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에게 말 걸기

4편

by 쇼쉐이

4.

오늘의 출근길은 평소와 사뭇 달랐다. 몸 가볍게 걸어가던 때와 달리 바리바리 책을 싸들고 택시를 탔다. 책을 좋아한다니 들고 갈 수 있는 만큼은 갖고 가서 보여줘야지. 그동안 읽은 책들 중 절반은 집에 도로 가져다놔서 이것저것 챙기다보니 상자 하나가 가득찼다. 연구실에 가까워지니 창밖으로 도넛이 보였다. 어제 오전까지만 해도 원망스러웠는데 오늘은 사랑스러워 보일 지경이었다. 도넛, 아니 '노래하는 이들'도 우릴 만나러 올 준비를 하고 있겠지? 다들 키가 크니 많이 먹으려나, 아님 호리호리해서 별로 안 먹으려나? 지구 음식을 먹어도 괜찮겠지? 몇 명이나 올까? 낯 가려도 궁금해서 다들 와볼 것 같기도 한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금세 연구실 앞에 다다랐다. 내가 책을 한 박스 들고 간다고 하니 다들 앞에 나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매일 아슬아슬하게 출근하는 혜린마저도 나와 있었다. 내가 박스를 들고 내리자 다들 옹기종기 모여 책을 나눠 들기 시작했다.

"와 리더기 이걸 다 들고 왔어? 대단하다."

라희가 말했다.

"도넛이 책 보고 싶다니 보여줘야지. 지금 잘해줘야 계속 대화를 할 수 있을 거 아냐."

"어이 리더기, 그냥 네가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야?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데. 딱 봐도 자랑할 생각에 신났구만."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렇게 티나게 웃고 있었나? 입꼬리가 좀 올라간 것 같기도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외계인이 내 책 컬렉션을 보고 싶다는데 SF와 책 덕후로서 당연히 설레지.

우리는 도넛이 오면 어떻게 할까 이야기하며 연구실로 향했다. 우선 나와 혜린이 정부에 보고를 하고, 남은 셋은 도넛 맞이 준비를 하기로 했다. 아차차, 자꾸 도넛이라고 부르네. 도넛이 입에 붙어서 그런가보다. 도넛이 오면, 아니 '노래하는 이들'이 오면 그렇게 부르면 안 되는데. 주의해야지. '노래하는 이들'에게는 커피와 도넛을 대접하기로 했다. 도넛에게 도넛을 주면 꽤 재밌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도넛을 주면서 우리가 왜 도넛이라고 불렀는지 설명하면 분위기도 좋을 것 같았다. 준비하느라 셋이 분주하게 연구실을 쓸고 닦는 동안, 나와 혜린은 회의실로 가 정부에게 연락을 요청했다.

정부는 우리의 요청만을 기다렸다는 듯 빠르게 회신했다. 정말이지 온갖 질문을 쏟아내서 대답할 틈도 없었다. 간신히 보고를 마치자 정부는 약간 어리둥절해보였다. 그럴 만도 하지. 낯 가리는 외계인은 아마 그 누구의 머릿속에도 없었을 테니까. 우리는 곧 그들이 올 거니 준비하러 가야 한다 말하고 연구실로 향했다. 연구실은 그 사이 반짝반짝 깨끗해져 있었다.

"이제 곧 오는 거지? 뭔가 떨리는데."

민강이 떨린다니, 의외다. 제일 안 떨 것 같이 생겼는데.

"근데 건물 앞으로 마중을 나가야 하는 거야, 옥상으로 나가야 하는 거야?"

아무도 생각지 않았던 이안의 질문이었다. 그러게, 어디로 가야 하지? 우리는 열띤 토론 끝에 반으로 나누어 나와 이안, 민강이 옥상으로 가고 라희와 혜린이 건물 앞으로 가기로 정했다. 도넛에게 익숙한 얼굴이 보여야 할 것 같아 어제 도넛으로 간 세 명을 찢어서 배치한 결과였다.

