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병(鄕愁病)

by Jaepil

글이 잘 읽히지 않는다. 한 달이 넘어가는 시점 책을 펴고 첫 문단을 읽을 때 집중해서 잘 읽어진다. 그러나 조금씩 페이지 넘어갈 때쯤 서서히 정신이 다른 곳으로 향해 버린다.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해 봐도 모르겠다. 오늘은 때마침 학교 친구 영민이랑 저녁을 먹기로 해서 종로3가에서 만나기로 했다. 원래 홍대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종로구 방향이 식당 가가 즐비해 있고 직장인들이 많아 20대 초반 아이들이 많은 홍대보다 분위기가 30,40대도 많아 차분할 것 같아 결정했다. 처음 그 친구를 만난 것은 학부 때부터 친하게 지내왔다. 의대를 나왔고 지금은 강남 쪽에서 병원 의사로 일하고 있다. 생김새는 나보다 키가 크고 머리카락은 짧고 턱에는 수업 자국이 면도했음에도 검은색 점처럼 자국이 남아 있다. 안경 을 쓰고 있고 디자인은 개화기에 지식인들이 자주 쓰고 다닐 법한 모양이지만 잘 어울렸다. 나는 한참 글을 쓰고 약속 시각이 되자 지하철을 타고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영민이는 퇴근 길이라 10분 늦을 것 같다고 말하고 나는 그 시간 동안 기다리면서 주변에 있는 상점을 둘러보았다. 정확히 만나는 장소는 6번 출구 방향이고 출구 옆에는 꽃집이 밝은 조명을 비추 며 자리 잡고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보라색의 꽃들이 모여 하나의 꽃다발을 하고 있 는데 역 안의 삭막한 공기의 흐름을 정화해주는 공기청정기 같았다. 한참 꽃을 감상하고 있 다가 시계를 보니 친구가 말한 시간이 되자 멀리서 영민의 머리 스타일이 사람들 사이로 보였다. 나에게 다가오면서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었고 나는 기분 나쁘기보다는 똑같은 미소 를 지으며 영민을 반겼다. 우리는 만나서 무엇을 먹을지 정했고 냉동 삼겹살을 먹기로 했 다. 역에서 한 15분 걸렸고 걷는 동안 서로가 안부를 물었다. “요즘 잘 지내지?” “나야 뭐 똑같지 글 쓰고 공부하고” “너는 일은 잘돼?” “아니 죽겠어.” 글을 쓰는 나에게 친구의 사정을 잘 모르겠지만, 의사면 사회적으로 부럽지 않을 직업인데 죽겠다는 말이 조금은 안타까웠다. 초반에는 어색했지만 영민과 나는 대화를 하면서 대학교 시절 친했던 시간으로 돌아가는 듯했고 예의 바른 어른의 말투가 10대로 돌아갔다. 식당에 도착하자 의자에 앉아서 고기와 된장찌개를 시켰고 이상하게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물수건으로 손을 씻으며 아무 말 없이 정적이 흘렀다. 왜냐하면, 서로가 배가 고프기 때문이다. 한참을 기다리다 주문한 음식 이 나오자 숟가락으로 몇 숟갈 떠서 입으로 넣자 에너지가 발생하는지 우리는 다시 또 대화 를 나누었다. “나 요즘 글이 눈에 안 들어와” “어떻게? 너 취미가 독서잖아” “잘은 모르겠 어. 그냥 몇 페이지 읽다가 글이 뭉텅 거리듯이 보여” “너 요즘 스트레스 받아?” “글쎄..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 조금 쉬어~”영민이 의사라 조금은 전문적인 진단을 할 줄 알았는데 누구나 쉽게 이야기하는 말을 해서 살짝 나는 실망했다. 기대한 내가 바보지 더는 말을 안 하자 영민은 눈치를 챈 듯 아까 본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를 툭 던졌다. “왜 실망스 럽냐? 의사가 하는 말이 평범해서?” 귀신 같은 놈 어떻게 내 생각을 알았는지 나는 곧바로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최근 들어 무슨 글을 쓸지 고민을 하다 생각만 하느라 글 을 안 쓰고 영화만 보느라 텍스트를 가까이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뻘쭘할 것 같 아 말을 돌렸다. “너는 아까 왜 죽겠다고 말한 거야?” “일 때문에 힘든 건 아니고 얼마 전 에 여자친구랑 싸웠어” 영민의 여자친구는 3살 연하로 알고 있다. 