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과 불만사이

#30-1

by 이로

날씨가 나를 노린다

영국인들은 하루에 최소 세 번 날씨 불평을 한다고들 하지만, 한국인인 나에 비하면 그들은 성인군자나 다름없다.

나는 물 마시듯 날씨를 씹어댄다.

"습도가 왜 이래? 찜통이야.", "칼바람 때문에 귀 떨어지겠네.", "미세먼지 때문에 목구멍에 모래가 씹혀."

나에게 구름은 거만하고, 장마는 무례하며, 늦가을 서리는 가르치려 드는 기분이 든다.

지난 화요일 전까지는 이게 그저 일상적인 한국인의 소일거리인 줄 알았다.

하지만 종로 한복판에서 내 우산을 바람이 채가듯이 날려버린 그날 아침, 나는 깨달았다.

날씨가 나를 향해 복수극을 시작했다는 것을.


우산의 반란과 애정결핍인 안개

내 9,900원짜리 편의점 우산이 마치 나를 암살하려 고용된 킬러처럼 내 손가락을 꽉 씹으며 접혀버렸다. 내가 비명을 지르며 우산을 떨어뜨리자, 기다렸다는 듯 돌풍이 불어와 우산을 광화문 광장 쪽으로 굴려 버렸다.

처음에는 평범한 안개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안개는 의도가 있었다.

90cm 너비의 빽빽한 안개 뭉치가 내 어깨 바로 뒤에 딱 붙어 따라왔다.

내가 빨리 걸으면 안개도 빨리 흘렀다. 내가 멈추면 그놈은 내 등 뒤에 부드럽게 부딪히더니 미안하다는 듯 그 자리에 머물렀다.

"난 집착하는 날씨는 질색이야." 내가 경고했다.

안개는 상처받은 듯 파르르 떨었다. 내가 편의점 'GS25'에 도착했을 때, 놈은 자동문에 몸을 밀착시키며 안으로 스며들려 애썼다.

"기다려. 넌 1+1행사 상품 필요 없잖아." 안개는 슬프게 일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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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우박과 스토킹 햇빛

주중에는 우박이 쏟아졌다. 평범한 우박이 아니었다. 뾰족한 단검 같은 우박이 내 관자놀이를 정확히 가격했다. "진짜로? 이건 좀 공격적이잖아!" 내가 구름을 향해 소리쳤다.

햇빛은 또 어떤가. 선비 같은 안색을 가진 나를, 햇빛은 집요하게 따라다녔다. 오직 나만을 비추는 단 하나의 황금색 스포트라이트가 지하철역 출구, 빵집 통로, 심지어 치과 대기실까지 따라왔다.

"엄마, 저 아저씨 몸에서 빛이 나." 옆에 앉은 꼬마가 말했다. 햇살은 자랑스러운 듯 더 밝아졌다. 나는 폭발했다. "무시하든 스토킹하든 하나만 해! 한 주에 둘 다 하는 건 반칙이잖아!“

명동 비둘기 습격 사건

다음 날 오후, 나는 강도를 당했다. 갓 튀겨낸, 김이 모락모락 나고 황금빛 설탕이 뿌려진 완벽한 명동 꽈배기 한 봉지를 막 샀을 때였다. 첫 조각을 입에 넣으려는 순간, 돌풍이 덮쳤다. 이 순간만을 위해 훈련된 기상 시스템처럼 정밀하게, 밑에서부터 폭풍이 몰아쳤다.

꽈배기는 공중으로 솟구쳤고, 그곳엔 놈들이 있었다. 명동의 지배자, 비둘기들. 대략 열 마리 정도가 대오를 갖춰 움직이는 꼴이 마치 집단 폭력배 같았다. 아수라장이었다. 뚱뚱한 비둘기 한 마리는 떨어진 꽈배기 조각을 차지하기 위해 구르기까지 시전했다. 한 놈은 내 신발 위에 당당히 내려앉아 꽈배기를 움켜쥐고 내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내가 이겼다. 그리고 넌 구경만 했지.


신(God)과의 대면

집에 도착했을 때 나는 격분해 있었다. 현관문을 열 때 빗방울 하나가 내 이마에 정확히 떨어졌을 때, 나는 소리쳤다.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비가 멈췄다. 그리고 내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적당히 좀 하지."

현관 등 아래 서 있는 남자는 신분증을 내보였다.

[기상청 천상 본부 — 신 등급: 9급 서기보]

"자,"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의 그 수많은 악플 중 어떤 게 나를 한계까지 몰아붙였을까?" 그는 젖은 폴더를 홱 열었다.

"화요일: '이 이슬비는 옹졸하다.' 수요일: '이런 바람은 누가 결재한 거야?'"

"진짜 의미로 한 말이 아니었어요!" 내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다른 신들은 모른단 말이야! 전쟁의 신은 나를 '물찌질이'라고 부르고, 사랑의 여신은 나를 '습기 변태'라고 부른다고! 단 한 명도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인사고과에서 최하점을 받았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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