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政治f란기본적으로 '지배계층이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의미하지만, 사회 가치가 다원화되고 시민의 정치참여가 늘어난 현대에는'국가의 권력을 획득, 차지하고 유지하기 위한 모든 행위'이다. 정치는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 또, 넓은 의미에서 정치는 국가뿐만 아니라'어떤 조직이 나 집단 안에서의 권력관계, 의사 결정 과정, 이해관계 조정 같은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이처럼 인간이라는 동물이 가지고 있는 집단적이고 소통을 동반한 행동 양식들 흔히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가족관계에서 쉽게 발생한다. 경철이의 집안에서 또한 국회의사당 못지않게 다양한 정치질이 일어나 매번 화합보다는 갈등을 동반한 싸움들이 가정의 일환처럼 굳어졌다. 45년 만에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 피의자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을 때 이 가족들은 삼삼오오 모여 그 광경을 텔레비전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상식으로 어르신들은 보수 성향이 강하고 이야기를 할 때도 그 향이 묻어나오는데 이번 일로 더더욱 심각한 냄새가 대화에서 나와 경철의 코를 자극했다. 외할머니인 사람이 대통령이 잘못 했지만 애정이 어린 뉘앙스로 말문을 열었다. 그것을 듣고 같은 색을 가지고 있는 삼촌들이 맞짱 구를 치며 대화를 이어갔다.
“어휴~ 뭔 저리 심각한 일을 저질렀다고 난리를 피우는지 대통령이 조금 실수할 수 있지 말이야 그리고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하지 그 미미하게 해서 계엄이라고 할 수 있나?”
“그러게요. 금방 끝이 났는데 저쪽에서는 크게 부풀려서 말을 하는지 참나!”
“대통령도 참 불쌍해”
“민주당에서 얼마나 난리를 쳤으면 그 지경까지 될 때까지 마음고생 했겠어요”
듣다 보니 어이가 없어진 경철은 말문이 막혀 아무 말을 안 하고 있었다. 자기가 보기에는 명백한 실수보다는 고의 같았는데 왜 어르신들은 큰일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위기상 가만히 있어야 할 것 같아 일단 듣기로 했지만 도무지 참을 수 없었던지 버럭 화를 내며 한마디를 던진다.
“이런 씨! 잘못했으니 벌을 받죠. 대통령이 지금까지 한 게 뭐가 있어요? 허구한 날 술이나 처마시고! 이제 하다못해 계엄령까지 내리고 저게 대통령입니까?”
보고 있던 친형인 상민이 덩달아 화를 내며 다그치듯 경찰에게 말을 한다. 경철과 상민은 서로 친형제로 3살 터울이다. 원래부터 잘 안 맞았지만, 이 주제로 서로 민감한 게 반응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동생을 낮게 보는 경향이 있어 때때로 무시하는 말을 자주 하기도 한다….
“너 이 자식! 어른들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어! 말버릇 없는 놈 같으니라고 네가 지지하신 당이 바르다고 생각하느냐? 범죄자들만 가득해서는 어떻게서든 기회만 엿보는 것들인데 뭐가 잘났다고 큰소리냐!”
“에라 보수 꼴통들 이러니 나라가 망하지!”
경철은 분에 터지다 못해 화가 나서 눈에 보이는 게 없는지 버럭 언성을 높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민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이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스스로 생각하기에 같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나가 버렸다. 밖은 한참 겨울이었고 바람이 추웠고 사람들은 온통 코트나 패딩을 입고 있었고 나무들은 벗고 있었다. 경철 또한 반소매 티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체 오직 바지 안에 담배만 있었다. 경철은 매번 새해마다 금연 결심을 한다. 건강검진을 매해 하면서 다짐을 하는데 상황이 도와주지 않는 것 같다. 라이터를 꺼내 불일 붙이고 스트레스받았던 정신을 니코틴으로 씻어낸다. 그러고는 분이 아직 남아 있는지 혼잣말로 구시렁거리며 담배 연기와 짜증을 같이 뱉어낸다.
“하…. 씨”
열심히 분을 풀고 있을 때 사촌 동생이 반소매만 입고 온 경찰이 걱정되었는지 겉옷을 들고 나왔다.
“형 안 추우세요? 반소매만 입고….”
