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무이

내 이름은 류예슬입니다.

by 김은석

올려볼께요.

보시고 안 되시면, 다시 내리도록 하겠습니니다.



예슬은 엄마의 헐렁한 일 바지를 붙잡고 매달렸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듯이 울며 통곡하는 예슬을 보던 예슬의 엄마는 미간을 구기더니 매몰차게 소리쳤다.

“야이, 가시나야! 누가 니 버린다카나?! 가서 일 쪼메 하고 돈 쫌 벌어오라는 긴데, 와 이리 난리고!”

주위에 지나가던 행인들도 두 모녀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녀들에게는 어떤 간섭도 하지 않았다.

이제 많이 되어 봐야 5살이나 되었을까.

가을 찬바람이 부는 날씨에 헐렁한 고무줄 바지와 성인이 입어도 품이 남을 반팔티를 끈으로 조여 입은 여자아이와 그녀를 뿌리치는, 마른 체형의 다크서클이 진하다 못해 창백해 보이는 여자.

행인들은 그녀들을 힐긋 바라보다 쯧하고 혓바닥을 찰뿐 그들의 가던 길로 갈뿐이었다.

그저 익숙한 풍경인 듯, 그들은 자신의 갈 길을 향해 걸음을 재촉할 뿐이었다.

예슬은 자신의 손을 뿌리치는 엄마에게 다시 매달리기 위해 팔을 뻗었지만, 자신의 손을 낚아채는 거친 손에 예슬의 마음은 그녀의 엄마에게 닿지도 못했다.

거친 손에 끌려가 바닥에 뒹군 예슬은, 자신의 엄마가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숙이며 손을 내미는 모습을 멍하니 올려보았다.

예슬은, 자신의 손을 붙잡고 있는 아줌마가 자신의 엄마에게 종이 뭉치를 건네는 것을 보며, 자신의 엄마가 그 지폐 뭉치를 챙겨 다시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보며, 덜덜거리며 떨기만 하는 자신의 턱을, 덜덜 떨기만 하는 자신의 몸을, 스스로는 깨닫지도 못한 채,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한 얼굴로 바라보기만 했다.


손목을 죄여오는 거친 힘이 그녀를 잡고 당기자 허공으로 떠오른 예슬은 손목과 어깨의 찢어지는 감각에 악-. 하고 짧은 비명을 질렀다.

이미 예슬의 엄마는 그녀의 눈에서 사라져 버린 후였다.

“가시나야! 정신 똑띠 안 차리나?!”

비린내가 풍겨오는 축축한 진흙 바닥에 내팽개쳐진 예슬은 힉. 하고 들이마신 숨을 제대로 뱉지 못하고 켁켁거리기만 했다.

여자는 구겨진 얼굴로 몸을 말고 바닥에 엎드려 있는 예슬의 등을 크게 팔을 휘둘러 내려쳤다.

쩍-. 소리와 함께 부들거리던 예슬이 다시 진흙 바닥에 널 부러지자, 여자는 예슬의 손목을 쥐고, 짐승의 목줄을 잡고 끌고 가듯 질질 끌고 갔다.

영숙이 아지매라고 불리며 생선 장사를 하고 있는 그녀는 아들 하나 딸 하나를 가진 40대의 여성이었다.

25살에 만난 그녀의 남편은 스스로를 남북전쟁 참전 용사라고 칭하며 언제나 으스대는 남자였지만, 그녀는 그런 남자가 신기했었고, 콩깍지에 씌인 것처럼 빠져들었다.

그녀가 30이 되던 날,

서양복을 입은 귀티 나는 일본 미녀가 바닥에 주저앉아 자신의 남편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녀의 남편은 그 일본 여자의 손을 잡고 떠나버렸다.

영숙이 아지매는 자신의 손에 끌려오는 여자아이의 머리를 흘깃 내려보며 중얼거렸다.

“씨팔년. 델고와도 이딴 걸 델고 오고 지랄이고.”

부스스하지만 어깨까지 흘러내리는 고운 검은색 머리카락도.

피죽도 제대로 얻어먹지 못한 것인지 7살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5살이라고 하면 믿을 모습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에서 흘러내리는, 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요염하다고 말하기에도 모자란 색기까지.

아이의 엄마하고는 전혀 닮지 않은, 그때 자신의 남편을 데리고 가버린 일본 여자에게 봤던 그 모습을.

영숙이 아지매는 어금니를 뿌드득 갈며 더욱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예슬은 자신을 바닥에 내팽개치는 여자를 훌쩍이는 콧소리를 내며 올려다보았다.

예슬의 눈에는 산처럼 거대해 보이는 여자가, 예슬의 바닥을 짚은 손앞에 소쿠리를 던지며 따가운 시선으로 아이를 노려보았다.

“저짝 가서 물고기 받아와라. 늦으면 죽도 읎다. 알긋나?”

예슬은 여자의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예슬은 눈앞에 별이 번쩍하고, 이내 자신의 뺨이 뜨겁게 타오르는 감각에 두 손을 들어 뺨을 쓰다듬었다.

