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좋은 친구로
우리 집 뒤쪽에 살던 깨댕이 친구가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놀고 함께 자라왔지만, 국민학교 때는 같은 반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우리의 우정은 변함없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갈래길에 섰다. 나는 우리 지역 고등학교로, 그 친구는 부산해고 향했다. 그때부터 우리의 인생 항로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 친구는 해고를 졸업한 후 마도로스가 되었다. 무역선을 타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일을 시작했다. 망망대해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큰 꿈을 키워나가던 그 친구의 모습이 부러웠다.
가끔 긴 항해를 마치고 돌아온 그 친구는 내게 세계 각국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다양한 문화와 인종들의 특성, 그들의 삶의 모습들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그의 이야기는 늘 흥미진진했다. 좁은 동네에서만 살아온 내게는 그 모든 것이 신기하고 부러웠다.
"너 정말 대단하다. 나는 이 동네에서만 살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그 친구는 웃으며 말했다. "각자의 삶이 있는 거지."
어느 날, 그 친구가 특별한 추억 하나를 털어놓았다. 20대 초반, 아프리카 케이프타운에 정박했을 때의 일이었다. 휴가를 받아 밤에 술을 마시며 놀다가, 어떤 흑인 여성에게 잡혀서 밤을 새웠다는 이야기였다.
"정말 잊을 수 없는 밤이었어. 지구 반대편에서 만난 인연이라니."
그의 얼굴에는 추억에 잠긴 미소가 번졌다. 젊은 시절의 모험담이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그 친구는 해양경찰이 되었다. 바다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선택한 것이다. 지금도 해양경찰관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공부를 열심히 했던 그 성실함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추억을 추억으로 간직하며 우리의 삶은 어느덧 중년을 넘어섰다. 이제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가끔 만나면 퇴직 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퇴직하면 뭐 할 거냐?"
"음, 세계여행이나 갈까? 아니면 또 다른 일을 시작할까?"
그 친구는 청렴 강사로 일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해양경찰로서 쌓아온 경험과 청렴한 공직 생활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싶다는 것이다. 역시 그 다운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퇴직 준비를 해야 하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는 정하지 못했다. 장애인 교사로서의 경험을 살려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긴 하지만,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너는 정말 많은 걸 경험했구나."
그 친구의 인생을 보면서 늘 감탄하게 된다. 어린 시절 같은 동네에서 자랐지만, 그는 세계 곳곳을 누비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바다라는 무대에서 펼쳐진 그의 인생 항해는 정말 역동적이었다.
반면 나는 한 곳에 머물며 나름의 삶을 살아왔다. 장애인 아이들을 가르치며 보람을 느끼고, 작은 변화들을 만들어왔다. 그것 또한 의미 있는 항해였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인생의 새로운 항로를 준비하고 있다. 젊은 시절의 모험담을 추억 삼아,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계획하고 있다.
그 친구가 세계 곳곳에서 경험한 것들을, 이제는 후배들에게 전수하려 한다. 나 역시 내가 걸어온 길에서 얻은 것들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
바다를 품고 살아온 친구와 땅에 발을 딛고 살아온 내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여전히 좋은 친구로 남아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앞으로도 각자의 새로운 항해가 계속될 것이다. 그 친구는 그의 방식으로, 나는 나의 방식으로. 하지만 가끔 만나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어린 시절 그 깨댕이 친구들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