“추운 게 문제가 아니야 망할 집안 같으니라고”
동생은 아무런 말 없이 경철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한참 고등학생이고 주름이 없이 피부가 깨끗한 나이인데 집중해서 듣다 보니 눈썹 사이에 구겨진 주름만이 보였다. 얼마나 열심히 경청했는지 나중에는 입가에 주름까지 생겼다. 사촌은 경철의 말이 다 끝났는지 확인하고 타이르듯 말을 했다.
“아무리 화가 나셔도 그렇죠~ 할머니께서 형 가족들이 온다고 어제부터 얼마나 기대하셨는데요”
사촌들은 집안 제사 때문에 하루 일찍 도착했고 먼저 와서 제사에 필요한 준비들을 하고 있었다. 음식들은 대부분 숙모가 전을 굽거나 밥을 했고 떡 같은 것들은 그 전에 예약해서 받아 차례상에 같이 올렸다. 남자들은 그 차려진 밥상에 절만 하고 밥을 먹거나 술놀음을 하며 지냈다. 그래서 대부분 삼촌은 술이 덜 깬 상태로 있고 경철이 네가 왔을 때 맨정신이 아닌 상태로 맞이했다. 유일하게 정신이 멀쩡한 사람들은 조카들 그러니까 아이들밖에 없었다. 동생이 강력한 한마디를 하자 경찰은 순간 아무 말을 못 했고 말문이 막힌 채로 있었다.
“....”
그러다가 갑작스레 사촌의 안부가 궁금해진 경찰은 화제 전화를 할 겸 물어본다..
“너 요즘 공부는 잘되니? 힘든 건 없고”
동생은 웃으며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고개만 절레절레하며 아무 말 없었다. 하긴 공부도 잘하고 얼마 전에 백일장에서 상도 받았으니 좋은 대학을 갈 것이라는 느낌이 경철은 들었고 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 추워진 두 사람은 그만 이야기하고 들어가기로 마음먹는다. 엘리베이터에 탔지만 마음이 어디 불편한 경철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다. 급하게 나왔는지 덜 밀린 수염을 보며 깔끔하지 못한 집안이 끝내 싫은 것 같다. 현관문에 도착하자 살짝 망설이다가 다짐하고 문을 열었다. 텔레비전 소리는 여전히 들려 왔고 숙모들이 분주하게 음지는 모습이 집안을 더욱 소란스럽게 만들었다. 아마 밥 먹을 시간이 나 보다. 생각한 경철은 밥 먹고 집에 갈 생각만 한다. 외가 쪽 할머니의 집은 들어가자마자 화장실이 보이는데 볼일을 보시던 할아버지랑 경철은 눈이 마주친다.
“담배 좀 끊어라. 아니면 냄새라도 빼고 들어오던지”
경철은 작은 소리로 고개를 박고 네 대답만 하고 신발을 벗어 식탁에 앉아 아무 말 없이 밥만 쑤셔 넣는다. 며칠 굶은 사람처럼 옆 테이블에 있던 할머니께서 어깨를 두드리며 “많이 먹어라” 별일 아니라는 표정으로 무심하게 말을 툭 던진다. 다 먹은 경철은 부모님께 먼저 올라가겠다고 말씀드리고 가방을 가지고 집으로 택시를 타고 갔다. 집에 도착한 경철은 문득 영식을 불러 밥은 먹기로 약속한다. 때마침 영식도 심심하던 차라 잘됐다 싶어 바로 약속을 잡고 서로 만난다. 멀리서 친구 얼굴을 보고 웃음이 나오던 경철은 오랜 친구답게 비속어가 바로 나왔다..
“뭘 실실 쪼개느냐?”
“네 면상 바로 안 웃게 생겼느냐?”
“지랄 뭐 먹을래?”
“아무거나?”
“치킨 먹자”
“나 어제 먹었어.”
“잘됐네 한 번 더 먹어"
집 근처 치킨집으로 이동하고 서로 맥주 한잔을 시켜 같이 먹는다. 처음에는 농담했지만 서로 취했는지 진지한 이야기로 바꿨다.
“너 아까 표정 안 좋아 보이던데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나?”
“그러면 여기에 너 말고 더 있느냐?”
“사실 외가 쪽에서 화를 조금 냈어.”
