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관한 소고
러셀은 이어서 현대인들의 불행의 원인 중 하나인 '걱정'에 대해 언급한다.
사람을 상하게 하는 것은 과로가 아니라, 걱정이나 불안이다
현대사회는 과거 농경사회처럼 지나친 과로의 위험성이 현저히 적으며, 도시노동자, 사무직 등은 늘 신경과민 상태에 있다고 설명한다. 끊임없는 낯선사람과의 조우를 통한 스캐닝, 업무활동을 위한 본능 억제, 해고에 대한 두려움 등.
그들은 늘 신경과민상태에 있으며, 재밌는 것은 단순 종사자가 아닌 사장도, 아니 금수저도 각자의 위치에서 걱정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이다.(물론 러셀은 금수저들의 걱정을 '어리석은 생활을 하고 있는 부자들이라 폄하했다)
러셀은 걱정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신적 훈련'을 강조한다. 그 훈련법은 첫째, 걱정하는 문제가 사실은 그리 대단치 않은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일상을 되돌아봐도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당시에는 잠을 못 이룰만큼 심했던 걱정도, 몇 달, 아니 며칠 후에만 다시 곱씹어봐도 그 정도까지의 걱정이 아니었었던 경험이 쉽게 있을 것이다. 러셀은 이를 "우주적 중요성을 가지는 일이 우리에게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라고 표현한다.
두번째 훈련법으로는, 어차피 고민해도 답이 안 나온다는 것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퇴근하고 하루종일 고민한들 막혀있던 업무의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적시에 효율적으로 집중적으로 고민을 해서 적절한 해결책을 빠르게 도출하는 것이 최대한 고민을 효율적으로 줄이는 길이라고 러셀은 주장한다.
나의 지난 2년 간은 걱정으로 점철된 세월이었다
지원탈락에 왜 본인이 지원탈락자냐고 항의하던 민원, 돈 달라고 시위하던 민원, 왜 건물이 안 올라가냐는 민원, 설계가 잘못됐다는 민원, 발주가 안 됐다는 민원.. 모든 일이 민원이었고 모든 비난은 다 내게로 돌아왔다.
제도가 그런 걸, 규정이 그런 걸, 전임자가 그렇게 해놓고 간 걸 나보고 어쩌란 말이오ㅠ 모든 일의 단 눈꼽만큼도 내 자의를 들이지 않고 규정과 절차대로 했는데, 각종 민원이 들어왔고 이에 대한 비난은 담당자, 실무자인 내가 감수해야했다.
차라리 내 개인사업이면, 내가 사장이면 골치아파서라도 자의적인 해결책을 도모했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회사에서 시키는 일을 해야하는, 그것도 '규정과 절차'가 어떻게보면 '결과물' 보다도 더 중요한 '공공기관'에서 일을 해야하는 실무자 입장에서 보면, 본질적인 해결은 안 되고 그냥 시쳇말로 규정가지고 다이다이 붙어야하는(?) 상황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민원인들에게 이미 결과를 뒤집을 수 있을 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빈정을 상하게 했고, 그것을 앙갚음 하는 것만 중요할 뿐. 싸움을 좋아하지 않고 평화를 좋아하던 내게 이는 엄청난 스트레스 상황이었고, 퇴근해서 집에 가도 "내일 그 민원 또 어떻게 대처하지?" 고민의 연속이었다.
물론 러셀은 고민을 유보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정신적 훈련을 통해 가능하다고도 한다. 사실 카네기의 '자기관리론'에도 걱정에 대해 러셀과 유사한 주장이 나온다. 맞는 말이다. 걱정상황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고, 그렇다 집에 걱정을 싸매고간들 걱정이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그들의 말대로, '걱정이 우주적 관점에서 그다지 중요한 일은 아니고', '어차피 바로 해결은 안 되니 컴팩트하게 고민하여 해결하는 것이 상책'이다.
얼마 전, 1년 전에 업무 관련하여 미팅을 진행했으나 최종적으로 거래가 불발된 거래처 담당자가 느닷없이 밤 아주 늦게 전화가 걸려왔다. 받지 않았으나, 며칠 후에 다시 밤늦게 전화가 걸려왔다. 용무가 있으면 낮에 전화를 걸면 될텐데, 왜 이 밤늦게 전화하지? 작년에 미팅 후 거래불발된 것에 앙심이 있나? 거래처 결정은 내가 임의로 한 것도 아닌도 아닌데 왜 그러지? 그러면 왜 이제와서? 왜 사무실로 안 하고 내 개인전화로? 전화온 것을 보고 온갖 생각이 다 들어 잠을 못 이뤘다.
그렇게 다시 전화하긴 두렵고 며칠을 혼자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유퀴즈에서 김보성이 유재석에게 밤 늦게 전화를 걸었다고 하더라. 유재석은 너무 늦어서 받지 않았고, 며칠 후 다시 밤 늦게 전화가 와서 받지 않고 다음 날 다시 전화걸었는데, 김보성의 답변은 "내가 재석이한테 전화걸었나? 번호를 잘못 눌렀나보네" 이랬다는 것이다.
"정작 당사자는 전화를 건 줄도 모르고 있었다."
가능성은 많다. 밤 늦은 시간이므로 술 먹고 지인에게 전화하려고 했는데 그 이름이 나와 비슷할 수 있고, 아니면 본인이 전화를 건 사실조차 모를 수도 있고. 진짜 용무가 있다면 낮이든, 아니면 사무실을 통해서 어떻게든 연락이 닿았을 것이다.
이렇듯 걱정은 알고보면 전혀 근거가 없음에도 나의 불안한 심리를 파고들어 끝없이 확장해나갈 수 있다. 이럴 때 우리는 러셀의 조언을 다시금 되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어차피 고민해도 답 안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