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때?”
“뭐가?”
“이거 새로 산 거라니까, 안 보여?”
“진짜?”
“봐봐. 다르잖아. 완전”
“어디가? 음…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좋네. 잘 어울려”
나의 신상에 대한 남편의 반응은 대개 이렇다.
패션에 관심이 없는 남편 탓도 있지만
맨날 비슷한 것만 사 모으는 나도 문제다.
하지만 비슷하지 똑같지는 않지 않나?
결혼 예물로 구입했다. 올해로 17년째 소장하고 있지만 처음으로 빨간 박스를 열었을 때 그 반짝임 그대로다. ‘할머니 돼서 착용해도 괜찮은 걸로 사자’가 예물 선택 기준이었으니까 나름 성공했다.
골드, 핑크골드, 화이트골드가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얽혀 있다. 되게 단순한데 그 단순한 ‘꼬임’이 상당히 심오하다. 나름 잔잔하게 신경 써서 옷을 입어야 하는 날에는 무조건 이 녀석. 하지만 문제는 소재가 플래티넘(백금)이기 때문에 금과 은이 아니면 금세 알러지 반응이 나오는 내 피부에는 최대 반나절 착용 가능하다. 남편이 말하길 “아니, 진짜 금도 아닌 데 왜 이렇게 비싸?”
Tip. 결혼을 앞둔 분이라면 구매를 적극 추천한다. 그것도 큰 사이즈로.
그 때 아니면 못 살 확률이 매우 높은 사악한 가격이다.
미국 캐주얼 브랜드다. 트랜드에 뒤쳐지지 않는 룩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합리적인 가격으로 챙길 수 있게 해준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콘셉트의 브랜드는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가끔 셔츠나 청바지를 사는데 청바지 사이즈가 크게 standard, tall, petite, plus로 나뉘고 그 안에 각각 23부터 33까지 또 세분화돼 있다. 미국 여성들의 체형이 우리 나라 여성보다 훨씬 다양하기 때문일 텐데 덕분에 기장 수선이 필요 없는 청바지를 구입할 수 있어서 좋다. 빅 사이즈 모델부터 나와 최대한 비슷한 체형의 모델 착샷을 보는 재미도 기가 막히다.
여기서 직구한 이 링 귀걸이. 사실 국내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정말 미국적인 사이즈와 두께, 체결방식이랄까. 그래서 동양인인 내가 착용했을 때 은근 색다르다. 32달러. 가격도 적당하고 알러지 반응도 없다.
Gold-filled는 표면에 얇은 금박을 입히는 가공과는 좀 다르다. 전체 금속 양의 5%에 해당하는 양의 리얼 소재를 표면에 두껍게 입히는 방식이다. 도금처럼 쉽게 벗겨지거나 변색되지 않으며 고급스러운 느낌도 어느 정도 살아 있다.
[14k gold plated bronze hoops
Made with recycled metals]
캐나다 로컬 디자이너가 만든 브랜든데 그들은 스스로를 ‘demi-fine jewelry (금이나 은 같은 귀금속으로 만들지만 비싸지 않은) ’ 라 정의한다. 현대적이고 대담한 디자인을 추구하면서 고급 재활용 금속을 사용해 윤리적인 생산을 실현한다고도 말한다. 패션 업계 종사자들이 착용할 법한 독특한 디자인이 많지만 굳이 나는 여기서 기본 중의 기본인 링 귀걸이를 구입했다. 이 링에는 덜 매끄러워도 자신감 있고, 자신감 있어도 유별나지 않은 매력이 있다. 잘 보면 보인다. 캐나다 직구로 첫 구매 할인 10%를 받아 10만 원 초반대에 구입했다.
[14K Gold on Recycled Sterling Silver]
92.5% 순은을 스털링 실버라고 하는데 거기에 14k 골드를 씌운 제품이다. Ana luisa는 미국 뉴욕의 브랜드로 Carbon-neutral Jewerly, 즉 탄소중립을 실현하려고 노력한단다. 솔직히 그건 나중에 알았고 트랜드와 기본 딱 중간에 있는 콘셉트가 눈에 들어 왔다. 마감도 깔끔하고 착용감도 편안하다. 특히 귓볼에서 ‘딸깍’ 하고 채워지는 야무진 소리가 날 때 나도 모르게 입으로도 딸깍 소리를 내게 된다. 착용해도 별로 존재감이 없지만 안 할 줄 알고 봤다가 되게 깜찍한 게 빛나고 있어서 예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내 취향이면서 브랜드 결이 좋으면서 가격이 조금만 부담스러우면서 원래부터 내 것 같으면서.
이런 링 귀걸이를 또 만나고 싶어라.
*귀걸이 일러스트는 나의 소비생활을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