“미친 뭐 때문에”
“아니 뉴스를 보는데 다 잘 못한 놈을 옹호하잖아. 그리고 형이 계속 내가 지지하는 쪽을 무시하니 답답해서 큰 소리 질렸어.”
“그럴 수 있지”
경철과 영식은 한참 대화를 하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밤이 무르익었고 내일 서로 일정이 있어 서로 헤어지기로 했다. 사실 노래방에 가고 싶었지만, 경찰은 학교에 가야 하고 영식은 아르바이트가 있어 서로 무리 안 하기로 하고 다음을 기약하고 나왔다.
다음날 경철은 숙취 때문에 아픈 머리를 쥐어 잡고 학교로 간다. 경철은 대학원생이고 전공은 정치외교학을 배웠다. 취업하려다 바로 회사로 가기에는 아쉬운 마음에 대학원을 진학하기로 마음먹었다, 오늘은 공부하기 위해 도서관에 들를 참이다. 어머니께서 해장국을 끓여 주셨지만 급하게 나가야 한다고 거짓말하고 급히 버스에 올라탔다. 왜냐하면, 경철의 어머니가 요리를 못한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속이 안 좋은데 먹으면 토를 할 것 같아 사양한 것이다. 빈속에 흔들리는 버스가 더 속을 흔들어 놓는다. 다행히 토는 안 나오지만 빨리 해장을 하고 싶을 뿐이다. 학교에 도착하자 근처 해장국을 시켜 먹고 도서관에 짐을 놓고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현대 정치학-4차 산업혁명과 민주주의의 연관성’
한참 논문에 집중하고 있던 경철 이에게 방해하듯 전화가 울린다. 휴대전화기를 꺼내 보니 아버지 전화다. 갑작스러운 전화에 밖을 나와 전화를 받는다.
“네 아버지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
“무슨 일 이기는 공부는 잘되는지 궁금해서 연락했지!”
“네 그럭저럭”
“너 다음 주 바쁘니?”
“아니요”
“그럼 다음 주에 밥이나 먹자”
“아버지랑 저랑 둘이서요?”
“가족들이랑 먹자 너 나중에 바쁘면 시간 내기도 어렵고 조금이라도 여유 있을 때 시간 같이 보내야지”
경철은 아버지의 약속에 그리 반갑지 않았다. 가족끼리 단합은 잘 되지만 정치적인 대화로 주제가 바뀌면 서로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도 친형 생일 때 근처 고깃집 에서 외식을 한 적 있다. 분위기가 좋을 때 뜬금없이 대화 주제가 시사 혹은 전반적인 사회 이슈로 전환 되면서 서로 의견 다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통화가 마무리되고 신세 한탄을 하며 답답한 경철은 니코틴이 당기는지 가방에 담배 꺼내 열심히 연기를 마시며 또 한 번의 한숨과 연기를 입에서 뱉어낸다. 멀리서 보면 나라 잃은 사람처럼 말이다. 다시 자리에 돌아가 논문을 마저 읽고 저녁이 될 때까지 야근하는 직장인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자 이미 어두운 저녁이 된 것을 알아차린 경철은 집에 들어가기 전에 햄버거집에서 먹고 들어가기로 한다. 유독 입맛이 어린 그는 햄버거를 자주 찾아 먹는다. 학교 정문을 나와 버스를 타 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본다. 삭막한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는다. 저녁 시간이라 다른 사람도 퇴근하는 길인지 버스 안은 피곤함으로 가득 차서 무겁게 천천히 움직인다.
‘2442’
주문한 햄버거가 나오자 경철은 허겁지겁 먹기 시작한다. 맛을 음미하는 것보다 학교 나올 때부터 배고픔이 머리를 지배해 혀로 느끼는 그것보다 배 안에 빈 것을 채우는 것이 급선무라 며칠 굶은 사람처럼 먹는다. 일단락 배를 채운 경철은 식후 땡을 하고 집에 들어간다.
며칠이 지나고 가족 외식하는 날이 왔을 때 아침부터 경철은 전날 일찍 잤지만 아침에도 피곤함을 느낀다. 아프다는 핑계로 불참하고 싶지만 가족 모임이라 어쩔 수 없이 씻고 밖을 나와 아버지의 차에 올라탄다. 집 근처 식당에 갈 것 같지만 30분 거리를 달렸고 예약한 음식점에 도착했다. 중국 음식점으로 외관은 빨간색으로 물들어 있고 안은 온통 금색과 빨간색이 눈을 아프게 만들었다. 경철은 시선을 아래로 내렸고 메뉴판에 시킨 음식이 나올 때까지 시선을 고정한 채로 있었다. 옆에 있던 아버지가 경철을 보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들 어디 아프니?”