얼마 전까지 사이좋게 사 진을 찍어 SNS에 올려 결혼하고 싶다는 등 옆에 없으면 보고 싶어 죽겠다고 생색을 내는 것 같은데 결혼까지 하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싸웠다니 왜라고 물어보니 기념일 문제로 의견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여자친구 이야기하니 술이 당기는지 영민은 소주를 주문했고 금방 술잔 두 개를 들고 아르바이트생처럼 보이는 학생이 들고 왔다. 우리는 술잔을 들고 건배는 생략하고 마셨다. 한잔 두잔 들어가니 정신연령이 낮아진 사람처럼 우리는 더 솔직해졌고 진솔한 이야기를 했다. 대학교 시절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고백하다 차인 이야기, 공간 때 술 먹다 수업시간이 되자 술 냄새를 풍기며 수업을 듣다 졸았던 일들 우리는 서로가 그 당 시만 하더라도 부끄러웠던 사건들을 나열하며 과거에 추억에 빠져 한참 시간 가는지 모른 체 대화를 나누었다. 시간이 9시가 되자 우리는 조금은 부족한지 2차를 가기로 했고 그 뒤 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서로가 무슨 말 했는지 말이다. 아침이 되고 속이 메슥거린다. 어제 너무 많이 마셨나 보다. 휴대전화기를 보니 영민은 집에 잘 들어갔는지 문자를 남겨 놓았고 나는 일어나 잘 들어갔고 이제 확인했다고 답을 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작업실로 가서 글을 마저 쓰기로 했다. 차를 타고 이동을 하고 하는 도중에도 메슥거림이 멈추지 않는다. 차를 중간에 멈춰 한번 토를 하고 갈까 고민을 하다가 그러면 위가 안 좋다는 이야기를 어 디서 들은 것 같아서 참고 작업실에 도착했다. 나는 바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서 주위 에 있는 아무 전단을 주워 그 안에 해장할 것이 어떤 게 있는지 살펴보았다. 뒤척거리다 중 국집을 발견해 주문하고 배달이 올 동안 다시 작업실 안 중고거래에서 산 침대 매트리스에 누워 속을 진정시켰다. 이 시간 오직 들리는 소리는 시계 초점이 움직이는 것 말고는 아무 런 휴식을 방해하는 잡신호는 없다. 잠깐 잠이 들었던지 밖에 오토바이 소리가 멀리서 들려 온다. 직감적으로 내가 주문한 음식이 바르다고 생각하고 일어나 문 앞에 서서 기다린다. 오토바이 소리가 근처에서 멈췄고 몇 분 뒤 계단에서 누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문을 열어 확인하고 음식을 받아 뜨거움을 느끼지 않고 바로 흡입하듯이 마셨다. 보통 음식 을 30번 이상 씹고 넘기는데 이번은 빨리 숙취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2번 씹고 바로 삼켰 다. 며칠 굶은 사람처럼 다 먹어 치운 나는 문 앞에 그릇을 두고 작업을 하려고 책상에 앉 는다. 전원이 켜지고 적재가 될 때까지 오늘은 무슨 글을 쓸지 어제 쓰다만 글을 마저 쓸지 고민이 한다. 만약 쓰다만 글을 마저 쓰면 그때의 감정이 살아나지 않아 다시 에너지를 끌 어 올려야 하고 새로운 글을 시작하면 새로운 이야깃거리와 그에 맞는 감정을 생각해 몰입 해야 한다. 아무튼 중요한 건 둘 다 에너지 소비가 있다는 것 갑자기 한숨이 저절로 나온 다. 새한 기분과 함께 다시 귀 위쪽 위치에서 두통이 몰려온다. 하…. 또 시작이네! 며칠째 같은 고통이 사람을 지치게 한다. 허리도 마찬가지로 나를 가만두지 않는다. 잠을 설친지 한 달이 넘어간다. 약을 먹지 않으면 고통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 아마 책을 읽지 못하는 것도 병의 문제가 한몫하는 것 같다. 컴퓨터에 화면이 켜지고 파일을 열어 우선 중간까지 쓰고 난 글을 천천히 읽어 본다. 하루 전에 쓰고 읽었을 때는 괜찮아 보였는데 오늘 읽으니 맞춤법이며, 문맥 표현 등이 전혀 제대로 표현되어 있지 않다. 나는 코마 상태에 빠진 글을 되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내가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사용해 어떻게 서든지 살린다. 