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이었다.

남이다(2)

by 김은석

학교에 도착한 그는 한참을 헤매었다.

폐교를 리모델링하여 기술학교로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그는 할 일 없이 헤매기만 했다.

다시 운동장으로 나온 그는 잡초를 뽑고 있던 사람에게 기숙사를 물어본 다음에야 건물로 들어가 짐을 풀었다.

운동장에는 12m의 전주 5개가 앞에, 뒤로 멀리 떨어진 곳에 또 5개의 전주가 평행하게 박혀 있었다.

구석에는 2m 정도 되는 낮은 전주가 수십 개 박혀 있는 것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의 무릎이 살짝 떨렸으나, 그는 별말 없이 그늘 아래로 가서 바람을 맞았다.

입에 물린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입 속으로 깊게 빨아들여 폐 속에서부터 연기를 끌어올려 뱉어냈다.

아찔 거리는 눈앞이 담배 때문인지 간질의 발작 전조 증상인지.

그는 뿌드득하고 어금니를 갈 뿐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늦은 저녁, 그는 우글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숟가락을 들어 밥을 먹고 있었다.

교관의 가벼운 인사말 후 저녁 식사를 위해 모두는 학교를 나와 주변의 백반집으로 모여들었다.

학생은 총 13명이었고 선생이라는 이름 대신 교관이라는 이름을 쓰는 교육자가 2명.

총 15명은 테이블 위에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놓고 각자가 자신들의 소개와 함께 인사를 마쳤다.

이튿날, 교육의 시작은 실내 이론 교육이었다.

이해보다는 암기가 주요인 교육이 10분의 휴식시간을 포함해서 두 시간 동안 이어졌고, 이론 교육이 끝나면 야외로 이동해 학원에서 배워야 하는 실제 교육이 이어졌다.

교관의 설명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그는 전주의 끝만 보고 있었다.

출석표에서 위쪽에 있던 그는 처음으로 승주 하는 인원에 포함되어 있었다.

메가폰에 입을 대고 외치는 교관의 말이 그의 귀에 스며들고, 그의 굳은 몸이 펴진 건 그가 전주의 꼭대기에 오른 후였다.

겨우 12m라는 거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본 그의 눈빛은 다행히도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더 깊어 보였다.

하지만.

교관의 꽥하고 지른 소리에 그가 고개를 들고 ‘알았습니다.’라고 외쳤다.

그리고 그때서야 그는 자신의 무릎 안쪽에서 느껴지는 쓰라림에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들었다.

전봇대 오를 때 붙지 마라고 몇 번이나 말했냐는 교관의 외침을 흘리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보던 그의 귀에 교관의 지시가 들려왔다.

교관의 지시에 따라 하나씩 따라 하던 그의 손이 멈춘 건 현수애자를 해체한 후 다시 설치하는 작업 중이었다.

키가 작았던 그의 손끝이 현수애자를 설치하는 거리에 닿지 않았다.

그의 눈이 누군가를 쫓듯 흐릿해졌다가 다시 밝아졌을 때, 그의 한쪽 발이 발판 볼트에서 떨어졌다.

그 모습은 자신의 부친이 전주 위에서 하던 자세와 매우 닮아 있었지만, 그는 초보자였다.

U자 로프를 걸어 놓은 공구벨트가 허리에서 위로 올라가 겨드랑이 아래에 걸렸다.

현수애자를 걸고 팔을 내려 공구벨트를 허리로 내린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공구벨트에 걸려있던 안전줄도 딸려 올라와 그의 허리를 감고 있었다.

그의 첫 승주 작업은 끝까지 이루어지긴 하였다.

그의 승주 작업을 지켜봤던 교관 또한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교육을 받기 시작한 지 4일이 되던 날.

그가 승주 작업을 시작한 지 세 번째 날이 되던 날.

그는, 교관의 말에 따라 전봇대를 올라 해체와 설치를 하며, 마지막으로 현수애자를 걸기 위해 팔을 뻗었다.

한쪽 발만 발판 볼트를 밟은 자세에서 공구벨트가 목 아래까지 올라왔다.

안전줄이 몸을 감고 팔을 당겼다.

그는, 현수애자를 받치고 있는 오른쪽 어깨에 힘을 주어 받치고, 왼손으로 다급히 현수애자를 고정시킬 볼트 구멍을 찾았지만, 아무리 해도 손끝에 걸리는 감각이 없었다.

그의 작은 키는 시야마저 좁게 만들어, 다른 이들은 눈으로 찾을 것 마저 찾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는, 어금니를 다물며, 오른쪽 어깨에서 미끄러져 내리는 현수애자를, 오른손에 잡힌 현수애자의 머리를 잡은 손으로 버텼다.

겨드랑이에서 위로 미끄러져 양볼을 스치는 공구벨트의 까끌까끌한 감각에 그의 온몸이 경직되어 갔다.

그는, 허리의 힘을 뺏다가 위로 튕기며 왼쪽 어깨를 내리고 오른쪽 어깨를 위로 쳐 올렸다.

