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춘의 가장 소중한 기억
국민학교 6학년 1학기, 내 마음에 한 사람이 들어왔다.
같은 반 여학생이었다.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뻤던 그 아이는, 교실에서도 유독 빛이 나는 존재였다. 나는 멀찍이서 그 아이를 바라보며 혼자만의 감정에 빠져 있었다. 말 한 번 제대로 걸어본 적 없으면서도, 그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렜다.
부끄러움이 많았던 나는 그 마음을 감추기에 급급했다. 다리가 불편한 내가 과연 그런 예쁘고 똑똑한 아이에게 다가갈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더욱 움츠러들었다. 그래서 그저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그녀가 "야, 너 팔씨름 한번 해볼래?"
그 아이가 내게 다가와서는 갑자기 팔씨름을 제안했다. 아마도 다리가 불편한 내가 그 대신 팔 힘은 좋을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실제로 목발이나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상체 힘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수도 있고.
"응? 나?"
당황한 나를 보며 그 아이는 웃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았다.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처음 느껴보는 그 아이 손의 따뜻함이란. 작고 부드러운 그 손이 내 거칠고 큰 손을 감쌌을 때, 온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팔씨름이고 뭐고 상관없었다. 그저 그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 생각보다 힘이 세네?"
그 아이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모르게 힘을 주고 있었나 보다. 아니, 그보다는 그 손의 감촉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어서 제대로 된 팔씨름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날 이후 우리 사이에는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그 아이가 가끔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고, 나도 조금씩 용기를 내어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때로는 농담도 주고받고, 가끔은 그 따뜻한 손을 다시 잡을 기회도 생겼다.
그것이 내 첫사랑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첫 짝사랑이었을까.
그런데 국민학교 졸업하고, 중학교 1학년때까지만 같은 반이었다. 그리고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 마음은 계속되었다. 다행히 고등학교도 같은 학교로 진학하게 되어서, 그 아이와 계속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그 아이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공부도 잘하고 예쁜 그 아이 주변에는 늘 다른 학생들이 몰려 있었다.
나는 여전히 멀찍이서 바라보며 마음속으로만 좋아했다. 가끔 복도에서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곤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나는 마침내 용기를 냈다. 더 이상 이 마음을 혼자만 간직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졸업하기 전에, 적어도 내 마음만은 전하고 싶었다.
어느 방과 후, 나는 그 아이에게 고백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모든 말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그 아이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내 마음을 정중히 거절했다. 좋은 친구로 지내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순간 가슴이 아팠지만, 동시에 후련하기도 했다. 적어도 내 마음은 전했으니까. 그리고 그 아이가 나를 미워하지 않는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아름다운 짝사랑이었다. 비록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그 순수했던 감정들과 설렘들은 내 청춘의 가장 소중한 기억이 되었다. 특히 처음 그 아이의 손을 잡았던 그 순간의 따뜻함은, 지금도 가끔 떠올리곤 한다.
첫사랑은 대부분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경험 자체가 우리를 성장시켜 준다. 나도 그 짝사랑을 통해 사랑이 무엇인지, 그리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배울 수 있었다.
그 따뜻했던 그녀 손의 기억은 지금도 내 마음 한구석에 소중히 간직되어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