드디어 숨을 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다시 재활해야 한다. 나머 지는 운에 맡기고 새로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무슨 주제로 할지 머리카락을 쥐 어짜며 생각해야 한다. 별의별 쓸데없는 공상들이 지나쳐간다.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가 안에서 들린다. 두리번 거리니 책상에서 휴대전화가 울리고 있었다. 모르는 번호다. 설문 조사인가 싶어 끊을까 했지만, 앞에 번호를 보니 그건 아닌 것 같 아. 전화를 받으니 중년남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혹시 통화할 수 있으 시나요?” “네 무슨 일로?” “하하 다름 아니라 특강 부탁하고 싶어서 연락 드렸어요” 특강 이라…. 그러고 보니 작년에 한 것 같은데 이번에도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어디서 하는지 물어봤다. “실례지만 어디서 하죠?” “고등학교에요” “네 알겠습니다. 자세한 일정은 문자로 보내 주세요” “감사합니다.” 고등학교 특강이라 저번에 간 곳은 중학교였다. 아이들이 얼마 나 말을 안 듣던지 정말 치가 떨릴 정도였다. 그렇지만 나이를 조금 먹은 아이들이면 말이 통하겠거니 생각한 나는 흔쾌해 수락했고 그 일정까지 준비만 하면 되었다. 아무튼, 전화를 끊고 새로운 글을 고민했다.


나는 원래부터 작가라는 직업을 할 생각은 없었다. 어렸을 때 부터 꿈은 정해져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시력이 좋지 않아 안경을 자주 쓰고 다녔는데 매 번 검사를 받으러 안과나 안경원을 우리 집 안방처럼 들락날락 걸렸다. 거기서 서랍 쪽에 만화책이 시리즈별로 쭉 나열에 있었다. 그 만화는 소방관 관련 책으로 그것을 읽을 때마다 화재 순간에 자신을 희생하며 사람을 구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그래서 나중에 크면 소 방관이 돼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다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20살이 되었을 때 전혀 다른 길로 가게 되었고 그 때문에 온종일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 이미 과거를 돌 아보았을 때 현재의 모습이 후회되거나 실망을 느끼지는 않는다. 하지만 때로는 이 길이 나에게 맞는지 고민을 할 때가 많다. 지금도 글을 쓰는 순간에도 과거의 내가 똑같은 선택을 했을까 생각한다. 강의 전화가 오고 위치가 지방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근처 묵을 곳이나 식당을 찾아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지도를 보는데 인근에 바다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약속한 날짜 이틀 전에 머리가 복잡해 휴식을 취할 겸 미리 내려갔다. 예상했던 것과 달리 조 용한 곳이었고 나는 짐을 호텔에 두고 바로 바다로 가 먼 지평선을 보고 한참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 하늘과 바다가 정확히 이등분 되어 있고 둘 다 같은 색이지만 하 나는 하늘은 밟고 바다는 약간의 어두운 계열에 색을 품고 있었다. 역시 바다라서 비린내가 풍겨왔다. 한참을 바라보다 문득 고향 생각이 났다. 부모님과 통화를 한 지 이틀이 지났는 데 내가 태어난 곳과 시작한 곳이 상태가 어떠한지 알고 싶었다. 전화할까 싶어 통화했지 만, 연락을 안 받으신다. 다음에 내려가기로 기약을 하고 배가 고파져서 밥을 먹으러 식당 을 갔다. 밥은 그저 평범한 가정식 백반으로 늙은 노부부가 하는 식당이었다. 주위를 둘러 보다 간판이 녹이 슬려 있어서 눈에서 뛰었다. 밖에서 안을 보았을 때 간판이 보였는데 메 뉴가 별로 없었고 많아 봐야 3개였다. 