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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woo May 01. 2023

역사, 위기, 후회_2

역사적 사고와 논술_Archive

15.

 지난 날을 통해 미래를 볼 수 있는가만약 인류가, 우리의 역사가 Marx의 말처럼 단선적인 경로를 거친다면, 확실하게, 내다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그렇지 않았고,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역사 역시 자연의 일부이기에, 초(超)거시적인 관점에서 하나의 법칙이 있을 것이지만, 그 수준은, 삶과 죽음을 예측하는 선, 그 이상이 될 수 없을 것이다.


16.

 그러나 이를 조금 좁혀서, 선택의 순간에 내가 가질 수 있는 강점으로 작동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역사를 자연의 법칙으로 해석하기 이전에, 결국 ‘사람’이 해 온 일이라는 사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20세기의 사람도, 19세기의 사람도, 심지어 기원전의 사람도 결국은 인간이다. 모두가 선택의순간에 압박을 느끼고, 그 선택에 따른 후회를 한다. 다만 사회적 배경의 차이에 기인하는 정도의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


17.

 결국 역사는 인류의 시간의 흔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으며, 나는 내가 공부하고 싶은 역사를 ‘후회의 역사’로 결론지을 수 있었다.


18.

 후회(後悔). 일이 지난 뒤에 잘못을 깨치고 뉘우침. 


19.

 이 후회를 역사 속에서 정의하는 일로부터 이 공부는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전술한 것처럼, 결국 인간이 빚어낸 이 시간의 흐름은 역사가 되었기에, 그 속에 수없이 많은 후회가 있음은 자명하다. 결국 인간의 역사는 셀 수 없는 사건인 동시에, 셀 수 없을 만큼의 후회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나의 후회 역시 그 속에 일부로서 시간의 흐름 속의 아주 작은 역사가 될 것이다.


20.

 사적(史的) 방법론을 나의 삶 속에 가져와 적용한 것과 마찬가지로, 나의 인생이 역사의 일부라는 생각은 귀납적인 측면에서, 나의 상황을 규정할 수 있다면, 역사 속 다른 이들의 선택의 결과를 바탕으로 나에게 최선의 해결책을 찾고 선택할 수 있는 경험적인 근거로 작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21.

 이를 위해 나는 성공한 선택이 아닌 실패한 선택의 역사를 공부하고자 한다. 다니엘 핑크는 그의 책 ‘후회의 재발견’을 통해 제대로 된 후회가 의사결정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다양한 업무 수행 능력을 높일 수 있으며, 삶의 의미와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조금 더 확장해서, ‘나’의 개인적인 후회는 완결되지 않은 사건의 중간에 문득 찾아오는 나의 내면적인 상태이다. 그러나 역사 속 사건을 후회의 관점에서 들여다보게 된다면 시간의 흐름 속 완결된 사건에 아쉬웠던 점 혹은 개선의 지점들을 ‘후회’할 수 있게 되어, 더욱 완결성 있는 후회를 할 수 있을 것이다.


22.

 성공의 역사, 빛나는 민족의 역사 혹은 실패의 역사(痛史)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 반성의 의미와는 다르다. 단편적인 역사가 아닌 그 속에서 어떤 사고 과정과 아쉬움, 거시적인 측면에서 더 보완할 수 있을 법한 지점들을 ‘나였다면’ 혹은 ‘유사한 일이 현대에도 반복된다면 그 시류 속에서 나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었을까’에 대한 조금은 개인적인 공부가 될 것이다.


23.

 다시 말해, ‘위기의 역사’를 공부하고 싶다. ‘역사’라는 범주 안에서 인간이 남긴 자취를 탐험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기에, 국사, 동양사, 서양사 등 범위를 가리지 않고 싶다. 시기 역시 제한하고 싶지 않다. 비교적 최근의 역사부터 조금 더 원론적인 상황까지 폭 넓은 시간 속에서 어떤 위기를 인류가 어떻게 해쳐 나갔는지를 살피고 싶다.


24.

 조금은 실천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자는 이야기와도 다르다. 과거에 인류가 맞이한 위기가 반복되리라는 위험한 확신에 찬 생각 역시 아니다.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위기가 언제든 인류에게, 적어도 나에게는 찾아온다. 인류에게 찾아올 거대한 위기가 아니더라도, 나에게 찾아올 아주 작은 위기이더라도 결국 인간이기에 맞이하는 위기이기에, 아주 같지 않더라도 낯선 새로움에 대응할 힘을 기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25.

 맞이하는 위기를 해결해서 성장하든, 이겨내지 못하고 주저앉든, 이미 지나간 시간의 일이기 때문에 그 속의 인간이 어떤 대응을 펼쳤는지 우리는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내가 공부하고 싶은 역사가 여기에 있다. 그 인간 혹은 우리 인류가 어떻게 문제를 잘 헤쳐 나갔는지 역시 중요하겠지만, 그 속에서 어떤 후회를 했으며 우리는 그 후회를 어떻게 하면 되풀이하지 않겠는가에 더욱 집중하고 싶다.


26.

 ‘교육’의 입장에서도, 위기 속의 후회에 대한 실천의 생각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교과서 속 이야기가 굳게 사실이라고 믿고, 단순히 그것을 암기하는 것이 성취의 목표가 아니라, 국민 기초 소양을 명분으로 수능 필수 교과에 한국사를 지정한 것과 같이, 거대한 불확실성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에게 지난날의 위기를 우리가 어떻게 헤쳐 나갔는지 살피고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는 고민을 할 기회를 주는 것 역시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27.

 내가 공부하고 싶은 역사.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나의 4년을 규정하리라 생각한다. 4년의 과정 이후에 그 역사를 공부할 수 있었는지를 비롯하여, 그 역사가 어떤 가치를 4년후의 나에게 가져올지 역시 궁금하다.


28.

 시도해보지 않은 방법론이자 규정할 수 없는 분야에 대한 공부이기에 내가 진정 이 공부를 해낼 수 있을지 아직은 너무나 불확실하다. 그러나 역사공부를 계속할 4년간, 아니 더욱 긴 시간 동안 마주할 사건들에서 한 번 쯤 이러한 관점을 작동시킬 수만 있다면, 실패의 고통 없이 하나의 후회와 하나의 성장을 마주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꿈을 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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