예슬은 뺨을 감싼 손위로 뜨거운 감촉을 느끼며 결국 바닥에 패대기 쳐졌다.

눈앞이 까마득 해지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부들거리는 다리가, 여자의 호통에 벌떡하고 몸을 일으켰다.

“정신 차맀나 보네. 저짝이다. 모르겠으면 xx상회라고 하면 갈차 줄기다, 무슨 상회?”

예슬은 비릿하고 역겨운 입안의 맛을 느끼며, 축축해지는 입술을 오물거렸다.

그러자 여자가 다시 손을 들었고, 예슬은 혼비백산하여 상회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여자의 손바닥이 예슬의 등을 다시 퍼억하고 내려쳤다.

“퍼뜩가라!”

예슬은 소쿠리를 두 손을 안아들고 앞을 향해 달렸다.

일찌감치 고무신이 벗겨진 그녀의 발바닥에는 비린내 나는 시장 바닥의 흙탕물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을 달리며 그녀는 xx상회라는 말을 목 놓아 외쳤다.

우느라 쉰 목소리가 사람들의 귀에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지만, 그녀는 그 말만이 자신이 살기위해 놓여 진 단 하나의 수단이라는 듯 끝없이 소리 질렀다.

예슬은 피가 덕지덕지 묻은 식칼을 치켜들고 자신을 노려보는 비린내 가득 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무서웠던 건 자신을 덮치던 여자의 손이었다.

예슬은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남자 중 한 명에게 쪼르르 달려가 ‘xx상회’ 라는 말을 반복했다.

울먹거리며 삼켜내는 소리라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던 남자는 자신의 손을 앞치마에 슥슥 닦더니 예슬의 어깨에 턱 올리며 말했다.

“아가야. 숨 쉬라. 숨. 까딱하믄 넘어가긋다. 응?”

남자는 예슬의 어깨를 토닥이기 위해 손을 올렸지만 그 손은 예슬의 상체크기와 비슷했다.

남자의 손에 놀라 다시 예슬이 울먹거리자, 움찔거리던 남자는 호주머니에서 알사탕을 하나 꺼내 예슬의 눈앞에 내밀었다.

“내 아 줄라고 남겨 둔긴데. 자, 이거 먹고. 뚝 해 바라.”

예슬은 남자의 손에 들려진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것이었기에.

남자는 예슬의 부들거리는 입 안으로 알사탕을 쏙 넣어줬다.

그러자 예슬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고, 남자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씩 웃었다.

“그래서, 어데 갈라고? 심부름 하는 기가?”

그제 서야 예슬은 남자에게 또박또박 ‘xx상회’ 라는 말을 전했다.

볼과 입술이 퉁퉁붓고 피까지 머금은 아이의 말이라서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남자는 익숙한 발음이라 금세 알아듣고는 아이에게 물었다.

“응? 그기는 저짝인데? 니 왔던데 말이다.”

예슬은 머리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며 말했다.

“거기 아줌마가, 물고기, 받아 오랬으예.”

“아...그 아지매가... 결국 사고칫나.”

예슬은 남자의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 멀뚱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남자가 예슬을 내려다 보며 말했다.

“저짝 함 봐라.”

예슬은 남자가 손으로 가리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저씨 손가락 보이나?”

“예.”

“그럼 아저씨 가리킨 곳에는 뭐가 있노?”

“커다란 물고기 집이예.”

남자는 예슬의 대답에 피식 웃었다.

물고기가 담겨있는 고무대야를 보고 물고기 집이라 말하는 예슬이 너무도 귀엽게 보였다.

“그건 ‘물고기 집’이 아이라 수조통이라 카는 기다. 저기 물고기들 펄떡이는 것도 보이제? 저기 가서 ‘xx상회 아줌마가 물고기 달래요’ 카면 줄기다.”

예슬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더니 남자에게 꾸벅 상체를 숙였다.

“고맙십더. 아재예.”

남자는 예슬의 모습에 컬컬거리며 웃었고, 예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모르는 기 있음 아저씨 찾아와라. 이제 아저씨 있는 곳도 알겄제?”

“예.”

씩씩한 예슬의 대답에 흐뭇한 미소를 짓던 남자가 예슬을 다그쳤다.

예슬은 더 이상 울먹거리지 않았기에, 남자도 안심을 했다.

“얼릉가바라. 또 소리 들을라. 퍼뜩.”

“네. 아저씨. 고맙심더. 나중에 인사드리러 올께예.”

예슬은 아저씨에게 인사 후 뛰어가려다 급히 몸을 세우더니 아저씨에게 몸을 돌려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예슬이라고 합니더. 감사합니다.”


남자는 지 몸 만 한 소쿠리를 들고 급하게 뛰어가는 예슬의 뒤를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저런 애한테 뭘 시킬게 있다고. 벌써 손찌검까지 했구마.. 여편네가. 오지랖 부리봤자 내만 손핸데 눈이 안 떨어지네.”

남자는 협탁 서랍에서 알사탕 서너 개를 꺼내서 자신의 앞치마 주머니에 넣었다.