나는 별로 오래 인생을 살아보지는 않았지만 조금은 살아본 경험으로 이 집은 맛집이라고 감이 왔다. 틀림없었다. 분명 보기와 다르게 냄새는 나겠지만, 음식이 깊은 맛이 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가게로 들어가 자리에 앉아 어르신께 뭐가 제일 맛있느냐고 여쭈었다. 그러자 그분은 퉁명스럽게 여기는 다 맛있다고 하셨고 된 장찌개를 추천해 주셨다. 나는 어르신의 말을 믿고 주문했다. 그리고 조금은 기대했다. 몇 분이 흐르고 주방에서 내가 앉아 있는 곳까지 냄새가 진하게 풍겨오자 거의 완성 되었다고 생각했다. 되어서 어르신께서 음식을 가져오셨고 나는 들고 온 카메라로 사진을 한번 찍고 바로 한입 먹었다. 역시나 맛있었다. 하지만 약간의 조미료 맛이 혀끝에 맴돌았다. 미흡한 면도 있었지만, 만족할 맛이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바로 눕고 싶었다. 하지만 역류성 식도염 이 있어 그러기는 힘들었다. 별수 없이 앉아 있는 동안 강의 준비에 몰두하기로 했다. 가방 에 들고 온 몇 개의 강의 관련 책을 들고 읽기 시작했다. 옆에는 노트와 펜을 가지고 중요 한 부분을 메모하면서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말을 하 면서 팔은 어느 위치에 있을지, 시선은 어디에 둘지 몇 번의 상상으로 어느 정도 정리가 되 기 시작했다. 열심히 집중한 나머지 밖을 보니 해가 지고 있었다. 노을을 바라보며 아까 보 았던 청아란 바다와 하늘이 변해가는 것이 늙어가는 나 자신 같아 보였다. 멍하니 바라보니 해가 지평선 너머로 달아나 버렸고 별이 서서히 빛을 내고 있었다. 하늘은 금세 어두워졌고 사람이 만든 조명이 별과 함께 밤을 장식하고 있었다. 술을 마시고 싶었다. 가슴 한쪽 외로 움이 숨어 있다. 다시 밖으로 나와 인사를 했다. 나는 무시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를 닮아서 내가 못 보고 지나칠 수는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나의 어렸을 때 힘든 기 억을 그는 내 앞에 보여주었고 보기 싫었지만 알 수 없는 끌림에 눈으로 보게 되었다. 서서 히 집중하고 있을 때 휴대전화에서 알람이 울렸다. 나는 정신을 차렸고 다시금 강의 준비를 하려 자리에 앉았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호텔 1층에 있는 장소에서 조식을 먹었다. 이런 말을 하면 조금 그렇지만 어제 먹었던 밥과는 비교가 되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맛보다 는 빵과 커피보다 밥과 국이 더 먹고 싶었다. 매번 아침이면 속이 울렁거렸는데 그럴 때마 다 밀가루보다 쌀이 속을 편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토스트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침은 밥을 먹고 싶을 뿐이다. 특강은 점심시간이 지나고 2시에 예정되어 있다. 가서 말을 많이 해야 하므로 배를 든든하게 채워야 하기에 억지로 수저를 들었다. 밥을 다 먹고 소화 를 시킬 겸 앞에 있는 산책로에 잠시 걸었다. 오늘은 다행히 날씨가 좋아서 기분이 나쁘지 않다. 지금까지 정리한 것을 머릿속으로 한 번 더 되뇌고 어떻게 이야기할지 생각했다. 한 번 생각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기에 눈으로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시계를 보니 11시다. 나는 서둘러 방에 들어가 씻고 옷을 입고 짐을 싸 차에 올 라타 근처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다. 자리에 앉아서도 커피를 마시며 또 한 번의 생각에 빠졌다. 나는 몰랐다. 커피를 다 마셨는지, 그리고 빨대를 입으로 껌 씹듯 하고 있었는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빨대가 보통 상태가 아니었다. 