옥상에서 도넛을 기다리는 동안, 민강과 이안은 질문을 쏟아냈다. 어제 많이 궁금했는데 피곤해보여서 못 물어봤나보다. 질문에 답해주다보니 도넛에서 비행체 하나가 내려오는 게 보였다. 비행체는 천천히 내려오더니 우리 쪽을 향해 날아왔다. 아무래도 비행체를 주차하기엔 도심의 도로보단 옥상이 낫긴 하지. 이안은 빠르게 라희와 혜린에게 연락해 올라오라고 했다. 둘은 엄청난 속도로 옥상에 합류했고, 비행체가 주차할 동안 우리는 옥상 끄트머리에 비켜 서 있었다. 도넛의 비행체답게 도넛 모양이었다. 문이 열리고, 6명의 '노래하는 이들'이 내렸다. 도넛에서 본 '짙은 녹음 속에서 지저귀는 새'와 '웅장한 공간의 메아리'도 보였는데, 밝은 빛 아래서 보니 인상이 좀 달라보였다. 확실히 눈이 좋지 않다는 게 보였고, 더욱 호리호리해보였다. '노래하는 이들'의 피부색과 머리카락색은 굉장히 다양했다. 인종차별을 하기에는 힘들겠다 싶을 만큼 다양한 피부색이었다.

낯 가리는 외계인들답게 '노래하는 이들'은 서로 옹기종기 모여 우리를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이번에도 내가 먼저 인사를 했다. 나도 극내향형인데 도넛하고 같이 있으면 강제로 외향형이 되는 기분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아현이라고 합니다. 아마 라디오로 제 목소리는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밖이 조금 추우니 안으로 들어갈까요?"

'노래하는 이들'은 우리의 안내를 따라 연구실로 향했다. 연구실로 가는 동안 여기저기 둘러보는 게 이들도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한 눈치였다. 눈치가 빠른 라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우리 조사 본부의 이곳저곳을 소개했다.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열심히 설명을 늘어놓는 라희 덕에 '노래하는 이들'은 조금 편안해보였다. 답을 강요하지 않으니 마음이 편했다보다. 이들은 서로 작게 대화하며 본부를 구경했고, 이따금 궁금한 건 우리에게 묻기도 했다.

구경할 만한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구경할 게 많았는지 '노래하는 이들'의 발걸음은 느렸다. 보면 볼수록 긴장이 풀리는지 대화하는 소리도 커져갔는데, 목소리가 참 아름다워서 듣기만 해도 평온하고 좋았다. 이들의 목소리를 처음 듣는 이안과 민강은 놀란 눈치였다.

"우리 말을 할 때랑 완전히 다른 목소리네?"

이안이 말했다.

"그러니깐. 진짜 아름답다."

민강이 말했다.

'노래하는 이들'의 구경이 끝나가는 듯해 우리는 그들을 데리고 마침내 연구실로 향했다. 원래는 의자에 앉혀야 하는데 그들 키에 비해서 의자가 낮아서 책상에 앉혔다.

"구경은 잘하셨나요? 이제 저희가 준비한 간식을 드리려고 해요. 지구에서 인기 있는 음료인 커피를 준비했는데요, 쓴 맛을 안 좋아하실 수도 있어서 달달한 핫초코도 같이 준비했어요. 그리고 도넛도 같이 드릴 건데요, 보시면 알겠지만, 도넛과 여러분이 타고 온 우주선의 모양이 비슷해서 우리는 줄곧 여러분을 도넛이라고 불렀어요. 그래서 여러분을 '노래하는 이들'이 아니라 도넛이라 가끔 잘못 불러도 이해해주세요. 오랫동안 도넛이라 불러서 입에 붙어서 그래요. 그럼 다들 맛있게 드세요!"

말을 하고 나니 저들의 미뢰가 우리와 같긴 한가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먹여봐야 알 수 있을 테니 먹여보긴 해야지. '노래하는 이들'은 조심스레 맛을 보더니 입에 맞는지 잘 먹었다. 혜린이 나한테 와서 말했다.

"엄청 잘 먹는데? 더 사와야겠어."

갖고 가서 먹으라고 싸줄 분량까지 계산해서 산 건데 싸주기는커녕 지금 먹기에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나는 급히 추가로 주문을 하고, '노래하는 이들'의 주목을 끌었다.

"여러분, 도넛은 입에 맞나요?"

"예, 부드럽고 다네요."

'웅장한 공간의 메아리'가 말했다.

"음, 저, 실례가 안 된다면 오늘 오신 분들의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두 분 빼고는 이름도 몰라서요. 저희 문화에서는 처음 만나면 통성명부터 하거든요. 물론 여러분의 문화는 다르다는 걸 알고, 존중하고 싶어요. 저희가 직접 말을 걸지는 않을 테니 이름만 알려주셔도 감사하겠습니다."

'웅장한 공간의 메아리'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다들 처음 보는 사이라 소개하기가 꺼려졌나보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소개는 해드리죠. 하지만 저와 '짙은 녹음 속에서 지저귀는 새' 외에는 저희 쪽에서 먼저 말을 걸기 전에는 말을 거는 걸 삼가주세요. 다들 놀라서 도망가고 말 겁니다."

