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에서 피어난 믿음

믿음이 있어서

by 윤호근

상처에서 피어난 믿음


국민학교 5학년 때였다. 옆 동네 친구가 교회를 가자고 제안했다.


"교회 가면 친구들도 많이 있고, 맛있는 것도 준다고 하더라."


우리 집에서 교회까지는 조금 떨어져 있었지만, 친구의 말이 솔깃했다. 특별할 것 없던 일상에 새로운 재미가 생길 것 같았다. 그렇게 친구를 따라 교회를 처음 가게 되었다.


교회는 생각보다 재미있는 곳이었다. 또래 친구들도 많았고, 가끔 간식도 주었다. 찬송가를 부르고 성경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몇 달을 다니며 교회 생활에 익숙해져 갔다.

그런데 5학년이 끝나가는 12월, 한 교회 친구가 내게 말했다.


"너는 교회에서 맛있는 것 주고, 크리스마스 때 선물도 주고 그러니까 그것 때문에 교회 나오는 거야?"


그 말이 내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물론 처음 교회에 나간 이유는 친구의 그런 말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름대로 교회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친구의 말은 내가 단지 이익 때문에 교회에 나오는 사람처럼 들리게 했다.


큰 상처였다. 어린 마음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처였다.

그래서 그해 크리스마스에도 가지 않았다. 6학년이 되어서도 교회 발길을 끊었다. 그 친구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정말 나는 그런 이유로만 교회에 다닌 것일까? 그런 생각에 교회 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시간이 흘러 중학교에 올라갔다. 그즈음부터 다시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누군가의 권유도 아니었고, 무언가를 얻기 위함도 아니었다. 그저 내 마음에서 우러나는 필요 때문이었다.


중학교 시절, 나는 비로소 '믿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단순히 교회에 나가는 것이 아니었다. 간식이나 선물을 받는 것과도 무관했다. 그것은 마음 깊은 곳에서 느끼는 평안이었고,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든든함이었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며 그 믿음은 더욱 깊어졌다. 친구들의 놀림을 받을 때도, 권투도장에서 맞을 때도,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도, 그 믿음이 나를 지켜주었다.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들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힘이었다.


대학교에 가서도,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그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어려움들이 그 믿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다리가 불편한 채로 살아가야 하는 현실, 때로는 차별받는 상황들, 그 모든 것들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이 바로 그 믿음이었다.


지금도 가끔 사람들이 묻는다.


"너는 교회 왜 가냐?"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믿음이 있어서."


그 믿음은 국민학교 5학년 때 그 상처에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때 받은 상처가 오히려 나로 하여금 진짜 믿음이 무엇인지 찾게 만들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이상할 수도 있지만, 그 상처 덕분에 나는 더 순수한 마음으로 믿음을 찾을 수 있었다.


어린 시절 그 친구의 말은 분명 상처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상처가 있었기에 진정한 믿음을 알게 되었다. 상처에서 피어난 믿음이 지금까지 나를 지켜주고 있다.

그 믿음으로 버텨온 세월들이 이제는 감사하다. 어려운 순간마다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인생은 충분히 살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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