그 광경을 제삼 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떨지 상상하니 웃겼다. 시계가 1시를 넘어가자 나는 학교로 향했 다. 차를 타고 달렸고 정문이 보이자 경비원 같은 사람이 무슨 일로 왔는지 물어보았다. 나 는 강의를 하러 왔다고 전했고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한 뒤 어디에 전화를 걸더니 나를 통과 시켜주었다. 학교 건물 뒤에 주차장이 있는 거기에 차를 세워 두고 교무실로 향했다. 안에 들어가니 옛날 학교 다닐 때 생각이 났다. 아이들은 수업을 듣고 있었고 나는 전화를 한 선 생님이라는 사람이 와서 어디서 강의를 할지 장소를 알려주었다. 그곳에서 시간이 되자 강 의를 했고 분위기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바라보는데 처음에는 긴장되어서 시간만 보다가 조금씩 적응이 되었는지 아이들의 표정이 보였다. 눈빛이 정말 순수해 보였다. 처음에 말을 시작할 때는 중간쯤 조는 아이들이 있으면 어떡하는지 생각했 는데 생각보다 집중을 잘 해주었다. 마지막 시간이 되자 질문이 오고 갔는데 한 아이의 질 문이 잊히지 않는다. “왜 작가가 되셨어요?” 나는 이 말에 잠깐 고민을 했다. 쉽다고 하면 쉬운 질문이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질문이었다. 정말 3초간 시간이 멈추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의 심장 소리와 아이들의 숨소리가 정밀하게 들리는 듯한 정적이었다. 정확히 2 초가 지나가자 질문한 아이를 쳐다보며 웃었다. 그리고 답을 했다.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 지어내는 것을 잘했어요. 만화나 드라마 등 항상 뒤 내용을 상상하며 하루를 보냈던 기억이 나요. 처음에는 미술을 전공했는데, 도무지 이 상상력을 뒷받침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결국 글을 통해 마음껏 생각하며 글을 쓰게 되었어요. 시간이 지나니까 작가가 되어 있더라고 요.” 솔직하게 말을 하자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는 한 걸까 고민이 들었다. 아무 튼, 이렇게 강의를 끝마치고 차를 타고 학교로 나왔다. 시간을 보니 4시 반쯤 지나 있었다. 조금만 더 머물다 갈까 했지만, 그냥 바로 집으로 가기로 했다. 고속도로를 열심히 달리며 요금소가 보인다. 여기서 바로 집으로 갈지, 아니면 작업실로 갈지 고민이 들었다. 만약 집 으로 가면 누워서 텔레비전만 볼 것 같고, 몸이 아프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뭐라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작업실로 방향을 향했다. 역시나 저녁이 되고 작업실 주변에는 주차 할 공간이 없다.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검은색 승용차가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주차 한 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작업실로 들어갔다. 내 책상 앞에 냉장고가 있다. 나는 거기서 캔맥주를 꺼내 목마른 갈증을 해소했다. 식도염이 있어서 술과 담배는 피해야 하지만 그래 도 오늘은 마시고 싶었다. 정신적으로 지치기 때문이다. 저번에 되살려 놓은 글을 마저 쓰 려고 컴퓨터를 켰다. 평소 작업을 할 때 루틴이 있다. 먼저 인터넷 기사를 살펴본다. 오늘 무슨 사건 사고가 있는지 읽으면서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바라본다. 그리고 라디오를 들으면서 계속해서 생각한다. 정확히 말하면 망상에 빠져 1시간, 2시간을 앉아 있다. 그리 고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글을 쓴다.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다시 자리에 앉아 중간에 끊긴 글을 이어서 쓴다. 이렇게 나의 하루가 마무리된다.


