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반추] 버트란트 러셀, 행복의 정복(5)

행복에 관한 소고

by 알리오올리오


#3. 습관화된 경쟁심, 그리고 권태


흥미로운 점은 러셀은 이 "습관화된 경쟁심"을 바탕으로 인류의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자연선택설에 따라서, 경쟁을 추구하는 종은 결국 멸종한다는 것이다

경쟁이 유일한 가치인 종은, 지나친 신경피로와 과민현상 등으로 적절한 '재생산'을 이루어내지 못하고, 끝내 도태되어 자손을 남기지 못하게된다. 결국 경쟁말고 다른 가치를 추구한 종만이 재생산에 성공해, 경쟁유일의 가치는 향후 사회에서 사라지거나 약화될 것이라는 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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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지 않은가?

이 논리를 처음 읽고 든 생각은 바로 대한민국 이었다. 우리나라의 출산률 저하는 새삼스러운 소식이 아니다. 이제 단순한 걱정을 떠나서 진심으로 국가의 존립을 걱정할 정도의 뉴스거리가 됐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각종 출산률 제고 정책과 혜택, 심지어 이민까지 다양한 해법이 논의중에 있다.


아쉽게도 러셀의 지적은 멀리 갈 것도 없이 대한민국에서 입증되어 버렸으며, 또 아쉽게도 대한민국은 경쟁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가 나타나는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이다.


물론 출산률 저하의 모든 원인이 습관화된 경쟁뿐이라고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직감적으로 안다. 넘쳐나는 SNS와 끝없는 비교. 남들처럼 키우지 못할 바에야, 아니면 나 자신의 불행을 자식에게까지 물려주기 싫다는 마음으로 아이를 아예 낫지 않겠다는 우리들의 마음가짐과 유사한 점이 적지 않다.


나 또한 반 장난삼아 위와 같은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데, 이미 러셀이 전개했던 논리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위와 같이 이뤄지지 말란 보장은 결코 없다. 자연선택은 가치가 아니라 그저 '현상'일 뿐이고, 실제로 그 현상은 이미 한창 진행중에 있으니깐. 한 세대 후에 대한민국 구성과 사회 분위기는 어떻게 될 지 궁금하다.


설령, 성공해도 권태의 재물이 되고 만다

러셀이 결국 주창하는 바는 건전하고 조용한 즐거움을 인생의 이상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경쟁으로 피로해진 사람들은 새로운 자극을 끝없이 탐닉한다. 오늘날 쉽게 접하는 유튜브 쇼츠, 인스타 릴스, 그리고 여러 연예인들의 마약설.. 성공을 이룬 자는 쾌락과 더 큰 자극에 탐닉하게 되고, 성공을 이루든 이루지 못하든 '습관화된 경쟁심' 과 이로 인한 '신경쇠약과 피로'로 인해 권태의 재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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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자극과 욕망이 과거 인류에게 없던 것도 아니다. 그리고 권태와 단조로움이 무조건 좋은 것만도 아니다. 그러나 이 단조로움을 견디는 능력이 없이는, 우리는 끊임없이 자극을 추구하게 될 수 밖에 없고, 러셀도 책에서 지적하듯, 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백인들이 전해준 술을 처음으로 맛보았을 때, 원주민들은 술이야말로 오랫동안 겪어왔던 지루함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임을 깨달았다. 그들은 정부의 규제가 있을 때를 제외하곤 늘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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