공구벨트를 가슴까지라도 내리기 위해.

머리가 왼쪽으로 기울어졌고.

그직거리는 소리가 그의 귀에 들렸다.

그리고,

그의 오른팔은 움직이지 않았다.

현수애자를 묶고 있던 작업줄이 팽팽해지고 전주 아래에서 그의 작업을 보조하던 교육생 한 명이 작업줄을 급히 당겼다.

교관의 고함 소리가 울렸지만 그는 자신의 귀에 들리는 이명 소리에 교관의 말을 듣지 못했다.

그는 어떻게 전주 위에서 내려왔는지 기억이 없었다.

그는 교관의 앞에 서서 자신의 오른팔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고, 살갗이 퍼렇게 죽어있는 그의 팔을 본 교관은 그에게 동내 병원의 위치를 말해주며 가보라고 말했다.

그는 교관의 말에 기술학교를 나가서 걸었다.

자신의 발이 질질 끌리는 것을 그는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의 눈은 빛을 쫓아 흔들렸고 손은 빛을 더듬어 만진 후 자신의 발을 당겼다.

눈앞에 보이는 건물로 들어선 그는 눈을 꿈뻑였다.

그는 그곳이 어디인지 인식하지 못했다.


접수를 하고 진료를 받고 침을 놔주겠다는 의사의 말에 그는 옷을 벗었다.

의사는 코를 찡그렸고, 그는 자신의 땀으로 절여놓은 옷을 침대 옆에 놓았다.

”잠시만, 혈압부터 잽시다. “

의사가 그에게 말했다.

혈압계를 가지고 온 간호사가 혈압 수치를 의사에게 말하자 의사가 그에게 말했다.

”수액 같이 놓아 드릴게. 지금 혈압이 80에 50이네요. “

”팔은…“

”지금 침 맞으면 쓰러져요. “

그는 수액을 한 시간 동안 맞은 후, 침을 맞고 뜸을 맞으며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오른팔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의사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며 말하고는 그를 돌려보냈다.

그는, 의사의 말을 믿었다.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사흘이 되고, 교육 종료까지 3일이 남은 날.

그는, 교관의 부름에 교무실로 향했다.

“교육, 받을 수 있겠어요?”

그는 말했다.

“시험은 못 치더라도, 온 김에 교육은 모두 받고 갈게요. 다음에 시험 보러 오면 더 이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는 의사의 말을 믿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는 말을.


그가 열외자가 되어 다른 이들의 실습을 보며 깨달은 것은, 몇 개의 공구벨트에는 사타구니 아래로 벨트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공구벨트에는 그런 것은 없었다.


교육기간이 끝나고 그는 실기시험 실격으로 가공배전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기숙사의 생활에서 벗어나 자신의 방에서 깊은 잠에 빠졌다.

하지만,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는 잠에서 깨어났고, 몸부림을 치며 신음을 토했다.

오른팔을 안아 쥐며 바닥을 뒹굴던 그는 새벽이 되어서야 통증이 잦아들었는지 겨우 다시 잠에 들었다.

그의 어머니가 그의 신음을 들었던 것인지 그를 다른 병원에 진료받으러 가보자고 설득을 하였고, 그는 몇 번의 거부를 하였지만 끝내 어머니와 함께 도시의 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갔다.

하지만, 그 병원에서는 그의 움직이지 않는 팔을 보고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상이라고 말했다.

다시 찾은 두 번째 병원에서도.

그리고 세 번째. 그곳은 그의 아버지가 찾은 병원이었다.

“경추 4번 5번 신경을 다쳤네요.”

그와 그의 아버지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의사의 설명은 이어졌다.

“경추 디스크에 신경이 눌렸어요. 이거 고생 좀 하겠는데요.”

“치료는 할 수 있습니까?”

그의 아버지가 의사에게 물었다.

의사는 확답을 하지 않았고, 그는 의사 대신 의사의 옆에서 보조하던 남자 간호사에게 물었다.

“제 팔 움직일 수 있나요?”

힐끗 의사를 본 남자 간호사가 말했다.

“재활 치료 꾸준히 받으세요. 최소... 2년은 걸릴 거예요.”

그리고, 의사의 말이 그의 귀에 들려왔다.

“신경 차단시술받고, 경과 지켜봅시다.”

“네?”

“아, 신경 치료입니다. 치료부터 시작하죠.”

“네...”

의사는 그를 쓱 바라보다, 그의 아버지를 보았다.

“근데, 아버님.”

“네?”

“어깨 엑스레이와 CT 한번 찍어보시죠.”

“저요?”

“조금 전에 얼핏 들어보니 아버님도 어깨가 좋지 않다고 하시던데, 검사 한번 해보세요.”

의사의 말에 그의 부친은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끝내 승낙하며 검사를 받았고,

“근육이 다 찢어졌네요. 수술은 아버님이 받아야겠는데요.”