“아뇨 괜찮아요. 다만 눈이 아파서”
경철은 음식이 나오자 조금씩 먹기 시작했고 가족관의 대화도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저번하고 비슷하게 초반 분위기는 매우 좋게 흘러갔다. 서로가 근황 이야기를 하면서 수다를 떨 것이 시작하면서 절정에 다루는 것 같았다. 그러나 저번하고 똑같이 정치 주제로 대화가 바뀌자 순식간에 얼음장이 돼버렸다. 음식점 텔레비전에서 또 한 번의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재판을 받는 장면이 나왔기 때문이다. 경철은 한숨이 저절로 나왔고 밥맛이 뚝 떨어졌다. 옆에 있던 상민은 웃다가 정색을 하면서 욕을 배설했다.
“미친놈들 나라가 좌익 빨갱이로 물들어지는구나!”
순식간에 분위기는 얼음장처럼 살벌해졌고 부모님은 그런 상민을 타이르듯 약간의 미간이 주름이 가득 찬 상태로 말을 했다.
“오랜만에 가족 외식을 하는데 말 좀 예쁘게 해라”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말이 안 되잖아요”
상민이 일장 연설을 는 놓자 어머니 아버지는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경철은 계속 듣고 있자니 속이 울렁거렸고 방금 먹었던 음식을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외식 이라 이 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아 어떻게서든 버티기로 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상민은 열심히 자기가 알고 있던 지식을 방출하듯 떠들었고 조금 지치듯 입을 닫았다. 경철은 드디어 끝났구나 싶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듣던 아버지께서 가만히 고민에 빠지듯 한 표정을 지으시다가 상민을 쳐다보고 웃기만 하셨다. 우리 가족은 밥을 다 먹고 카 페를 가기로 했다. 하지만 경철은 공부할 분량이 남아 있다며 그 자리를 떠나 버렸다. 부모님 께서 태워 주시겠다고 하셨지만 아까 일 때문에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라 혼자 가겠다고 하고 바로 버스를 타고 학교로 이동했다. 한참 자리에 앉아 이동하면서 우연히 창밖에 가족들이 오 순도순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부모로 보이는 사람은 한참 젊어 보였고 아이들은 뭐가 그리 신나 있는지 떠들고 뛰어다니며 낄낄거렸다. 경철은 그 광경을 아무 말 없이 바라만 보고 있 었다. 학교에 도착한 경철은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오늘은 논문을 읽기보다 종이, 책 을 읽고 싶고 조금 쉬어 갈 겸 아무것도 안 하기보다 뭐라도 해야 하는데 그나마 책을 읽으면 죄책감이 덜 할 것 같아 선택한 것이다. 책에 표지를 열고 읽자 가족이란 단어가 눈에서 뛰었 다. 문득 경철은 아까 있었던 일을 한 번 더 곱씹게 되었다.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들 었다. 친형 상민은 왜 그런지 아까 부모님 표정은 어떤 의미인지 한참 고심을 하던 경철은 책 을 덮고 옥상에 올라가 먼발치에 있는 풍경을 보며 또다시 담배를 태웠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전화를 걸었다. 상대는 다름 아닌 친형 상민이었다. 전화를 걸자 몇 초 뒤 상민은 받았다.
“어 형 전화 가능해?”
“응 무슨 일인데?”
“아까 식당에서 했던 말인데 굳이 가족 모임에서 그런 말을 굳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왜? 틀린 말이 아니잖아”
“아니 안 그래도 그렇지 삭막해지고 이게 뭐야?”
친형 상민은 한참을 말이 없다가 됐다고 말을 말자고 답하고 통화를 끊었다. 경철은 조금 가슴 한쪽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과연 자신이 잘한 짓 인지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해야 할 말 은혜야 하기에 정신 승리하듯 자리로 돌아가 못 읽은 책을 마저 읽었다.
*
저녁이 되고 상민은 집에 들어와 하소연하듯 분을 내뿜으며 부모님 계신 가운데 화를 내며 옷도 갈아입지 않은 체 말을 했다.
