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어머니의 손맛

못난 아들을 용서해 주세요

by 윤호근

지금의 50대 후반이 된 지금도 가끔 어머니의 손맛이 그립다.


어머니는 정말 손맛이 좋으셨다. 신기하게도 간장이나 고추장, 된장, 소금 같은 양념을 특별히 많이 쓰시는 것 같지 않은데도, 어머니 손을 거쳐 나온 음식들은 세상 어떤 맛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마치 어머니의 손에서 마법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김치든 깍두기든, 각종 나물이든, 어머니가 만드신 것들은 모두 다 맛있었다. 특히 나물을 무치실 때 어머니의 손놀림을 지켜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것저것 조금씩 넣어가며 손으로 버무리시는데, 그때마다 나물들이 완전히 다른 요리로 변신했다.


우리 집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식재료는 멸치였다. 아버지가 멸치잡이를 하셨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우리 집 식탁에는 늘 멸치가 올라왔다. 멸치볶음, 멸칫국, 멸치무침... 어머니는 멸치 하나로도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내셨다.


그중에서도 어머니가 볶아주신 멸치볶음은 정말 일품이었다. 달콤하면서도 고소하고, 씹을수록 감칠맛이 났다. 그 멸치볶음은 내가 국민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동안 변함없는 도시락 반찬이었다.


처음에는 매일 똑같은 반찬이 지겨웠다. 다른 친구들은 계란말이도 싸 오고, 산에서 캔 나물도 싸 오고, 김치나 다른 여러 반찬들을 번갈아가며 싸왔는데, 나는 늘 멸치였으니까. 그래서 친구들과 반찬을 바꿔 먹는 일이 많았다.


"야, 너 멸치 줘. 나 계란말이 줄게."


"나는 김치 줄 테니까 멸치 좀 줘."


그렇게 서로 바꿔 먹곤 했는데, 신기하게도 친구들이 내 멸치를 먹고는 "야, 너네 어머니가 멸치볶음 정말 잘하시네"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때서야 우리 어머니의 멸치볶음이 특별하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멸치볶음 속에는 어머니의 사랑이 듬뿍 담겨 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셔서 멸치를 하나하나 골라내시고, 정성스럽게 볶으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내가 학교에서 맛있게 먹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드셨을 그 음식들.


그때는 몰랐다. 매일 같은 반찬이 지겨워서 투정을 부리기도 했는데, 그 모든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어머니가 직접 손으로 만들어주신 음식을 매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


어머니는 이제 하늘나라에 계신다. 50대 후반이 된 지금도 가끔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워진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어머니가 만들어주셨던 그 맛은 따라 할 수 없다. 특히 그 멸치볶음의 맛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


요즘도 시장에서 멸치를 사서 볶아보곤 한다. 어머니를 따라 이것저것 넣어보고, 기억 속 그 맛을 재현해 보려고 애써본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어머니의 그 손맛은 나오지 않는다. 아마도 그 속에는 양념이 아닌 다른 것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사랑이라는 양념 말이다.


어머니의 손맛은 단순히 음식의 맛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식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었고, 정성의 결과였다. 그래서 지금도 그 맛이 그리운 것이 아닐까.


하늘에 계신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만들어주셨던 그 따뜻한 손맛이 그립습니다. 매일 똑같은 멸치볶음이라고 투정 부렸던 못난 아들을 용서해 주세요. 이제야 그 모든 것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달았습니다.


언젠가 다시 만나는 날, 어머니의 그 손맛을 다시 느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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