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 되찾는 의지

절대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고

by 윤호근

나는 국민학교 3학년과 4학년. 그 2년은 내 인생에서 거의 공백과 같았다.


다리 사고 이후 몸이 불편해진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공부하기 싫었다. 왜? 공부해야 하나? 교실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웠다. 다른 아이들처럼 활발하게 뛰어다닐 수 없는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졌고, 점점 뒤처지는 수업 내용은 더욱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학교에 더욱더 가지 않았다. 3학년 때도, 4학년 때도 한두 번 정도 교실에 나타났을 뿐이었다. 담임선생님의 얼굴조차 제대로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다. 아마 선생님도 나를 잘 모르셨을 것이다. 출석부에는 내 이름이 있었지만, 그 자리는 늘 비어있었으니까.


아침이면 다른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모습을 보곤 했었다. 가방을 메고 뛰어가는 모습들이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들었다. 오늘도 그 복잡하고 어려운 세계에 발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말이다.


집에서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때로는 그냥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냈다. 부모님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셨지만, 강요하지는 않으셨다. 아마도 내 상황을 이해하고 계셨던 것 같다.


그렇게 2년이 흘렀다.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국민학교 5학년이 되어 있었다. 시간은 내가 멈춰 있는 동안에도 계속 흘러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깨달았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것을 5학년 첫날, 나는 학교에 갔다. 오랜만에 보는 교실은 낯설었지만, 이상하게도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새 담임선생님은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셨고,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주었다.


그날부터 나는 단 한 번도 지각하거나 결석하지 않았다. 6학년이 될 때까지, 졸업할 때까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교에 다녔다.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학교로 향하는 그 시간들이 소중했다.


3, 4학년 때 배우지 못한 것들을 따라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부했다. 구구단부터 다시 외우고, 받아쓰기 연습을 하고, 교과서를 반복해서 읽었다. 다른 아이들이 이미 아는 것들을 혼자 뒤늦게 배워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수업 시간에는 최대한 집중했다. 선생님의 말씀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고, 모르는 것은 쉬는 시간에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처음에는 부끄러웠지만, 점차 당당해졌다. 늦게 시작했을 뿐이지, 배우려는 마음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5학년과 6학년을 보냈다. 매일 학교에 가고, 수업에 참여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보낸 그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몰랐었다. 3, 4학년 때 놓쳤던 시간들이 아깝긴 했지만, 그 공백이 있었기에 지금의 간절함도 생긴 것 같았다.


졸업식 날, 졸업장을 받아 들일 때의 기분을 잊을 수 없다. 비록 늦었지만 나도 해냈다는 뿌듯함, 그리고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마음속에서 솟아올랐다.


2년의 공백은 분명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때로는 멈춤이 있어야 진짜 시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배웠다.


국민학교를 졸업하며 나는 다짐했다. 앞으로는 절대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고. 불편한 다리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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