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구의 사람들

#031-2

by 이로

대호의 어머니는 동네 어귀에서 아들을 맞이했다. 아들의 관 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어머니 앞에, 백구가 다가갔다. 어머니는 짐승처럼 울부짖다가, 아들의 군번줄을 목에 건 백구를 보고 멈칫했다.

"네가 대호가 말하던 그 백구구나."

어머니는 흙먼지투성이인 백구를 끌어안았다. 백구는 어머니의 품에 머리를 파묻었다. 대호가 남긴 유일한 흔적, 대호의 사랑을 이어받은 유일한 생명이었다.

그 후로 수십 년이 흘렀다. 백구는 늙어 주둥이가 하얗게 셌고, 어머니는 지팡이 없이는 걷지 못할 만큼 노쇠했다. 어머니는 매일 밤, 잠들기 전, 아들의 편지에서 읽은 대로 백구의 귀 뒤를 긁어주고 짤랑거리는 군번줄이 달린 목줄을 풀어 협탁 위에 놓았다.

pic031-2.PNG

"대호야, 네 친구는 내가 잘 돌보고 있다."

어느 겨울 새벽, 온 세상이 하얗게 눈으로 덮인 날이었다. 어머니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협탁 위의 목줄이 사라졌었다. 백구도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는 직감했다.

"백구가 대호를 만나러 갔구나."

백구의 사체가 발견된 다음 날, 묘지 관리소는 분주해졌다. 단순한 유기견의 죽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녀석이 마지막까지 입에 물고 있던 그 군번줄, 꽁꽁 얼어붙은 얼음 속에 갇혀 있던 그 낡은 쇳조각 때문이었다.

관리인은 군번줄을 정성스레 닦아 그 위에 새겨진 이름과 군번을 확인했다. 그리고 기록실로 달려가 1950년대의 전사자 명부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그 시각, 집에서 백구의 소식을 기다리던 어머니는 요양원 침대 옆 협탁에 놓인 아들의 마지막 편지를 다시 꺼내 읽고 있었다. 수천 번을 읽어 종이가 너덜너덜해진, 그 낡은 편지의 마지막 구절은 이러했다.

"…어머니, 이곳은 너무나 춥고 무섭습니다. 하지만 백구가 제 곁을 지켜주니 견딜 수 있어요. 만약 제가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백구가 군번줄을 가지고 어머니를 찾아갈 겁니다. 녀석의 목에 제 군번줄을 걸어두었으니, 그걸 보시면 저인 줄 아세요. 녀석은 제 분신과 같습니다."

어머니는 눈물을 훔치며 생각했다. '백구가 드디어 대호에게 군번줄을 돌려주러 갔구나.'

하지만 바로 그 순간, 관리실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수화기 너머의 관리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믿기 힘든 사실을 전했다.

"어르신,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비석 앞에 놓여 있던 그 군번줄 말입니다. 저희가 명부를 확인해 보니 그 군번은 전사한 아드님, 김대호 병장의 것이 아닙니다."

어머니의 손에서 편지가 툭 떨어졌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우리 대호가 백구 목에 걸어준 건데."

"아닙니다, 어르신. 그 군번줄에 새겨진 이름은 '김대호'가 아니라, '박철수', 당시 대호 병장의 소대원이었던 사람의 것입니다. 그리고 더 이상한 건…."관리인이 말을 잇지 못하고 침을 삼켰다.

"박철수 씨의 기록을 보니, 그는 전사자가 아닙니다. 그는 전쟁터에서 전우의 시신 아래 숨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귀환했고, 40년 전에 이미 노환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의 눈이 크게 떠졌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만약 그 군번줄이 대호의 것이 아니라면, 대호는 누구를 구하고 죽었단 말인가? 그리고 백구는 왜 엉뚱한 사람의 군번줄을 50년 넘게 목에 걸고 있었단 말인가?

작가의 이전글백구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