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과 불만사이

#30-6

by 이로

다시 시작된 일상

나는 지상으로 돌아왔다. 입이 열리자마자 처음 한 말은 "아, 진짜 재판 한번 더럽게 길었네"였다. 그러자 내 발밑의 흙이 아주 살짝, 개미가 밟은 것만큼 툭 내려앉았다.

9급 기상 신이 내 옆에서 투덜거리며 나타났다. "네 덕분에 나 경위서 썼다. 이제 만족해? 그리고 약속 지켜라. 오늘치 에너지 모자라니까 빨리 날씨 욕 좀 해봐. 지금 신계 에어컨 온도 올라가고 있다고."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은 여전히 거만했고, 태양은 우쭐거리고 있었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아, 오늘 습도 진짜... 적당히 짜증 나네."

하늘에서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시원한 미풍이 불어왔다. 신들이 에너지를 얻어 에어컨을 돌리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나는 이제 내 불평이 우주의 동력이 된다는 묘한 사명감을 안고, 당당하게 불평하며 강남대로를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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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이란 건, 보아하니 이렇게 서로의 치부를 이용하며 이루어지는 모양이다.

신들과의 재판에서 승소한 이후, 내 인생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신들은 내 불평이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불순물이 전혀 섞이지 않은 '고농축 순수 분노 에너지'라는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결국 기상 운영국은 나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해왔다.

"이봐, 어차피 평생 할 불평인데, 아예 사업으로 키워보지 않겠어?"

그렇게 나는 서울 성수동의 폐공장을 개조해 세계 최초의 불평 발전소를 세우고 사장으로 취임했다.

"여러분의 짜증이 세상을 밝힙니다"

취임식 날, 나는 명품 정장 대신 가장 불편한 거친 모직 코트를 입고 나타났다. 사장이 편안하면 에너지가 안 나오기 때문이다. 내 집무실 의자는 일부러 다리 길이를 1cm 다르게 설계했다. 앉을 때마다 덜컹거리는 그 미세한 짜증이 우리 발전소의 초기 기동 에너지가 된다.

9급 기상 신은 이제 내 밑에서 '상무'로 일하고 있다. 그는 내 책상에 산더미 같은 서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사장님, 신계 에어컨 가동률이 200%를 넘어섰습니다. 요즘 지구가 너무 더워서 신들이 난리예요. 오늘치 불평 좀 시원하게 뽑아주시죠."

나는 덜컹거리는 의자에 앉아, 미지근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얼음이 다 녹아 밍밍한 상태)를 한 모금 마신 뒤 가슴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에너지를 뱉었다.

"아, 이 집 커피 진짜 '돈 아깝게' 맛없네. 컵 홀더는 왜 자꾸 빠지는 거야?"

순간, 발전소 중앙에 있는 거대한 '짜증 축전기'의 바늘이 미친 듯이 회전하며 보라색 불꽃을 튀겼다. 신계의 에어컨이 "위잉-" 하며 시원하게 돌아가는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리는 듯했다.


'불평 구독 서비스'

나 혼자만의 불평으로는 신계의 막대한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다. 나는 사업을 확장했다. 이름하여 '전 국민 불평 대행 및 에너지 수확 서비스'.

나는 월요일 아침 8시의 지옥철, 점심시간의 대기 줄, 그리고 명절의 경부고속도로에 '에너지 추출 안테나'를 설치했다. 사람들의 입에서 "아, 미치겠네", "진짜 안 움직이냐?"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우리 발전소의 계량기는 실시간으로 올라갔다.

사업은 대박이 났다. 나는 이제 '불평계의 일론 머스크'로 불리며 신들에게 에너지를 비싼 값에 팔아넘겼다. "제우스 님, 이번 주 번개 충전 비용이 입금 안 됐네요? 자꾸 이러시면 올림포스 전력 끊어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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