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8)
103동 204호-층간소음, 발현지:103동 505호
106동 703호-주차 스티커 미발부(국가 유공자 이시고 귀가 어두우시니 면담 시 주의 요구.)
107동 301호-세대 내 반려견, 관리 주의를 드렸으나 미흡했던 듯합니다.
107동 쓰레기 수거장-107 301호의 개가 줄이 풀려 있어 다수 시설 손상, 개주인에게 변상을 요쳥해야 할 듯합니다. (자료 사진 D: 자료 폴더 안. )
109동 소화전-호스 분실, CCTV확인 결과 청소년들의 소행으로 의심됨. CCTV로 동선확인 결과 108동의 입주자 들로 확인. 세대는 108동 203호 2명 108동 205호 3명
지하주차장 주차구역 무시 차량.
23호 1234
73 무 2345
45남 5678
경고 문구 인쇄 후 차량에 부착(접착제 사용은 안 했어요. 와이퍼에 끼어둠. 사진 찍어뒀습니다.)
107동 산책로 가로등 점등 불량.
전기과장은 일지를 읽으며 혀를 찾다.
“잠은 자냐?”
그는 멍해진 눈빛으로 과장을 바라보며 퍼뜩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조금 잤습니다.”
“소장님 얘 이러다 길바닥에서 자겠는데요.”
“보내라~.”
“보내란다.”
그는 씁쓸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 층간소음 민원 세대 아무리 해도 제 말은 안 믿더라고요. 예전처럼 한번 보여 줘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 알았으니까. 가라.”
“그리고 거기 개 키우는 집. 그 집 개한테 물린 사람도 있다더라고요. 최근 일주일까지는 찾아봤는데 없었어요.”
사무실에 있는 모든 직원이 웃었다.
그리고, 과장은 그에게 말했다.
“알았으니까! 가! 오지 마! 들가서 자빠지 자!”
그는 쫓겨났다.
헤실거리며 웃던 그는 발걸음을 돌렸고 한 걸음을 떼었다.
10여분이 지난 후,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그는, 약한 한숨과 함께 다시 앞을 향해 걸었다.
그는 걸었지만, 그의 눈은 흰자위로만 덮여 있었다.
그리고, 다시 그가 번쩍하고 고개를 들었을 때, 그곳은 자신이 자취하고 있는 빌라 앞이었다.
잠에서 깬 그는 미적미적 일어나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5시 30분.
속옷만 입고 있던 그는 장롱에서 새로운 옷을 꺼내 입고 바닥에 널브러진 옷들을 세탁기에 던져 넣었다.
대충 세수만 하고 머리카락만 만져준 후, 그는 집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쓰러지고 난 후, 그는 최소한의 운동으로 걷기를 골랐고, 주간 근무를 할 때나 휴일일 때는 대부분 걷는 시간으로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그에게는 지금 당장 필요 한 것이 있어 보였다.
그는 눈앞에 보이는 식당으로 걸어 들어가자마자 외쳤다.
“이모님, 돼지국밥 하나요.”
그는 밥을 먹고 2시간여를 걷다가 집으로 가서 다시 잠에 빠졌다.
그가 사무실에 도착한 후, 자전거를 한쪽 구석에 세우고 관리사무소 안으로 들어갔을 때, 모두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이 그의 눈에 보였다.
그는 조용히 안으로 들어선 후 문을 닫았고, 아직 오지 않은 소장 대신 과장에게 출근 인사를 했다.
계장과 마저 인사를 하고 있자 전날 당직을 선 주임이 헬스실에 마련된 샤워실에서 몸을 씻고 관리실로 들어왔다.
“오, 이 주임 왔네요. 과장님, 말씀했어요?”
과장은 그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 주임. 하자 신청 자료가 세밀하지 못해 위치를 찾기 어렵다고, xx건축에서 차버렸어.”
그는 순간 얼이 빠져 버렸다.
하자 조사만 9개월. 자료 작성기간 3개월, 그 사이 일치하지 않는 사항이 있으면 다시 조사, 양식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틀을 잡은 후 조사한 자료를 일주일을 소모하여 기입하고 도면과 대조하여 케드작업으로 무박 2일간 기입하여, 넘기려고 하니, 임시 입주자대표가 서류뭉치를 가지고 와서는 자신이 가지고 온 것도 하자 신청에 포함시키라는 말에, 단 한숨 못 자고 무 박 4일 동안 완성해서 넘긴 467페이지의 하자 신청 서류가 세밀하지 못하다?
그는 잠시 얼이 빠져 버렸다.
그의 어깨를 과장이 툭툭 두드렸다.
과장의 시선을 쫓아 머리를 들어 올린 그는 멍하니 과장을 바라보았다.
“출근타임은 해야지. 한 대 피자. “
과장은 그를 데리고 사무실을 나갔다.
“xx건축이 하자 신청 늦추는 겁니까? 아님, 정 과장이 저 물 먹이는 겁니까?”
그가 전기과장에게 물었다.
“두 개 다겠지.”
과장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
과장이 씁쓸하게 웃더니 그에게 말했다.
“그러게, 좀 봐주면서 쪼우지. 으이그.”
“... 하자 서류는 제 컴퓨터와 메일과 제 외장하드에 각각 있습니다. 출력한 것도 2부는 더 있습니다. “
“그거 가져다줘도 안 받아 줄걸?”
“그럼...”
과장이 꽁초를 털며 그에게 말했다
“우선, 오늘 낮은 좀 쉬고 있어라. 아, 아니면 밤에 와, 그냥.”
“네?”
