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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young Apr 05. 2022

지금은 최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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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언제까지 할거야?”

너튜브 검색창에 주르르 뜨는 나의 최근 검색어를 보고 큰 아들이 묻는다.  

“너 이거 봤어? 최우식이 새로 광고도 찍었는데 진짜 너무 귀여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니? 최고야 최고!”

나는 아들 얼굴에 16초짜리 광고를 재생해 들이민다.

“이분 심각하시네”

아들은 대체 어디 어느 포인트가 멋진지 모르겠다면서 내 핸드폰을 밀쳐낸다.  

하던 설거지나 마저 할 것이지 남편이 능글맞게 끼어든다.

“쫌만 기다려라. 또 언제 그랬냐 싶게 싹 까먹을 거야.”

“아니라니까. 최우식은 달라. 계속 좋아할 거라고.”

“응. 알겠어. 누가 뭐래? 근데 자기 그거 알아? 전에는 현빈도 엄청 좋아했었고, 태양의 후예 때는 송중기, 도깨비 때는 공유, 얼마 전까지는 그 누구더라 김정현인가? 그 사람도 멋있다고 난리였어.”


“내가? 내가 현빈을 좋아했다고? 아닌데, 나 너무 부담스럽게 잘 생긴 사람 안 좋아하는데, 그리고 체구 작은 사람도 별론대. 공유도 뭐 그냥... 캐릭터를 좋아했달까.”

“와, 진짜 대박. 엄마 기억력이 어떻게 된 거 아냐?”

아들이 이거 실화냐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히히히. 쫌만 기다려라 얘들아. 또 누구로 바뀔지 모른단다.”


“와, 어이가 없네, 내가 누굴 그렇게 좋아했다는 거야? ○○아, 엄마 그거 좀 쳐주라. 또 듣고 싶어”

귀찮기는 하지만 그래도 엄마의 진심을 이해하는 사람은 자기 밖에 없다는 듯이 작은 아들이 손가락을 몇 번 꺾고는 피아노 앞에 앉는다.

“알겠어 엄마, 내가 쳐줄게”

"둥둥둥둥 당당당당"

엄마가 무한 반복 요청하는 Christmas tree를 연주한다. 아직은 노래 중반까지 밖에 연주가 안 되지만 나중엔 노래까지 같이 불러주겠다고 달콤한 약속도 했다.  

“크크크, 야, 너 그거 다 칠 수 있을 때 즘이면 엄마 다른 사람 좋아하고 있을걸?”

큰 아들은 끝까지 엄마를 놀려먹고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하긴 저들이 몰라서 다행이지 나는 늘 누군가를 사랑했다. 결혼하기 전에는 이현우 콘서트를 보러 대전까지도 갔다. 1열 정중앙에 앉아 있다가 무대 아래로 내려온 그 분 모습에 깜짝 놀라서 상완 상두근을 의자 손잡이에 세게 부딪혔다. 연이은 앵콜에 서울 오는 막차 시간을 놓쳤고 카페에서 죽 치고 있다가 다음날 새벽 첫 차를 타고 바로 출근했다. 그리고 회사 화장실에서 상완 상두근에 주먹만하게 든 멍을 보며 어젯밤 대전에서의 뜨거웠던 시간을 기쁘게 추억했다. 한 때는 또 조규찬이라면 소극장부터 호텔 콘서트까지 빼먹지 않고 죄다 보러 다녔다. 롤러코스터 시절 이상순도 좋아했었다. 물론 이소라나 이은미, 박화요비 콘서트에도 수억을 쓰긴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번엔 다르다. 연수네 집앞에서 “우리가 무슨 고등학생이야, 대학생이야 빨리 나와”라고 말하고 서 있는 뒷모습이 너무 길쭉하고 멋지다. 대문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발딱 일어서서는 “난 이럴 시간에 이러는 게 좋아”에 묻어 있는 솔직함과 사랑스러움도 좋다. “역시 주말은 너무 멀었어” 두근거림에 눈을 끔뻑일 때도, “으, 이 핫도그”하며 난감해 할 때도, 연수가 자고 간다는 말에 대추차를 벌꺽 벌꺽 들이키는 옆 모습도 일일이 다 좋다.


“아빤 더 좋은 거 해야지. 내돈내산” 할 때는 정말 뉘 집아들처럼 장난스럽고 평범해서 좋고, 아프고 일어난 지웅이한테 진심 플러스 장난으로 “정말 같이 살자고 할까봐 걱정했네”할 때도 좋다.


그래, 윤스테이나 여름방학까지는 가지 말자. 이태리 사람들의 손동작을 흉내 내는 장면이나 이선균과 박희순에게 줄 바질을 삽으로 캐내며 최유미와 같이 웃는 장면은 “내겐 강 같은 평화, 내겐 강 같은 평화 넘치네”를 저절로 부르게 만든다.


누가 뭐래도 지금은 최우식이다. 최우식이 벚꽃이고, 커피고, 평화고, 파리고, 위로고, 맥주고, 위시다. 그러니까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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