원래 고향에 자주 내려갔다. 학부 시절 방학만 되면 미리 기차표를 예약했고 전날 짐을 싸고 그날 설레는 마음으로 KTX에 올라타 집으로 갔다. 개인적으로 서울 중앙에 있는 한강을 기차 안에서 바라보는 그 풍경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날씨 좋 은 날 자리에 앉아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햇볕이 따뜻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 를 먹고 이 서울이라는 곳에 자리를 잡다 보니 어느새 고향으로 가는 일은 줄어들었다. 내 려 갈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잘 안되는 것이 현실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을 시작하면 서 아내를 만났고 끝내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아직 자식은 없지만, 계획 또한 없다. 마누라 는 현재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아는 지인 소개로 만났고 처음 소개팅 자리에서 이 여자 구나 싶어 바로 몇 번 만나고 고백을 했다. 그 뒤로 청혼했고 가정을 이뤄 살고 있다. 어느 날은 아내가 왜 자기랑 결혼했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나는 사실 경상도 남자라 무뚝뚝해 서 잘 표현은 못 하지만 그날따라 아내 표정이 말을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 용기 용기를 내 어 말했다. “그냥…. 예뻐서” 그 말을 들은 아내는 멋쩍은 듯이 웃었고 기분은 좋아 보였다. 다행히 질문에 대한 답을 잘한 것 같아 안심되었다. 언젠가는 아내랑 나랑 고향에 같이 내 려가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결혼한 지 5년이 되는 해이다. 어느 정도 이 사람이 무 엇을 싫어하는지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고 나 또한 같이 사는 사람하고 안 맞는 게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오늘도 작업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간다. 역시 글도 잘 읽히지 않고 한 문장 써 내려가는 것도 힘들다. 원인이 뭔지 몇 날 며칠 생각해 봐도 모르겠다.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지친 몸을 들고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연다. 열자마자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난다. 아 내가 또 무언가 굽고 있나 싶어 부엌으로 들어가 보니 긴 팔을 걷은 채 프라이팬으로 생산 같은 것을 굽고 있다. 순간 아내의 팔을 보니 많이 지금 굽고 있는 타고 있는 생선 피부와 별다를 게 없어 보인다. 연애 시절에는 누구보다 관리를 열심히 해서 찬란해 보였는데 지금 은 현실에 지쳐 피부 또한 노곤한 상태 같다. “자기야 나왔어” 아내는 나를 보고는 웃으며 옷 갈아입고 밥 먹으라고 말하며 냉장고에서 반찬 통을 꺼내 식탁에 놓으면서 프라이팬에 있던 생선을 그릇에 같이 옮겨 놓는다. “무슨 고민 있어?” 아내가 차려준 밥을 먹으면서 평 소보다 표정이 굳어 있는지 덩달아 심란한 표정으로 나한테 물어본다. 나는 어떻게 말을 해 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다 별일 없다는 듯이 웃고 넘기자 아내가 아무 말 없이 생선 한 조각 을 밥 위에 얹어 주었다. 그러고는 조금은 쉬어 한마디 하고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우리는 밥은 다 먹고 아무 말 없이 텔레비전만 보고 있었다. 나는 시선이 화면으로 향해 있었지만, 딴생각하고 있었다. 앞으로 글을 어떻게 쓸지, 그리고 무엇보다 글이 안 읽히는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아내는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조용히 쳐다보고 말을 걸었다. “지금 무슨 생각 해?”나는 당황한 나머지 아니 아무생각 안해 라고 대답했고 정적만이 우리 방안을 가 득 채웠다. 