우리는 절대 먼저 말을 걸지 않을 거고, 질문해야 한다면 둘을 통해서만 하겠다고 약속했다. '웅장한 공간의 메아리'는 소개를 시작했다.

"어제 보신 푸른 피부에 흰 머리칼을 가진 이는 '차갑게 얼어붙은 얼음의 바다'입니다. 날카롭지만 고요한 목소리를 갖고 있죠. 흰 피부에 갈색 머리칼을 가진 이는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몰뤼 시럽'이고요.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를 갖고 있습니다. 약간 노란 빛이 도는 피부에 초록색 머리칼을 가진 이는 '나뭇잎 위에 밝게 내리쬐는 햇살'입니다. 활기차고 밝은 목소리를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갈색 피부에 검은 머리칼을 가진 이는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입니다. 강렬하고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를 갖고 있죠."

다들 자기 이름이 불릴 때마다 놀란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빨리 서로 이름을 알려준다는 게 이례적이긴 한가보다. 나는 이름을 알려주어 고맙다고 인사하고, '노래하는 이들' 앞에 쌓아둔 책 쪽으로 걸어갔다.

"여러분이 책을 궁금해한다고 하셔서, 책을 몇 권 보여드리려고 해요. 제가 읽어드린 책들을 보여드릴 건데 그 외에도 여러 권 준비되어 있으니 제 이야기를 들으시면서 편하게 보세요."

연구실에 들어왔을 때부터 책더미를 눈여겨 보던 '노래하는 이들'은 내 말이 끝나자마자 우루루 몰려와 책을 구경했다. 만져보고 냄새를 맡고 책장을 휘리릭 넘기기도 했다. 밝은 곳이라 해도 눈이 좋지 않은 탓인지 시각보다는 그 외의 감각에 의존해 책을 느끼는 것 같았다. 나는 그들을 지켜보며 책 소개를 시작했다.

"보라색과 주황색이 섞인 표지는 『프로젝트 헤일메리』예요. 제가 처음으로 읽어드린 책이죠. 이 책에 나오는 라일랜드와 로키처럼 우리도 잘 지낼 수 있길 바라며 읽었는데 그 소망이 이제야 이뤄진 것 같네요. 다음에 보여드릴 책은 『빼앗긴 자들』이에요. 최근에 같이 읽은 거 기억나시죠? 이 책은 표지가 특별히 예쁘지는 않아요. 그래도 깔끔한 흰색이라 아나레스와 잘 어울리죠. 『시녀 이야기』는 아주 강렬한 붉은색을 자랑하죠. 이야기도 참 강렬하고요. 여기에는 외계인이 아예 안 나오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셨을지 모르겠네요. 『구르브 연락 없다』는 표지의 알록달록한 그림이 매력적이죠. 내용도 유쾌하고 여행 중인 외계인이라는 설정이 여러분과 잘 어울려서 골랐던 책이에요. 노란 표지의 『여왕마저도』는 재밌는 단편이 많기도 했지만, 여기에 실린 「모두가 땅에 앉아 있었는데」에 나온 외계인이 여러분하고 비슷해서 읽어드렸어요. 지금 보니 많이 다르긴 하지만요. 그래도 재밌었을 거라 생각해요. 이 책은 선물하고 싶은데 지금 절판이라 재고가 없어서 못 드릴 것 같아요. 대신 다른 책들은 다 구해뒀으니 나중에 원하는 걸로 골라 가져가세요. 읽은 책이 참 많아서 다 소개하기에는 벅차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것들 위주로만 이야기해봤는데 괜찮았나요?"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책에 정신이 팔린 것 같았지만, 책을 보여주는 게 목표였으니 괜찮은 결과였다. 이제 슬슬 '노래하는 이들'을 보낼 때가 되어서 추가로 배달된 도넛과 책을 선물하려고 포장하는데, 다른 동료들과 '노래하는 이들'이 조금씩 대화하는 걸 볼 수 있었다. 하루 종일 같이 있어서 꽤나 친해졌나보다. 라희는 말을 배우고 있는 것 같았고, 민강은 각자 갖고 있는 기계를 비교하며 요모조모 뜯어보고 있었다. 혜린은 사진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아마도 자기가 연구하던 동물들 사진인 것 같았다. 이안은 우주 사진을 보여주며 행성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처음에는 적으로, 그 다음에는 기이한 현상으로 여겨졌던 도넛인데 이렇게 한가롭게 이야기를 나누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아마 다음에는 도넛이 우리를 초대하겠지? 그때는 우주선 곳곳을 구경시켜달라고 해야겠다. 같이 못 간 민강이랑 이안도 데려가야지.