“소장님껜 내가 말할게. 넌 밤에 와서 우리가 재조사 한 서류 보고 자료만 만들어.
너 이제 사진만 봐도 위치 어디인지 빠삭하잖아. “
“그건... 그런 거 같네요.”
다시 사무실로 돌아간 그와 과장의 앞에는, 다른 직원들이 모두 회의용 테이블 앞의 의자에 모여 앉아 있었다.
“빨리 앉아라. 할 일 많다.”
어느새 와 있는 소장의 말에 과장과 그는 테이블의 빈 의자에 앉았다.
“이 주임은, 이 주임이 둘이냐... 어제 당직 선 이 주임. 세 동만 맞자.”
“전 하자 조사 중간에 들어와서 익숙지가 않은데요?”
“그럼 지하 주차장 맡을래?”
이희건 주임은 잠시 생각하더니 소장에게 답했다.
“조경수와 단지 외부 조사 확인으로 할게요.”
“식아, 하자 조사 자료 나눠서 줘라.
1동부터 3동까지 내가, 4동부터 6동까지 차 과장이, 태경이는 7동부터 9동, 식이가 10동부터 12동 까지.
지하주차장 자료는 사람 수대로 나눠주고 확인은 동별로 맡자.
조경수와 단지 시설은 이 주임이 확인하고 확인 마치면 책상 위에 놓고 바로 퇴근해라. “
“민원은 어쩌고요?”
과장의 질문에 소장이 답했다.
“소연 씨.”
“네.”
이소연 계장이 소장의 말에 답했다.
“오늘 전화는 소연 씨가 대처 좀 해줘. 사무실 혼자 지켜야 할 것 같네.”
“네. 알았어요.”
“식아.”
소장이 그를 불렀다.
“네. 소장님.”
“조금이라도 피곤하면 사무실에서 쉬어라. 서류 마무리는 네가 해야 할 테니. 너 쓰러지면 안 된다.”
“네.”
“다들, 올라가는 건 엘리베이터 타. 내려오면서 보면 되지. 20층 뛰어오를 생각 말고.”
소장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말했다.
“한 대 피고 움직이자.”
그는 믹스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받침그릇에 담아 밖으로 나가려는 계장의 손에서 받침그릇을 받아 밖으로 나갔다.
“xx건축하고 통화해 보셨어요? 소장님?”
“어.”
“뭐라던데요?”
“뭘 뭐래. 지랄하지.”
소장과 과장의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된 건데요? 정 과장이 저번에 누락된 거 있다고 해서 다시 또 가져갔었잖아요?”
“뭘 어떻게 돼? 엿 좀 먹어봐라 하고 본사에 딱 맞춰서 넘기고 본사는 하자 내용 보고는 암담하니 보수 업체 쇼부 치기 전에 우리 먼저 조져서 하자 내용 줄이려는 거지.”
“그럼 하자 내용 줄여요?”
“아니, 늘렸으면 늘렸지, 줄이지는 않는다.”
“정 과장 x새끼 먼저 조지러 갈까요?”
“이미 튀었단다. 출근 안 했데.”
“제대로 걸렸네요. 하하.”
“암튼, 한 대 피고 피 x 좀 싸자. 먼저 간다.”
그들이 다시 사무소로 돌아온 시간은 오후 5시였다. 식사마저 근처 편의점에서 각자 해결하였기에, 모두 모인 시간은 아침 이후로 처음이었다.
“이희건 주임은 체크 다 해놓았다며 책상 위에 두고 갔어요.”
계장의 말에 그가 책상 위에 있던 종이뭉치를 들었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확인을 하던 그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말했다.
“쓰레기장 체크 하나도 안 되어있네요.”
“하자 없어서 그런 건 아니고?”
“그럴 리가요, 조금 전에 지나올 때도 봤는데요.”
“식이가 갔다 올 동안 동 별로 한 묶음, 지하주차장 한 묶음, 조경수 한 묶음, 그리고,,, 단지 시설 분류해 놓자.”
그는 소장에게 꾸벅 인사한 후 사무실을 나가 달렸다.
2 동당 하나씩 있는 분리수거장을 향해 뛰었다.
땀으로 샤워를 한 그는 사무소에 돌아와 문 앞에서 주저앉았다.
“야, 야! 의사 불러? 괜찮아?!”
과장이 호들갑을 떨며 그에게 달려갔다.
그는 손을 번쩍 들어 흔들었다.
그의 모습에 다른 직원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뭔데? 뭐가 문제였길래 또 설레발이야?”
호흡을 고른 그가 말했다.
“3동 6동 9동 12동 필로티 물류보관함 에러 났습니다.”
“... 뭐?”
“블루스크린 뜨고 먹통입니다. 작동 안 해요.”
“전부 다?”
“네. 전부 다.”
소장은 계장을 바라보았다.
계장은 소장의 눈빛에 슬며시 고개를 저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직은... 민원 없나 보네. 하...”
“됐다. 그거까지 하자 올리자. 식아. 니 차례다. xx건축한테 늦춰놓은 날이 수요일 오전 9시까지다. 맞출 수 있겠냐?”
“이 틀 남았네요. 지금부터 시작할게요.”
“끝나면 퇴근시켜 줄게. 열심히 해라.”
그는 헤실 웃으며 소장에게 말했다.
“한 대만... 한대만 피고 올게요.”
소장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저런 골초. 어이, 김 주임. 같이 피고 와라. 쟤 혼자 못 보내겠다.”
담배를 피우고 돌아온 그는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책상 한쪽에는 하자 내용이 인쇄된 A4용지에 볼펜으로 조사 내용이 추가된 자료가 두툼하게 쌓여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