아내의 얼굴을 보니 얼굴에 주름이 미세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특히 이마 부분 이 거실 조명 빛을 받아 더욱 입체적으로 보였다. 안쓰러웠다. 더욱 좋은 남자를 만나면 이 사람이 행복했을 텐데 어쩌다 바보 같은 사람을 만나 결혼했을까. “자기는 나 만나서 행복 해?” 갑작스러운 질문에 아내는 당황한 기색이 여력 했지만 끝내 대답하지 않고 가벼운 미 소로 대답을 대신에 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작업실에 와서 글을 쓰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재능이 없는 것일까 아 니면 매너리즘에 빠진 것일까 타자를 누르면서도 고민이 떠나지 않는다. 한 페이지 넘길 때 마다 거의 10분 이상 고민하고 또 한 페이지 쓰고 고민하기를 반복한다. 매일 아내에게 이 길을 그만두고 다른 길을 갈까 봐 용기 내 말 하고 싶지만, 하루하루 늙어가는 아내를 보며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어 속병만 계속한다. 작업하다가 밥을 먹는대도 몇 숟가락 뜨다가 다 시 입맛이 없어 먹던 음식을 아깝지만, 쓰레기통에 버리고 다시 글을 쓴다. 이걸 반복하다 보니 몸무게를 재 보니 5킬로가 빠져 있다. 원래 살이 쪄서 다이어트를 결심하면서 노력에 하지만 매번 실패한다. 하지만 작업 고민하다 보니 저절로 살이 빠진다. 참으로 아이러니하 다. 원래 수필을 쓰는 사람이었다. 열심히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수필 작가로 일했지만, 고 등학교 친구가 글을 읽어 보더니 너는 소설 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해 줘서 고민 끝에 전향했다. 너무 친구 말을 믿은 걸까 봐 지금 돌이켜봐도 후회해 봐야 소용없을 것 같다. 한참을 골똘하면서 글을 쓰다 밖에 나와 산책을 하기로 하고 작업하던 것을 저장하고 나왔 다. 밖을 보니 나무마다 나뭇잎들이 갈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얼마 전까지 여름이라 에어컨 없이는 제대로 앉아 있을 수 없었는데 가을이 되자 조금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막혀 있던 코안이 가을 냄새에 뚫리는 것 같다. 작업 속도도 이렇게 막힘없었으면 좋겠다. 작업 실로 들어가 자리에 앉아 글을 쓰려 컴퓨터 전원을 켜서 저장했던 한글 프로그램을 열고 재 부팅될 때까지 기다린다. 머릿속이 온갖 생각으로 가득 차 도무지 글을 쓸 생각이 들지 않 는다. 이대로 안 될 것 같아 고민 끝에 아내한테 전화를 걸어 글이 써지지 않는다고 말을 했다. 아내는 아무 말 없다가 고민을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했다. “오랜만에 고향에 갔다. 올 래? 자기 어머니 된장찌개 좋아하잖아. 나도 먹어 보고 싶어”뜻밖에 말에 조금은 당황했다. 하지만 내심 반가웠다. 그전부터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아내 입에서 고향 이야기가 나와서 고맙기도 했다. 나는 날짜를 잡고 서둘러 어머니께 안부를 전하고 내려간다고 말씀드렸다. 어머니는 내려간다는 말에 아주 반가워하셨고 나는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고, 아내 또한 먹 어 보고 싶다고 전했다. 어머니는 알겠다고 조심해서 와라고 하셨고 나는 저녁에 집으로 가 서 아내에게 날짜를 상의해서 내려가기로 하고 이틀 뒤에 기차 자리가 남아서 우리는 미리 짐을 싸고 내려갔다. 기차를 타고 내려가는 내내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아무 생각 없이 있 었고 아내는 옆에서 잠이 들어서 미동도 없이 자고 있었다. 자는 것도 깜빡하고 도착하기 직전 잠든 것도 모른 채 자고 있던 나는 아내가 깨워주었고 일어나서 택시를 타고 부모님께 서 계신 집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가니 조금 어색했고 어머니는 나를 보자마자 안아 주셨고 짐을 집에 풀어놓고 바로 밥을 먹었다. 어머니의 된장찌개는 여전했고 아내 또한 입맛에 맞던지 말없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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