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구의 사람들

#031-3

by 이로

진실은 백구가 묻힌 자리에서 나온 유품 속에서 밝혀졌다. 백구의 합장을 위해 대호의 묘소를 아주 살짝 파냈을 때, 대호의 유골함 옆에는 또 다른 작은 상자 하나가 이미 묻혀 있었다. 50년 전, 대호를 안치할 때 누군가 몰래 넣어둔 상자였다.

그 안에는 빛바랜 흑백 사진 한 장과 피 묻은 쪽지가 들어있었다. 사진 속에는 대호가 아닌, 전혀 모르는 얼굴의 젊은 병사가 백구를 안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쪽지에는 떨리는 필체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대호야, 미안하다. 네가 나를 살리기 위해 포탄을 몸으로 막았을 때, 사실 나는 무서워서 네 밑에 숨어 있었다. 네가 지키려던 그 강아지 '백구'와 함께 말이다. 백구를 키운 건 나였는데 죽은 건 너였구나. 네가 죽고 나서 나는 평생을 죄책감 속에 살았다. 너의 이름으로 살았고, 네 어머니를 내 어머니처럼 돌봤다. 네가 남긴 마지막 유언이 '어머니를 부탁한다'였기에 나는 내 군번줄을 이 녀석에게 걸어 대호의 백구인 것처럼 꾸며 어머니께 보냈다. 나는 평생 대호로 살다 가련다. 어머니, 저를 용서하지 마세요. 사실 전 대호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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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모든 조각이 맞춰졌다. 50년 동안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던 그 '백구'는 대호가 구한 개가 아니었다. 대호가 살려낸 비겁한 전우 박철수가, 자신의 죄책감을 씻기 위해 대호의 이름을 빌려 보낸 '사죄의 선물'이자 '감시자'였다.

백구가 묘비 앞에서 죽은 것은 50년 동안 가짜 아들 노릇을 하며 어머니를 속였다는, 주인 박철수의 마지막 참회였다.

늙은 어머니는 창밖의 눈을 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래서 네 녀석 눈이 그렇게 슬펐던 게냐. 너도 평생 거짓말을 하느라 고생 많았겠구나."

어머니는 협탁 위의 편지를 불태웠다. 가짜 아들의 편지도, 가짜 백구의 충성도, 이제는 상관없었다. 그 가짜들이 없었다면 어머니는 50년의 지옥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기에.

밖에는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이제는 진짜 대호와 그를 배신했던 박철수, 그리고 그 사이에서 길을 잃었던 백구가 함께 눈을 맞으며 침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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