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관한 소고
이어서 러셀은 불행의 원인 중, '피해망상'에 대해 언급한다. 피해망상에는 중증과 경증이 있는데, 중증은 의료적 행위가 필요하니 차치하더라도, 경증의 피해망상 또한 불행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주위에서 자신은 늘 다른 사람들의 배은망덕하고 무자비하고 배신적인 행위에 피해를 입고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다 듣고나면 아무리 운이 나빠도 늘 그렇게 많은 악당을 만난다는 게 가능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
후에 다른 스토리로 자세히 풀어쓸 예정이지만, 과거 내가 함께 근무했던 어떤 과장님은 경증에서 중증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피해망상 환자였다고 본다. 입만 열면, 그리고 업무시간만 끝나면 나를 붙들고 본인이 그날 또는 과거에 받은 피해(?)에 대해 줄줄히 하소연하기 시작한다.
본인이 이렇게나 다른 직원에게 도움을 주고 자비(?)를 베풀었는데도, 돌아오는 것은 부당한 대우와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심리, 그리고 자신을 홀대했다는 모멸감에 대한 분노라고 늘 얘기했다.
물론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아예 없는 이야기를 지어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앞뒤 맥락을 다 자르고 한 두가지 포인트만 과장하여 불만을 얘기하는 것이다. 어떻게 인과관계가 형성되었고 자신이 거기에 어떤 원인을 제공했으며, 전후사정이 어떻게 됐는 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상대방의 과실에 대해서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난 그저 열심히 호의를 베풀었는데 배신을 당했다는 레파토리의 반복일 뿐
나 또한 그분에게 서운한 감정이 적지 않았다. 그분이야 나름대로 내가 잘 맞춰주니까 내게 호의를 가졌는지는 몰라도, 내가 그분에게 잘 맞춰드렸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나는 그만큼 힘들었다는 것이다. 업무시간 끝나면 집에 가야하는데 붙들고 이야기하니 퇴근을 못하고, 나는 다른 직원을 그렇게 악의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데 동조를 강요(?)하고, 무엇보다 같은 이야기를 수십번 반복해서 듣는 고통은 견디기 힘들다.
우리들은 사회생활을 하며 어떻게든 타인에 대한 기대와 실망을 겪는다. 나는 상대방에게 이 정도의 호의를 베풀어줬는데, 돌아오는 것은 감사하기는 커녕 오히려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추가로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비난이다. 상대방에게 이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하면, 상대방은 오히려 그 서운함을 토로하는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위와 같은 마음은 나 또한 회사생활을 하며 여러차례 겪은 바이고, 마찬가지로 상대방에게 오히려 서운하다는 공격(?)를 받은 적도 많다. 러셀은 이를 다음과 같이 풀어내고 있다.
당신은 그 행동이 못마땅하겠지만, 상대방 입장에서 보면 당신이 한 행동이 못마땅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당신이 입을 열지 않았던 99번의 행동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당신이 입을 열었던 100번째 일에 대해서만 알고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는 나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원리인데,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인 마인드와 시야를 갖기 마련이고 남이 내게 해준 것보다 내가 남에게 해준 것을 더욱 확대해서 보기 마련이다. 또한, 상대방이 내가 참았던 99번의 행동에 대해서는 알 턱이 없고(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므로), 그 한 번의 행위에 대해서만 무척이나 서운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모든 사람이 마술처럼 상대방의 생각을 훤히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거의 모든 친구관계가 깨지는 일이 일어날 것이다.
결국 러셀은 피해망상이 자신이 가진 장점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자신의 약간의 선의를 확대해석 하고, 남들이 생각했던 혹은 참았던 당신의 부조리한 행동은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이다.
자신의 장점에 대한 과장은 권력욕의 방식으로 드러나기도 하는데, 그들은 선행을 원치않는 사람에게 베풀고 그들이 고마워하지 않는것에 대해 당황한다는 것이다. 남들에게 유익할 거라고 믿는 어떤 행동을 하면서 실제로는 이를 통해 권력욕을 느끼기 위해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러셀은 사람들이 결국엔 깨달을 것이라고 한다.아무리 상대의 마음가짐을 다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지라도, 결국 우리는 친구 한 명 없는 세상은 도저히 참고 살수 없다고 생각하고, 서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숨기기 위한 눈속임을 할 필요없이, 서로를 좋아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러셀은 피해망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마음가짐을 가지라고 한다. 내가 피해를 받는다고 생각될 때마다 이 마음가짐을 늘 되새기면, 마음을 다스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당신의 동기는 당신이 생각한것만큼 이타적이지 않다.
둘째 당신의 장점을 과대평가 하지마라
셋째,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당신 자신과 마찬가지로 관심을 가지고있다고 상상하지 마라
넷째, 대부분 사람들이 당신을 해코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만큼 당신에게 골몰하고있다고 생각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