열심히 포장 중이던 나를 누군가가 톡톡 쳤다. 뒤를 돌아보니 '짙은 녹음 속에서 지저귀는 새'였다.

"오늘 정말 고마웠습니다. 덕분에 편안하게 지냈습니다."

"별 말씀을요. 다음에도 또 놀러오세요. 그때는 식사를 대접할게요. 입맛에 맞을지는 모르겠지만요."

"다음에 저희 우주선에 오시면 몰뤼로 만든 시럽을 꼭 대접하겠습니다. 우리 행성의 특산품인데, 정말 맛있거든요. 근데 그 책들을 다 주시는 건가요?"

"네. 얼마 안 돼요. 저는 이미 갖고 있는 책들이고요. 아까 보니 다들 참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요."

"책이라는 물건 자체가 놀랍기는 합니다. 우리는 녹음에 의존하는데 활자로 옮겨놓은 물건이라니 효율적인 것 같고요. 물론 우리의 눈으로는 보기가 어렵지만,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울 것 같아요."

"그게 책을 사는 묘미죠.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

"저희는 천천히 고향으로 돌아갈 방도를 찾을 예정입니다. 가능하다면 목적한 곳으로 가고 싶지만, 많은 시간을 소요한 것 같아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더군요. 그동안 여러분께 이따금 신세를 져야 할 것 같습니다. 연료 문제를 해결하고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지구의 학자들과 소통해야 하니까요."

"대화는 언제나 환영이에요. 각자의 과학과 기술을 나누는 것도 좋죠. 시간 나면 당신들의 구전 동화 같은 것도 들려주세요. 재밌을 것 같아요."

"물론이죠. 그리고 혹시 폐가 안 된다면, 라디오는 계속 부탁해도 될까요? 어느 책을 읽어주시든 고맙게 듣겠습니다. 다들 그 라디오를 그리워하더라고요."

"다들 그리워한다고요? 티를 안 내서 몰랐는데. 읽어드릴 책은 한가득이니 걱정마세요. 내일부터 다시 시작할게요."

'짙은 녹음 속에서 지저귀는 새'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저희가 선물할 게 없어서, 고민고민하다가 당신에게 줄 이름을 준비했습니다. 다른 분들은 아직 잘 모르겠어서 다음에 만날 때 드리려고요. 대단한 건 아니지만, 당신을 우리의 친구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에서 신중하게 지은 이름이에요. 받아주시겠습니까?"

나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당연하죠. 무슨 이름이에요?"

'짙은 녹음 속에서 지저귀는 새'가 낸 소리는 청아하고 고요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소리였다.

"당신들의 말로 하면 '새벽의 고요한 공기를 가르는 여명'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들 사이에서 가장 희귀한 축에 속하는 이름이에요. 차분함과 빛의 반짝임을 모두 갖고 있는 목소리는 흔치 않거든요."

나는 그 말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정말 고마워요. 그 어떤 선물보다도 좋은 선물이네요. 앞으로는 그럼 '여명'이라고 불러줄 건가요?'

"당신이 구분할 수 있다면 우리 말로 불러줄 수도 있어요."

"그러려면 제가 당신들의 말을 배워야 할 것 같은데요. 아, 말이 나온 김에, 당신들의 말도 좀 알려주세요. 우리도 당신들의 말을 배우고 싶어요."

"음, 준비하는 데에 시간이 조금 걸릴 텐데요. 아마 7번의 라디오를 할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괜찮아요. 5년도 기다렸는데 일주일 정도야 당연히 기다릴 수 있죠. 그럼 다음에는 언어를 알려주는 거예요?"

처음으로 '짙은 녹음 속을 지저귀는 새'가 소리내어 웃었다. '노래하는 이들'의 웃음은 아주 맑고 시원한 개울 같았다.

"알겠습니다. 다음에는 언어를 가르쳐줄 준비를 하죠."

"좋아요. 그럼 저는 도넛과 재밌는 책을 준비할게요."

퇴근하는 길에 올려다 본 하늘 위의 도넛은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전처럼 익숙하지도 않았다. 그립고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다시 보고 싶은 그런 기분. 내일 아침이 밝아와 다시 도넛에게 말을 걸 시간이 기다려졌다. 이번에는 무슨 책을 읽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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