“아니! 경철이 개는 이해할 수가 없어!”
현관문이 열리고 상민이 들어와 얼굴이 붉어진 채 노발대발하며 말을 하니 그 광경을 본 아버지는 일단 화를 식혀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찬물을 가져다 상민에게 마시게 하고 그제야 화가 풀리는 듯 얼굴색이 원래 상태로 돌아오자 천천히 상황을 듣자 어로 더 달래듯 말을 했다.
“네가 형으로서 이해해라 걔가 원래 유별나잖니”
아버지께서 어르듯 말을 하니 상민은 금세 기분이 나아졌고 배가 고프다고 배달시켜 먹자고 말을 했고 아귀찜을 시켜 먹기로 했다.
경철은 한참 책에 집중하다가 밖에 풍경을 보니 어두워진 것을 보고 가방을 들고 집에 가기로 한다. 열심히 읽은 탓에 절반을 읽은 책이 미련이 남았는지 도서 사서한테 가서 책을 빌려 마 저 집에 가서 읽기로 하고 계단을 타고 내려간다. 경철이 있었던 곳은 5층으로 1층으로 내려가야 책을 빌릴 수 있다. 물론 층마다 대여할 수 있는 기계가 있지만 특이하게 경철은 사서한테 직접 빌려야 비로소 대여하는 기분이 들어서 굳이 내려가서 빌리기로 했다. 오늘 사서 선생은 남자로 종종 보이는 사람이다. 분위기는 마치 교수 같은 느낌이 난다. 반소매 셔츠에 바지는 갈색으로 누가 봐도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 같다. 책을 내려놓고 대출 날짜를 확인한 경철은 밖으로 나가서 어두워진 학교를 바라보며 주머니에 있는 담배를 꺼내 핀다. 이 시간 유일하게 밝은 물체는 가로등과 경철의 담배 불만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늘 느끼는 거지만 경철은 대낮에 피우는 담배보다 어두울 때 피우는 담배를 좋아한다. 왜냐하면, 밤이 되면 쓸쓸한 기분이 들고 그 감정을 누구보다 이해해 주는 것이 담배이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는 길 아침과 다르게 철로 한 구역 지날 때마다 진동하는 소리만 가득히 울린다. 지하철이 드디어 밖으로 나와 밖에 바람을 마주할 때 덩달아 시원함이 느껴진다. 양 갈래로 땅 위에 빌딩이 곧게 서 있는 밤이라 별이 안 보이지만 도시 건물 안에 불빛이 별을 자처하듯 밝게 빛난다. 그 중간에 강은 검은색이지만 주위 건물이 비쳐 은하수같이 보인다, 경철은 또 한 번의 자신이 좋아하는 순간이 찾아오자 아까 일은 잊은 듯 기분이 좋아진 것 같다. 다시 열차가 땅으로 들어가자 컴컴해진 유리창에 자신이 보이자 다시 중간까지 읽은 책을 꺼내 마저 읽는다. 집에 도착하자 다시 긴장된 경철은 형하고 마주칠 순간을 상상하자 진땀이 흐른다. 머리 한올 한올 곤두서기 시작하고 머릿속은 하얗게 질려버린다. 한참 고민하다 근처 공원 같은 곳에 벤치에 앉아 가족들 모두 잠자길 기다렸다 들어가려고 하고 다시 담배를 태운다. 한참을 피우고 있을 때 뒤에 누군가 말을 걸어온다….
“경철아 여기서 뭐 하니?”
