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전에 여성 작가는 한 명이어야 하지?

『제인 오스틴의 책장』

by 쇼쉐이

리베카 롬니의 『제인 오스틴의 책장』은 제목에 제인 오스틴이 들어간다는 이유로만 구매한 책인데, 상상 이상으로 좋았다.


이 책은 제인 오스틴이 편지나 책에 동시대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언급하는데, 왜 그 책들은 지금까지 고전으로 살아남지 못하고 사라졌는지 질문하며 시작한다. 분명 당대에는 오스틴보다 더 유명했던 사람들도 있는데 정작 정전에 영문학사 최고의 여성 작가로 남은 건 오스틴 뿐이라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는 희귀서 전문 딜러 롬니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오스틴이 언급했거나 그녀와 동시대에 살았던 여성 작가들 중 오스틴이 지나칠 수 없는 작가들 8명의 작품과 삶을 탐구한다. 프랜시스 버니, 앤 래드클리프, 샬럿 레녹스, 해나 모어, 샬럿 스미스, 엘리자베스 인치볼드, 헤스터 린치 스레일 피오치, 마리아 에지워스의 작품을 찾고, 이들이 정전에서 살아남지 못한 이유 혹은 어떻게든 살아남은 이유를 분석한다.

단순히 좋아하는 작가가 읽은 작가라서 그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열망에서 시작한 이 탐구는 점차 18-19세기 여성 작가들의 삶에 대한 연구로 뻗어나간디. 왜 오스틴은 정전에 남았지만 다른 이들은 남지 못한 걸까? 그건 바로 여성 작가는 단 한 명만 필요하고, 서양의 "정전"에 걸맞는 여성 작가는 오스틴뿐이었기 때문이다.

오스틴은 그녀의 친척들이 남긴 전기로 인해 사후 오랜 시간이 지나기 전에 다시 주목받았고 오랫동안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녀의 친척들은 "숙녀답게 상냥한" 이미지를 강조하며 실은 재기 넘치고 활달했던 오스틴을 "정전"이 필요로 하는 이미지에 맞추어 주었다. 반면 레녹스나 인치볼드, 피오치와 같은 작가들은 남성에게만 허락된 "기지" (주로 뛰어난 언어적 능력과 상상력과 연결되는 개념)를 무기 삼은 작가들이기에 남성 중심의 "정전"에 수용될 수 없었다. 래드클리프는 고딕 소설의 정점을 찍은 작가였지만 하위 장르의 "대표" 정도로 격하되었고, 에지워스는 소설가를 못마땅하게 본 아버지의 뜻을 따라 자신은 "소설"이 아닌 "교훈담"을 쓴다고 말하며 소설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반면 모어는 당대의 여성에 관한 이론을 굳게 믿고 옹호했기에 책이 재미가 없어서 오래 살아남지 못했다.

남성 중심적으로 구성된 "정전"은 단 한 명의 여성 작가만 받아들이고자 했다. 여성 작가의 작품은 하나만 읽어도 충분하다는 거였다. 그래서 오스틴과 동시대의 여러 작가들을 비교해 오스틴을 남긴 것이다. 오스틴은 수용할 만한 정도의 "기지"와 활기를 보여주는 작가인데다 친척들의 전기에 따르면 "숙녀답고 상냥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남성들이 허용할 수 있을 정도로만 반항적인 작가라고 여겨진 덕에 오스틴은 살아남고, 다른 작가들은 살아남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은 폄하당했다. "여성 작가의 책? 한 명만 읽으면 충분한데 왜 다른 작가를 찾는가? 그럴 시간에 "정전"에 포함된 다른 남성 작가의 것들을 읽어라. 게다가 "기지"가 넘치고 저항적인 여성 작가들은 부모로서 부족했고, 그들의 작품은 남성이 대필했을 수도 있단 말이다. 근데 그걸 읽을 필요가 있을까?" 라면서. 어느 누구도 고전 남성 작가들에게 도덕적 잣대를 들이미지 않는다. 근데 왜 여성은 사생활과 작품의 영역을 구분해주지 않는가? 도덕적으로 비판받을 만하더라도, 그 사람의 문학적 업적은 뛰어날 수도 있는 법인데 말이다.

롬니는 아주 사소한 질문에서 시작해 아주 큰 질문으로 나아간다. 왜 여성 작가는 이렇게 취급받아야 했을까? 롬니는 그 해답을 내어놓는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경제적 독립이 필요했는데 여성들에겐 그 독립을 얻기가 어려웠다. 오스틴 같은 경우에는 든든하게 지지해주는 아버지와 오빠들, 동생들이 있었지만 다른 작가들의 경우에는 흔치 않았다. 결혼을 해야만 했거나 직접 돈을 벌어야 했는데, 결혼을 하면 남편을 통해서만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었고 직접 경제 활동을 한다고 해도 후원자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롬니는 오스틴이 비교적 편안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책을 쓸 수 있었고, 작품 활동에 집중하며 이미지를 만들어나갈 수 있었다고 말한다. 반면 기혼 작가들은 남편에 의해 작품 활동의 길이 막히거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활동하여 악명을 얻는 경우가 있었다.

이 모든 작가들을 찾아보며 롬니는 독자에게 정전만을 읽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정전은 독서의 시작점이지 종착점이 아니라면서 말이다. 정전은 큰 틀을 잡아주고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제시해줄 뿐, 모든 문학을 아우르는 게 아니다. 문학을 읽는다면 이런 작가들의 것을 "중심"으로 읽으라는 거지 "오직" 그 작품들만 읽으라는 게 아니다. 롬니는 정전을 발판 삼아 독자들 개인만의 정전을 만들라고 말한다. 오스틴을 좋아해 그녀에게 영향을 미친 작가들을 찾으며 자신만의 18-19세기 여성 작가 정전을 만든 자신처럼, 독자들에게도 자신만의 정전을 찾아나설 것을 권한다. 독서는 타인이 정해둔 걸 따라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길잡이들을 따라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발을 내딛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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