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과 불만 사이

#30-5

by 이로

수용소 밖의 세상

나는 지상으로 돌아왔다. 강남역 거리는 여전히 "죽겠다", "대박이다", "미쳤다"는 말들로 가득했다. 나는 그 아수라장 속에서 평화로운 '팩트 폭격기'로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해 우편함을 확인했을 때, 수용소에서 온 수료증과 함께 작은 쪽지가 들어있었다.

"사실 당신의 말에 마법이 깃든 게 아닙니다. 당신이 수용소에 있는 동안 우리는 당신의 뇌에 '초 지능형 홀로그램 발생기'를 심었습니다. 당신이 말하면 주위의 드론들이 기상 현상을 조작하고, 나노 로봇들이 물체를 움직였던 거죠. 우리는 그저 당신처럼 불평 많은 사람을 교정하기 위한 '국가 프로젝트: 바른 말 고운 말'의 실험체로 당신을 쓴 것뿐입니다. 이제 실험은 종료되었습니다. 마음껏 불평하세요!"

나는 쪽지를 읽고 멍해졌다. 그럼, 그동안 내가 겪은 돈벼락과 싱크홀과 안개의 집착이 전부 국가 예산으로 만들어진 쇼였다고?

나는 하늘을 향해 분노를 터뜨리려다 멈췄다. 그리고 입가에 묘한 미소를 지었다. "국가 예산이라고? 그럼 내 세금이 내 머리를 때린 거네?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오네."

순간, 내 입이 다시 접착제로 붙인 듯 쩍 달라붙었다.

쪽지 뒷면에 작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추신: 아, 깜빡했네. '말문 막힘' 기능은 영구 옵션입니다. 이건 예산이 남아서 그냥 서비스로 넣어드렸어요. 불평하지 마세요!

나는 붙어버린 입을 손으로 부여잡고, 여전히 거만하게 떠 있는 구름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말이 안 나오니 몸으로라도 불평해야 했으니까.

말문이 막힌 채 한 달을 살았다. 배가 고파도 "여기 국밥 한 그릇이요"라고 말하지 못해 키오스크 앞에서 눈물을 흘렸고, 발을 밟혀도 "악!" 소리를 못 내어 혼자 탭댄스를 추듯 발을 굴렀다. 내 세금으로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든 '국가 프로젝트'와 기상 신들의 합작품에 나는 정식으로 반기를 들기로 했다.

나는 대필 작가를 고용해 소장을 작성했다. 피고는 '기상 운영국' 및 '천상 언어 정화 위원회'. 사건명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 및 행복 추구권 침해에 따른 언어권 복구 청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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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지하 7,777층 '심판의 전당'

나는 9급 기상 신의 안내(라기보다는 연행)를 받아 서초동 대법원 지하 깊숙한 곳에 숨겨진 신들의 의회에 도착했다. 그곳은 그리스 신전과 한국 전통 관아를 섞어놓은 듯한 묘한 분위기였다.

판사석에는 세 명의 대신(大神)이 앉아 있었다.

좌판사: '침묵의 신' (말을 아예 안 함)

우판사: '비유의 신' (말을 너무 어렵게 함)

재판장: '법조문과 계약의 신' (가장 깐깐함)

나는 내 대변인으로 고용한 '9급 신'을 툭 쳤다.

그는 한숨을 쉬며 내 상황을 대변하기 시작했다.

"불평할 자유도 인권이다"

"재판장님, 이 인간은 비록 입이 거칠고 불평이 많으나, 그것은 한국이라는 고도의 스트레스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일종의 '배기 시스템'이었습니다. 입을 봉인한 것은 자동차의 머플러를 용접한 것과 같습니다. 이대로 두면 폭발할 것입니다!"

재판장이 돋보기를 고쳐 쓰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원고는 지난번 '말이 씨가 되는 저주'를 이용해 부당한 재산 이득(돈벼락 요청 등)을 취하려 한 전적이 있지 않은가?"

나는 필사적으로 스케치북에 글씨를 써서 들어 올렸다. [그건 물리 법칙을 무시한 '돈벼락'이었으니 오히려 내가 피해자다! 그리고 내 세금이 투입된 프로젝트라며!]

우판사인 비유의 신이 거들었다. "언어는 마음의 거울이거늘, 거울이 깨져 파편이 튀었다면 그 파편을 치우는 것이 순리가 아니겠는가? 싹이 노란 나무는 베어내는 것이 숲을 위한 길이지."

나는 다시 스케치북을 넘겼다. [나무가 노란 건 미세먼지 때문이다! 숲을 위한다면 공기 청정기나 돌려라!]

의회 여기저기서 신들이 웅성거렸다. "말문이 막혀도 성격은 여전하구먼."


신들의 '업무 태만' 폭로

재판은 나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나는 수용소에 있을 때 몰래 입수한 '기상 운영국 내부 감사 보고서'를 스케치북 사이에 끼워 가져왔다.

나는 그것을 번쩍 들었다. 9급 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야, 야! 그건 왜 네가 가지고 있어?"

보고서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기상 운영국은 매년 '한국인의 불평'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이를 '신성 에너지'로 변환해 신들의 냉난방비로 유용하고 있음.]

즉, 내가 날씨에 대해 불평할 때마다 발생하는 짜증 섞인 에너지가 신들의 사무실 에어컨을 돌리는 동력이었다. 내가 입을 닫으면 신들의 에너지 공급원 하나가 끊기는 셈이었다.

"재판장님!" 9급 신이 다급하게 가로챘다. "이건 국가 보안 사항입니다!"

나는 스케치북에 마지막 일갈을 적었다. [내 불평으로 에어컨 빵빵하게 돌리면서, 불평한다고 입을 막아? 이건 '갑질'을 넘어선 '신질'이다! 당장 입 열어라, 안 그러면 이 보고서 인스타그램에 뿌린다!]

"제한적 발언권의 회복"

신들은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보고서가 유출되면 신선계 전체의 도덕성에 치명타였다. 마침내 재판장이 방망이를 두드렸다.

"판결한다. 원고의 입을 다시 열어주기로 한다. 단, 조건이 있다. 원고의 불평은 신성 에너지 효율이 매우 높으므로, 하루에 최소 10번 이상은 날씨에 대해 불평해야 한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라고요?" (말이 나왔다!)

"대신, 과격한 비유나 현실 조작을 일으키는 '강조 표현'은 70% 감쇠시킨다. 즉, '돈벼락'이라고 말하면 하늘에서 10원짜리 딱 하나가 떨어질 것이고, '땅이 꺼지겠다'라고 하면 보도블록이 1mm 정도 흔들릴 것이다. 이것은 원고의 안전과 신들의 에너지 수급을 위한 절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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