예슬은 물고기가 가득 담긴 소쿠리가 너무도 무거웠다.

소금물에 불어 터진 손가락으로 소쿠리를 잡고 질질 끌며 생선가게의 아줌마 앞에 소쿠리를 가져다 놓았을 때, 예슬은 그래도 이번에는 칭찬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짝-

예슬은 하늘을 나는 감각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 이내 가판대에 부딪힌 몸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격통에 몸을 웅크리고 뱉어지는 않는 숨을 억지로 밀어냈다.

콜록거리며 기침을 하는 예슬의 입술 끝에서 붉은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잇. 가시나가 소쿠리 다 망카트리 났네. 시팔년아! 뒤지삐라! 가시나야!”

예슬은 급히 일어나, 아줌마의 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바닥을 모았다.

손바닥을 열심히 비비며 ‘잘못했으예’라는 말을 수업이 반복했다.

등쪽에서 붉게 젖어드는 자신의 옷도, 고통과 느끼지 못한 채, 그저 손바닥을 비비며 빌었다.

아줌마는 화를 고른 후 예슬에게 이번에는 바닷물을 길러오라고 시켰다.

물통이 망가질까 불안했던 아줌마는 수레도 같이 가져가라고 시켰다.

예슬이 자신의 몸통만한 물통을 수레위에 올리고 수레를 밀자,

수레의 이가 나간 바퀴가 뱅글뱅글 돌 때 마다 수레위에 올려둔 물통이 흔들거렸다.

물통을 받치고 수레를 다시 밀려고 하자 어김없이 예슬의 귀를 찢는 호통이 들려왔다.

“이 시팔년이 어디서 농땡이를 부릴라 카노! 오늘 내 손에 뒤져 볼래!”

예슬은 부리나케 달려서 물통 하나를 더 수레에 올렸다.

“퍼뜩 갔다 와라! 늦으면 내손에 죽을 줄 알기라!”

예슬은 온힘을 다해 수레를 밀었다.

물통이 흔들거릴 때마다 몸을 흠칫 떨면서도 속도를 늦출 수는 없었다.

물을 뜨는 곳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녀 말고도 많은 사람이 물을 뜨고 있었기에.

예슬은 수레를 밀어 바닷가 앞까지 가서 물통을 내렸다.

바닷물을 퍼 담은 예슬은 물통을 다시 들어 올렸지만 물통이 꿈적도 하지 않았다.

낑낑거리며 발버둥을 치던 예슬은 손에서 힘이 풀려 물통을 놓쳐버렸고,

물통은 바닥을 뒹굴었다.

후다닥 뛰어가 다시 주어들은 물통은 군데군데가 찌그러져 있었다.

예슬의 숨이 순간 멈췄지만, 그녀는 지금보다 더 끔찍해질 상황을 그리고 있었다.

바닷가 앞으로 달려간 예슬은 찌그러진 물통에 물을 담으면서 무게를 가늠했다.

그리고 자신이 들 수 없는 무게가 되기 직전까지 물을 채우고는 물통을 끌어다 수레에 실었다.

조바심을 안고 두 개째 물통에도 물을 길은 그녀는 어금니를 깨물며 수레를 밀었다.

그리고, 물을 길어온 그녀는 다시 뺨을 맞았다.

허름한 단칸방에 던져진 예슬은 부들거리는 몸을 힘겹게 일으켰다.

“니 내일도 오늘처럼 해 바라. 진짜 내 니 직이 삘기다. 알긋나.”

푹신하지만 딱딱한 무언가가 자신의 이마를 딱 치고 바닥에 떨어졌다.

“애새끼 굶긴다고 소문나면 내만 손해지. 시팔년. 처먹고 내일 똑띠 해라!”

거칠게 닫히는 문을 보고 있던 예슬은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찐빵 하나가 먼지를 묻히며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손을 뻗어 찐빵을 쥐었지만 주먹이 쥐어지지 않아 찐빵이 손에서 빠져나갔다.

두 손바닥으로 찐빵을 감싸 들고 고개를 숙여 한입을 베어 물었다.

앙꼬도 없는 밀가루 덩어리는 목에 턱턱 막혔지만, 예슬은 계속 입을 오물거려 씹었다.

입에서 밀가루의 맛을 느끼자, 찢어진 손바닥에서 쓰라린 통증이 느껴졌다.

터진 입안에서 피비린 맛이 느껴지고 입을 오물거릴 때마다 맞은 뺨이 욱신거렸다.

맨발로 뛰어다녀 찢어진 발바닥이 불을 밟은 듯 뜨거웠다.

바닥을 뒹구느라 여기저기 부딪히고 찢어진 곳들이 비명을 지르고 싶을 정도로 아팠다.

예슬은 계속 입을 오물거렸다.

입이 말라 삼켜지지 않는 밀가루 덩어리를 계속 씹었다.

목이 메고, 눈물이 흘러 뺨을 적셔도, 계속 씹었다.

또 맞을까봐.

우는 것을 들키면 이 찐빵마저 뺏길까봐.

소리를 삼키며 찐빵을 씹고 또 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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