상민이 집 근처에서 업무 관련 통화를 하다 목이 말라 근처 편의점에서 마실 음료를 사러 가 다 공원 같은 곳 벤치에 자기 동생을 발견하고 같이 들어가야겠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나? 그냥 한 대 피우다 들어가려고”
“그래? 같이 들어가자”
친형의 같이 들어가자는 말에 아까의 감정이 사라진 경철은 가벼운 마음으로 담배를 끄고 형과 같이 집에 들어간다. 들어가는 동안 둘은 말이 없었고 차량이 주자 하는 소리만 들렸다. 현관문에 잠금장치를 열고 들어가자 어머니 아버지는 각자 방에서 주무시고 계셨고 상민과 경철은 서로 방에서 잘 준비를 하고 잠이 든다. 한참 잠이 들었는지 눈을 떠 시간을 확인해 보니 3:30이라고 되어있었다. 아침인 줄 알았는데 새벽에 눈이 뜨진 것이다. 경철은 잠을 자려 이리저리 뒤척이며 노력을 했지만, 도무지 잠을 잘 수 없자 자리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몽상에 빠지기 시작했다. 만약에 저 천장 뒤로 사람 이 있으면 어떨까? 아니면 어떤 작은 몸통을 가진 쥐 같은 생물이 살면 어떤 모습일까 여러 가지 생각으로 상상하며 시간을 보내던 경철은 다시 시간을 확인해 보니 3:40이다. 정확히 10분이 지난 것이다. 한숨을 쉬며 어떻게 하든지 잠을 자려던 경철은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 리자 귀를 열어 듣는다. 온몸의 감각이 귀로 집중하며 그 소리에 집중한다. 너무 궁금해서 창문을 열어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경철이 듣던 소리는 비가 내릴 때 창문에 있던 철봉 같은 것이 부딪히는 소리로 창문을 닫고 있으면 마치 누군가 두드리는 것처럼 들린다. 다시 창문을 닫고 자리에 누워 눈을 감으니 드디어 깊은 잠에 빠진다. 아침이 되고 언제 잠을 뒤척였는지 모를 정도로 자는 경철을 어머니가 깨운다.
“경철아, 일어나렴 언제까지 잘 거니? 어서 밥 먹어라”
비몽사몽 한 상태로 어머니의 말을 들은 경철은 일어나 식탁으로 간다. 전날 분명히 잤지만, 중 간에 뒤척이다 자서 찌뿌드드한 몸을 부여잡고 밥 먹으러 가려고 하니 밥맛이 없을 따름이다. 식탁을 보니 콩나물국에 김치 그리고 언제 했는지 모를 상태인 계란말이가 차가워 보이는 상태로 그릇 안에 담겨있다. 의자에 앉아 숟가락을 들고 국을 먼저 입에 넣어 마신다. 뜨거운 국이 혀에 닿자 잠이 깨고 정신이 차려진 경철은 몇 숟가락만 뜨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머니께서 더 먹고 가라고 하셨지만, 배가 부르다며 일어난다. 원래 아침을 잘 안 먹기 때문이다. 경철은 씻고 가방에 짐을 정리한 뒤 다시 학교로 갈 준비를 한다. 그 모습을 보던 아버지께서 태워 주겠다고 하고 경철은 아버지의 차를 타고 학교로 간다. 아버지랑 경철은 같이 집을 나와 주차장으로 갔다. 아버지의 차는 멀리서도 잘 보일 정도로 옛날 차로 현대에서 나온 2000년대 초반에 산타페다 유일하게 앞범퍼는 주차하다 부딪쳤는지 찌그러져 있고 페인트는 조금씩 벗겨져 있다. 문을 열자 뻑뻑한 느낌이 들었고 이상한 소리도 났다. 경철은 궁금했다. 아버지께서 왜 아직도 이런 차를 타고 다니시는지 궁금했다. 차에 타서 아버지랑 경철을 몇 마디 없이 이동했다. 물론 가끔 형식적인 안부를 주고받기는 했다.
“경철아 공부는 잘되니?”
“네 잘 돼 가요 언제 졸업할지 모르겠지만요”
“아버지 차 바꾸실 생각 없으세요?”
“아직은 잘 굴러가니까? 왜? 차 바꿨으면 좋겠니?”
“그냥 궁금해서요”
계속 달리다 보니 멀리서 학교가 보였고 경철은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경철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무슨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 입을 움직이시다가 다시 굳게 다물었다. 정문에 차를 멈추고 경철은 인사를 드리고 학교로 갔다. 오늘은 지도 교수님 연구실로 가서 연구 주제 선정 관련 상담을 하러 가는 날이다. 본 건물에 들어가자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 때문에 경철의 심장 소리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한 발짝 디딜 때마다 구두를 신은 것도 애니에도 또각또각 소리가 났고 교수님의 연구실이 유난히 낯설게 느껴졌다. 문 앞에 도착하자 노크를 하고 들어갔다. 교수님께서는 컴퓨터를 뚫어져라. 보고 계셨고 경철이냐 왔는지 모르는 듯해 보였다. 문을 닫자 그제야 사람이 온 것을 확인하시고 옆에 의자를 손으로 가리켜 앉으라고 눈짓을 하셨다. 경철은 자리에 앉았다.
