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 위의 새로운 시작

모든 경험들이 나를 성장하게..

by 윤호근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가장 큰 걱정거리는 중학교가 국민학교 보다 멀었다. 국민학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중학교는 너무 멀었다. 불편한 다리로는 매일 그 거리를 걸어 다니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때 생각난 것이 자전거였다. 하지만 나는 자전거를 탈 줄 몰랐다. 다른 아이들은 언제부터인가 당연하게 자전거를 타고 다녔지만, 나에게는 그런 기회가 없었다. 다리 사고 이후로는 더욱 그런 것들을 시도해 볼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그런 내게 자전거를 가르쳐준 것은 동네 친구가 있었다. 나와 같은 나이지만 나보다 한 살 일찍 초등학교에 입학한 친구였다. 그래서 항상 그 친구가 나보다 한 발 앞서 있는 것 같았다.


그 친구는 정말 똑똑했었다. 공부도 잘했고, 무엇이든 금세 배웠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 친구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그 친구 집에서 자는 날이 우리 집에서 자는 날보다 더 많았을 정도였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놀고, 방학숙제도 그 친구 것을 보며 따라 쓰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때는 그게 자연스러웠다.


그 친구가 나에게 "야, 친구야 너도 자전거 배워봐."


중학교 입학을 앞둔 어느 날, 그 친구가 말했다. 자신의 자전거를 내밀며 타보라고 했다. 처음에는 두려웠다. 다리가 불편한 내가 과연 균형을 잡을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친구가 계속 격려해 주었다.

sticker sticker

"괜찮아, 내가 뒤에서 잡아줄게."


친구는 자전거 뒤편을 잡고 함께 뛰어주었다. 처음에는 비틀거렸지만, 점차 요령을 터득해 갔다. 페달을 밟는 느낌, 핸들로 방향을 조절하는 방법, 그리고 가장 중요한 균형 잡기까지. 며칠을 연습한 끝에 드디어 혼자서도 탈 수 있게 되었다.


그 순간의 짜릿함을 잊을 수 없다. 두 바퀴 위에서 느끼는 자유로움과 성취감이란!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세상이 빠르게 지나가는 그 느낌이 너무나 좋았다. 불편한 다리에도 불구하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 후에 나는 엄마에게 "엄마, 자전거 사주세요."


집에 돌아와서 어머니께 간곡히 부탁드렸다. 중학교가 멀어서 자전거가 필요하다고, 그리고 이제 탈 줄도 안다고 말씀드렸다. 어머니는 잠시 고민하시더니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래, 열심히 다녀라."


며칠 후, 새 자전거가 집 앞에 도착했다. 파란색 자전거였는데,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그날 밤 나는 자전거를 안고 잠들고 싶을 정도로 기뻤다.


중학교 첫 등교 날, 나는 자전거에 올라탔다. 페달을 밟으며 학교로 향하는 길은 설렘 그 자체였다. 바람을 가르며 달려가는 느낌이 마치 날아가는 것 같았다. 다리가 불편해서 걷기 힘들었던 그 거리를, 이제는 자전거로 쉽게 갈 수 있었다.


자전거는 단순한 교통수단 이상의 의미였다. 그것은 내게 자신감을 주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주었다. 무엇보다 친구가 가르쳐준 그 기술과 경험이 새로운 시작의 발판이 되어주었다.


그 친구에게는 지금도 고마운 마음이다. 공부뿐만 아니라 삶의 여러 가지를 가르쳐준 소중한 존재였다. 비록 그 친구의 숙제를 베껴 쓰기도 했고, 그 친구에게 많이 의존하며 살았지만, 그 모든 경험들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다.


중학교 3년 동안 그 자전거와 함께했다. 아침마다 페달을 밟으며 학교로 향하는 그 시간들이 내 청춘의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두 바퀴 위에서 시작된 새로운 도전, 그것이 나의 중학교 시절을 열어주었다.


이전 15화칠 각 폐, 촌놈들의 광주 원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