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
서울 지하 444층 '언어 정화 수용소'
눈을 떠보니 사방이 하얀 방이었다. 가구도 없고, 오직 벽면에 ‘침묵은 금이다’라는 문구만 적혀 있었다. 그곳은 일반적인 감옥이 아니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내뱉는 독설, 과장, 비속어들이 물리적인 '오물'로 변해 벽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기괴한 수용소였다.
교도소장 격인 인물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는 목소리가 없었다. 대신 가슴에 달린 스피커에서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환영한다. 이곳은 '한국인 전용 과장 및 허언 교정 구역'이다. 너는 오늘부터 '문자 그대로의 삶'을 훈련받는다."
제1 단계 훈련: 식사 시간의 공포
첫 번째 훈련은 식사였다.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었던 나는 배식구로 나온 밍밍한 죽을 보고 나도 모르게 투덜거렸다. "아, 진짜 간에 기별도 안 가겠네."
그 순간, 내 간에서 '띠링' 하는 알림음이 울렸다. 내 시야에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알림: 간에 '죽'의 도착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간은 현재 당신이 단식 중인 줄 알고 비상 모드에 돌입합니다.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지고 식은땀이 흘렀다. "간아! 미안해! 지금 죽 들어간다! 들리니?"라고 소리치고 나서야 기운이 돌아왔다. 이곳에서는 내 몸 장기들조차 내 말을 문자 그대로 믿고 파업을 선언했다.
제2 단계 훈련: 비유법 금지 구역
수용소의 중앙 홀에는 다른 입소자들이 있었다. 한 남자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라고 욕했다가, 실제로 정수리에서 피가 멈추지 않아 하루 종일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또 다른 여자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자식"이라고 말하는 바람에, 눈동자 안에 작은 아기 피규어가 들어가 눈을 깜빡일 때마다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교관이 외쳤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비유다! 비유를 버려라! 사실만을 말해라!"
나는 연습했다.
"배고파 죽겠다." 대신 "위장이 비어 있어 다소 불쾌하다."
"미치겠다" 대신 "상황이 내 예상과 달라 당황스럽다."
"대박이다" 대신 "확률적으로 희귀한 사건이 발생했다."
최종 시험: '진심의 방'
일주일간의 지옥 같은 훈련 끝에 마지막 시험이 찾아왔다. 9급 신이 다시 나타나 내게 물었다. "자, 이제 밖으로 나갈 준비가 됐나? 마지막으로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봐. 단, 조금이라도 과장이 섞이면 넌 평생 여기서 '간에 기별 안 가는' 죽만 먹어야 해."
나는 심호흡을 했다. 평소 같았으면 "당신 덕분에 새사람 됐어요!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게요!"라고 화려한 미사여구를 늘어놨을 것이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내 몸이 진짜 '새'로 변하거나, 내 기억 저장 장치에 '9급 신'의 얼굴이 영구 문신처럼 박힐 것이 뻔했다.
나는 아주 담백하게 입을 열었다. "당신을 만나서 매우 당황스러웠지만, 덕분에 내 언어 습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내 말이 타인에게 미칠 물리적 타격을 고려하며 살겠습니다."
신이 실망한 듯 입을 삐죽거렸다. "쳇, 재미없게끔. 통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