“밥은 먹었어? 연구 주제 고민은 해 봤니?”
“아직 잘 모르겠어요”
“도서관에 자주 가더니 아직 못 정했구나”
“어떻게 아셨어요?”
“친한 동료가 도서관에서 일하니까 너 이야기 자주 하더라”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경철은 누구일까 생각했다. 저번에 본 남자 사서 분인지 아니면 아예 다른 분인지 짐작 가는 사람이 있었지만 일단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주제를 정해야 하는데 책만 읽고 하염없이 논문만 읽고 있던 저 자신이 조금 엉성하게 느껴졌다. 교수님과 경철 사이에 정적만 흘렀고 다행히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조교라는 사람이 들 어와 무슨 종이 같은 걸 주고 다시 돌아갔다. 그녀가 돌아간 뒤 꽃내음 같은 야릇한 향이 났다. 경철은 그 향이 궁금했지만, 딱히 친한 사이가 아니라서 그냥 궁금한 채로 있었다. 교수님께서 경철을 보더니 날짜를 알려주고 이때까지 정해서 알려달라고 말씀하셨고 경철은 인사를 그리고 자리를 떠났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배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교수님하고 이야기할 때는 몰랐는데 긴장이 풀리다 보니 몸에서 에너지가 필요했는지 빨리 충전을 하라고 요동치는 휴대전화처럼 배 안이 요동쳤다. 경찰은 학교 정문을 나가 밥집을 찾기 시작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한 참 하다 눈앞에 보리밥이라고 적혀 있는 곳을 보게 되었다. 무엇에 이끌리듯 몸이 움직였고 경철은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가 가장 사람들이 많이 주문할 것 같은 돼지고기볶음을 주문했다. 경철이 앉은 자리는 행주로 닦은 지 얼마 되지 않는 상태처럼 테이블에서 물 냄새가 났다. 주인아주머니께서 물을 갖다 주시자 스테인리스스틸 컵에 물을 따르고 한잔 들이켰다. 맛이 평범한 정수 물이 아니라 보리차 같은 향이 났다. 아마 다른 걸 담았다가 남은 용기가 없자 사용한 것 같다. 밥을 기다리면서 벽에 달린 텔레비전을 보았다. 그 안에서 뉴스가 틀어져 있었고 한 연예인이 차 안에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평소 영화나 드라마를 잘 안 보는 경철한테도 알고 있는 유명한 배우였다. 그 사람이 생전 출연했던 드라마나 영화가 나왔고 그걸 보는 내내 경철은 안타까웠다. 그 사람이 죽기 전에 했던 행동들이 좋다고 평가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 있을 때 숙주가 숨어 있다가 비로소 죽었을 때 그 몸을 영양분 삼아 먹으려고 하는 언론이나 사람들에 대해 환멸을 느낄 뿐이다. 기다리다 밥이 나오자 오후에는 별다른 일정이 없어 여유롭게 먹었다. 먹는 도중 또 한 번의 전 대통령의 소식이 전해 왔다. 이제 마지막 재판으로 변호인단들이 열심히 변론하면서 무죄를 주장하고 있었다. 또 한 번의 그 사람이 파렴치하고 당당한 표정이 마음속 깊이 환멸을 느끼게 했다. 밥을 먹던 숟가락을 놓고 경철은 밖으로 나왔다. 입맛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카페로 이동을 해 커피를 기다리며 아까 먹다 남은 밥이 생각났다. 나중에 배가 고플 것 같아 빵을 같이 주문하고 의자에 다리를 꼰 채 기다리고 있다.
*
상민에게 전화 한 통이 울린다. 오늘 월말이고 거래처와 계약이 겹쳐 있어 점심도 못 먹고 일만 하고 있었다. 잠깐 당이 떨어져 책상 안 서랍에 몰래 넣어둔 초콜릿으로 점심시간 배고픔을 견뎌내고 있었다. 점심시간 지나고 2시가 되자 조금 여유가 생기자 의자에 앉아 머리를 기대고 쉬고 있던 도중 아버지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다. 상민은 갑작스러운 소식에 손이 떨렸다.
