주민 만나서 사정 설명하고 다시 하자 신청하자고 설득하겠습니다.”
전기과장은 전화를 끊고 그에게 폰을 돌려주었다.
전기과장이 그의 이름을 불렀고 그는 답했다.
“네, 과장님.”
“밥 먹는데서 뭔 과장. 숟가락 놓은 거 소화 안 되겠네. 나가자. 한 대 피게.”
전기과장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소장과 계장, 나머지 한 명의 주임에게 슬며시 인사하고는 그를 끌어냈다.
과장은 식당 밖으로 나와 담배에 불을 붙이며 그에게 말했다.
“너 조금 전에 이미 실수했어. 알고 있냐?
그가 전기과장의 말에 답했다.
“네?”
“네가 잘못했다고 말했고, 죄송하다고도 말하려고 했잖아.”
“그건...”
“그걸로 네 잘못된 거야.”
“그게 무슨...”
“상사에게 대들었고, 동의하지 않은 자료들. 누락된 게 확실시된 하자 신청 자료.”
“......”
“네가 마지막에 죄송하다고 말한 그 한 마디에서 덤터기 쓰고 입주자 만나서 사과해야 하는 것도 네 몫이 된 거다.”
“......”
“입주민 만날 때, 우리 소장님이 임시대표 만나서 손 좀 쓰고 나도 네가 갈 때 같이 갈 거긴 하지만, 입주민 앞에서는 말실수 안 하게 조심해야 할 거야.”
“네... 알겠습니다.”
“‘미안하다.’, ‘죄송하다.’, ‘사과한다.’ 이러 말 함부로 쓰는 거 아니다. 아마... 입주민 만나면 한 번 더 깨닫게 될 거다. 각오하고, 니코틴 채우고 가자. “
그는 고개를 숙였고, 폐 속 깊이 담배 연기로 채웠다.
“너무 걱정은 마라. 우리도 있다.”
그가 입주민을 만난 곳은 관리사무실이었다. 원래라면 입주민의 개인 집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었으나, 소장이 임시 아파트 대표에게 연락을 하고 임시대표가 입주민들에게 바람이나 쐬자고 불러 관리사무실로 오게 되었던 것이었다.
일을 맡았던 것은 그였기에 그는 한 발 앞서 인사를 하고 사정을 설명했다.
‘여기서는 하자 보수 공사 업체를 씹는다.’
“아파트 전 동 호수와 외관 하자가 필요한 곳의 장소는 하나하나 분류해 동 전부 따로 만들어 접수를 했고, 조경과 아파트 부지 시설에 대한 하자 또한 자료로 만들어 공사 업체에 넘겼습니다.
근데 그 자료가 누락이 되었다고 하는군요. 진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에는 하자신청서류를 건설사 과장에게 인계하는 것이 아니고 바로 건설사 직통으로 보내볼까 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하자 접수 제대로 진행될 거라 생각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
그때, 관리사무소의 출입문이 열리며 40대로 보이는 여성이 한 명 들어왔다.
“이 주임 있어요?”
여성이 그를 불렀다.
사무실 안을 둘러보던 여자는 그를 발견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어깨를 잡힌 그가 고개를 돌렸다.
“어? 사모님? 무슨 일이십니까?”
“저번에 해준 실리콘 처리 떨어지더니 덜렁거려.”
여성의 뒤로 또 다른 남자가 들어와 그에게 다가갔다.
“저번에 음식물 처리기 필요 없다고 해서 제거해 달라고 해서 주임이 때 줬었잖아요. 잡내가 너무 심하게 나요. 이것 좀 어떻게 해줘 봐요. “
그들의 말을 들은 그는 순간 죄송하다는 말이 나오고 말았다.
그의 죄송하다는 말을 들은 차 전기과장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지만,
“이 주임, 제대로 하자 서류 넘긴 거 맞아요? 여기 오기 전에 이 주임이 알려준 전화번호로 정 과장과 통화했는데, 애초에 누락이 있었다던데요?”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리고 이어서 나온 그의 사과는,
“애초에 좀 잘해 주지. 왜 두 번 일해.”
“내가 잘라 달라고 했지만, 제대로 경고부터 해줬어야죠. 이게 뭡니까? 하자로 접수해요? 아니면 직접 해줄 거야?”
“이 주임, 넘긴 서류 출력 가능하죠? 봅시다. 가져와 봐요.”
그는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고, 결국 소장이 나서서 상황을 중재하고 나서야 그는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이어 그의 전화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그는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전화 바꿨습니다. 관라사무소입니다.”
이어 전화에서 여성의 고성이 들려왔다.
[윗집 좀 어떻게 해주라고! 대체 몇 번을 말해!]
그는 그 이상 서 있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