그의 아버지는 의사의 말을 들은 후 다시는 그 병원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의 오른팔이 부들거리며 경련을 일으켜도 조금이나마 움직일 수 있게 된 건, 10주 동안 치료를 받은 후였다.

그리고,

의사는 그의 치료를 포기했다.

그는 그의 아버지와 함께 어느 대학병원의 수납처 앞에 서 있었다.

그의 부친은 그에게 어리석은 놈이라 말하며 하지도 못할 일을 괜히 앞서해서 다치기나 했다며 나무랐고, 그는 일언반구 없이 수납처로 가서 앞 선 병원에서 받은 소견서를 내밀었다.


몇 번째 인지 그는 이제 세어보지 않았다.


의사에게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는 게 귀찮아 종이에 적어서 의사에게 건넸지만 의사는 설명을 해줄 것을 요구했고, 그는 허망한 표정으로 자신의 현 상태를 말했다.


그는 자신의 귀를 두드렸고,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다 입꼬리를 희미하게 말아 올리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듯이 훑어보고는 자신을 타박하는 부친을 향해, 그가 듣지 못할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좀 닥치라고.

“슬랩병변이네요.”

대학병원의 의사가 그와 그의 부친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병의 이름을 말했다.

“물리치료와 재활치료를 받으면 나아질 겁니다. 수납하시고 물리치료실로 가세요.”

그는 그의 부친의 얼굴을 힐긋 바라보았다.

이곳에서 검사비만 이미 100만 원이 넘게 들었다.

그는 의사에게 물었다.

“물리치료 비용은 얼마 정도인가요?”

“5만 원 정도 합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부친이 의사에게 알겠다고 말하며 몸을 일으키자 의사가 다시 말했다.

“일주일에 4일 정도는 받으셔야 합니다.”

그의 부친은 일언반구 없이 방문을 열고 나갔고, 그는 의사에게 꾸벅 머리를 숙인 후 그의 아버지 뒤를 따랐다.

그의 아버지는 뒤를 따라오는 그를 돌아보지도 않고 앞만 보며 걸었다.

그는 자신의 귀를 두드렸고, 허공을 향해 작게 중얼거렸다.

“죽지도 않았는데, 지랄이다. 닥쳐라. 좀.”

그의 눈에 비친 신경과 교수 김성태의 표정은 매우 나른해 보였다.

희미한 미소가 걸린 의사의 입술에서는 쌍욕이 입꼬리에 걸려 덜렁거리는 것 같았다.

의사의 시선은 그를 깔보며 내려보는 것 같았다.


그는, 그렇게 느꼈다.


-‘내’가 보는 ‘그’는 그렇게 느꼈다.


그의 왼손 검지 손가락이 자신의 허벅지를 톡톡 두드렸다.

“오랜만에 보네요. 지난 1년은 어머니가 오셨었는데, 어떻게, 잘 지냈어요?”

의사가 그의 대답을 기다리며 그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나른한 목소리로 답했다.

“환청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환청이요?”

의사의 물음에 그의 목소리가 더욱 나른해졌다.

“풀벌레 소리와 매미 소리... 들릴 리 없는 사람의 말소리... 여러 가지가 들려요.”

의사는 그를 천천히 훑어보고는 대답했다.

“스트레스가 심했나 보네요. 안정을 좀 취해보세요.”

그는 생각했다.

‘어떻게?’

의사가 말을 이었다.

“약도 좀 늘려보죠. 편해질 거예요.”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보았다.

의사의 목이 떨어져 바닥을 구르는 모습을.


간호사들이 들어와 그를 붙잡고, 그는 의사에게 고함을 질렀다.

그 고함 소리는 언어가 되지 못했고, 그는 그를 붙잡는 간호사를 뿌리치며 병원을 뛰쳐나왔다.


-

실타래가 풀리며 끝이 한 올 한 올 손가락에 감겼다.

붉은 핏물이 실타래를 타고 흘러내리며 허공 속에 스며들었다.

색을 잃고, 무성영화처럼 뿌옇기만 하던 세상이 온통 붉게 번져갔다.

나는,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Mama wooo~”

제목은 기억나지 않았다. 가수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냥 갈릴레오를 연속해서 외쳐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살인자 새끼.”

나는, 웃었다.

킥킥거리며 웃었다.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향해 마주 웃었다.

자신의 잘린 목을 들고 밝게 미소짓는 사람들을 향해, 난 마주 웃어줬다.

-

그는 뿌득거리는 몸을 힘겹게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참을 걸어 시외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버스에 올라탄 그는 눈을 감았고,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그의 어머니가 눈앞에 있었다.

그는 눈앞에 보이는 어머니에게 무심결에 자신의 속내를 뱉어버렸다.

“엄마... 나, 너무, 힘들어.”

그가 숨을 고르고 울컥이는 감정을 다스려 다시 눈을 떴을 때,

시외버스는 정류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는 힘겹게 고개를 숙이며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뭐가 뭔지, 이젠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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