“상민아 경철이냐 교통사고 당했다고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경철인가요? 어쩌다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차가 일방적으로 경철 이를 받았다고 하더라”
“이 미친 것”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이가 서먹했던 사건은 잊고 상민을 일을 부하직원에게 맡기고 허겁지겁 달려왔다. 다행히 자동차에 기름은 남아 있었고 내비게이션으로 병원을 입력한 뒤 제한 속도를 무시한 채 열심히 밝고 달렸다. 핸들을 잡고 있던 손은 미세하게 떨렸고 온통 생각 속에 경철 생각뿐이었다. 병원 입구에 도착하자 상민은 차를 잠그는 것을 잊고 빠른 걸음으로 동생이 있는 응급실로 갔다. 다행히 경철은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고 상민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걱정하는 표정을 감춘 체 퉁명스럽게 물었다. “몸은 괜찮아?” “응 별로 아픈 데는 없어 몇 시간 뒤에 퇴원하려고” “의사가 뭐라고 하셔?” “가벼운 접촉사고라고 하던데?” 경철의 무뚝뚝한 말에 어느 정도 안심한 상민은 부모님께 전화했다. 아버지랑 어머니는 안도 하셨고 병원에 근처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계속 책을 읽고 있는 경철을 상민은 억지로 눕혔고 오늘은 제발 쉬라고 말하고 병원에 나와 부모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아버지의 차인 산타페가 들어오고 있었고 주차를 하러 지나가자 옛날 차 특유의 배기관 냄새가 났다. 구석 경차 옆에 주차하고 아버지 어머니가 같이 내렸다. 아마 병원에서 연락이 갔으니 심각한 거로 알고 일을 중단하시고 온 것 같다.
“경철이 상태는 심각하니?”
“아니야 다행히 가벼운 접촉사고라 괜찮아요”
“하…."
상민에게 사정을 듣고 안심하신듯한 부모님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방금까지 심각한 얼굴을 하면서 차에서 내리셨는데 이제야 웃음기가 겉도는 것 같았다. 부모님과 함께 상민은 경철이 가 있는 곳에 올라갔고 경철은 오히려 가족이 같이 몰려와서 조금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족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은 경철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퇴원을 하려고 하자 어머니께서 말리셨고 아버지께서도 조금 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경철은 끝내 쉬기로 했고 자리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았다. 아들의 상태를 보고 부모님께 서는 일자리로 돌아가셨고 상민 또한 자기 일터로 돌아갔다. 링거를 팔에 꽂고 있자니 불편한 경철은 책을 읽는 것을 중단하고 눈을 감은 채 자리에 가만히 누워 있었다.
퇴원 날짜가 되고 경철은 옷을 주섬주섬 입은 체 밖으로 병원 밖으로 나갔다. 오늘따라 날씨는 조금 더웠고 해가 열을 내며 추웠던 땅을 녹이고 있었다. 겉옷을 벗은 채 반소매 상태로 집으로 가려다. 다시 생각해보니 책을 반납하지 않는 게 생각이 나서 다시 학교로 달려가 읽던 책을 반납하고 집으로 갔다. 집으로 가니 상민과 어머니 아버지가 집에 계셨고 경철이 집에 온 것을 확인하자 아버지는 반가운 표정으로 밥이나 먹자고 말씀하셨고 퇴원 기념으로 가족끼리 자리에 앉아 밥을 먹었다. 그 시각 텔레비전에서는 전 대통령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판사가 판결문을 읽고 있었고 경철이네 가족 또한 숨죽이며 보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티브이 앞에 집중해서 보고 있었고 대한민국 수능 날처럼 어른들이며 학생들이 역사적인 장면을 눈으로 목도 하고 있었다. 가운데 있는 판사가 판결문을 다 읽고 최종 선고를 하자 주위에서는 함성이 들렸고 경철 이네는 조용히 바라보며 텔레비전을 끄고 먹던 밥을 마저 먹었다.
“OOO 대통령을 파면한다.”
“텔레비전 끄고 밥이나 먹자”
경철은 병원에서 굶었는지 유독 밥이 맛있게 느껴졌다. 아버지 어머니는 묵묵히 밥을 먹고 계셨고 어머니는 더 필요한 것이 없는지 물어보았다. 상민 또한 밥만 먹고 있었고 모처럼 가족끼리 식사 시간이 차분하게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