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관한 소고
러셀을 통해 알아보는 알리오올리오의 행복론 제3탄은 '경쟁의 철학에 오염된 세상'이다.
러셀은 현대사회에서 더 이상 사람들은 '생존경쟁'에 치여 굶어죽을 염려는 없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과거와 같이 굶어죽는 생존경쟁이 아니라, '옆 사람을 뛰어넘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 이다.
러셀은 어느 사업가의 일상을 논하는데, 그가 논하는 사업가의 삶은 대략적인 한국사회의 형상과 일치한다. 가족들이 단잠에 빠져있을 이른 아침부터 사무실로 나가 뛰어난 사무처리능력을 발휘하고, 단호한 지시를 내리며 약삭빠르면서도 과묵하게 업무를 협의하고 거래처와 점심을 먹고.. 집에 와서도 그는 점점 외로워지고 관심은 사업(일)로만 집중되기에 이른다.
거의 올해 나의 일상루틴과 일치한다. 물론 내가 이를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서 대단히 성공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어쨌든 나에게 주어진 미션을 무탈하게 완수하고자 하는 동기가 있고 원체 부여된 업무의 양과 난이도가 높다보니 모든 에너지가 일에 집중되기에 이른다. 자연스레 집, 가정과는 멀어지고 집에 와서도 업무가 머릿속을 떠다니고 사라지지 않는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내가 옆 사람을 '의식'하여 일을 하느라 행복과 멀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음 논거를 보자.
"현대인들은 돈이 있으면 그것을 이용해 더 많은 돈을 벌고, 돈이 많은 것을 과시하면서 이제껏 엇비슷하게 살던 사람들은 따돌린 채 호사스럽게 살기를 원한다"
그의 주장은 결국 돈의 규모에 의해 내가 남들에게 소위 '추앙'받는 정도가 결정되기 때문에, 내가 먹고살 걱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현대인들은 돈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나의 행복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
내가 불행했던 이유? 위처럼 회사 일에 정신이 팔리고 집에 와서도 그 일이 떠나지 않고.. 의 반복이었고, 나는 이로 인해 피폐해진 나의 육체와 정신적 피로, 그리고 자존감을 소위 다른 '루트'를 통해 회복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 돌파구가 바로 '돈'이었다.
어려운 회사 일을 하며 나는 내내 자존감 부족에 시달렸다. 일을 어떻게 처리해도 미스가 나고 빵구가 나며, 나 혼자서 스무스하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난이도와 양이 아니었다. 때문에 계속 자괴감이 들었고 자존감도 바닥을 찍었다. 이 때 나는 나를 증명해보일 수 있는 수단으로 '재테크의 성공'을 찾았다. 부동산과 주식 재테크에서 멋지게 성공하면, 나 스스로도 자존감을 높일 수 있고, 외적으로도 성공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의 자존감을 낮췄던 다른 요인은 직장이다. 내가 비록 목표로 하는 곳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현 직장이 대단히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체계적이지 않은 업무, 과도한 개인 업무량, 부족한 인수인계, 향후 관리자 승진 시 지방발령 가능성 등.. 장점이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나의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과거 나와 비슷한 위치에 있다고 여겨졌던(?) 친구들은 소위 전문직 공부에 투자하여 전문직종이 되거나, 소위 더 나은(?) 네임밸류가 있는 직장을 많이 구하였다. 하다못해 현 직장에서 이직을 계획한 동기, 선후배들도 목표로 한 곳을 이뤄 이직에 성공했다.
이런 과정에서 직장의 사회적 위치와 거듭된 이직실패, 여기에 직장 내에서의 업무과중이 맞물려 나의 자존감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후두려맞은 것이다. 나만의 삶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이 있었다면, 이러한 잡음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내겐 그런 것이 없었고 주변의 상황변화에 따라 갈대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는 처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내 무너진 자존감을 보상받고자 내 행복을 갉아먹는 선택을 계속 해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