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호주 멜번입니다 - 등산 이야기

by 마틴


호주에 온 후 몇 년이 지나 일을 하루 쉬면서 성당의 신자분들과 함께 자주 가는 댄디농이라는 산에 다녀왔다. 마운틴 애쉬라는 호주 특유의 나무들(키가 아파트 7~8층 이상으로, 중간에 가지가 거의 없는 나무들)이 병풍처럼 빼곡히 둘러싼 곳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처음 이곳을 방문하는 분들이라면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는 곳이며, 매달 같은 장소에 가더라도 전혀 싫증이 나지 않는 우거진 숲속을 열두 명이 함께 다녀왔다.


매달 한 번씩 가는 그 회원들 중에 당시에는 나와 아내가 제일 나이가 적어 아내가 멜번 산악회 총무를 맡고 있었는데, 어느 날에는 40대 자매님 두 분이 온 적이 있었다. 그러나 60대 이상, 많게는 75세가 대부분인 사람들 틈에 끼어 한 번 갔다 오더니 그다음부터는 나타나지 않았다. 나와 아내도 이제는 정말로 노인층 대열에 선 것 같았다.


늦은 가을이어서 우리는 두툼하게 점퍼를 껴입고 배낭을 메고 올라가는데, 이곳 호주인들은 반바지에 반소매 차림으로 가진 것 하나 없이 마치 아침 산책하듯 올라갔다가 내려온다. 한 시간 반을 등산하고 내려와 각자가 가지고 온 도시락을 펼쳐 놓고 나누어 먹는 맛이 일품인데, 유난히 한국 사람들만 이런 모습을 연출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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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는 와중에 붉은색, 파란색의 앵무새들이 가까이 날아와 먹이를 달라고 하는데, 손끝으로 먹이를 내밀면 가까이 와 우리 손을 다치지 않게(?) 조심스럽게 받아 먹는다. 이곳에는 참새가 거의 없고, 주택가에도 하얀 앵무새들과 알록달록한 앵무새들이 자주 날아다닌다.


일전에 신부님이 한국으로 휴가를 갔다 오시며 아래위 등산복을 사 입고 오셨는데, 마치 패션쇼를 하는 줄 알았다. 아니, 등산 가는데 뭘 저렇게 요란을 떠실까!!!! 요즘 한국에서는 등산할 때 메이커 없는 옷을 입으면 축에도 못 들고, 더구나 쌍지팡이는 필수라고 한다. 눈도 안 오는데 스키 지팡이(?)는 산에 왜들 그렇게 들고 다니는지…….


돌아오는 길에 밤 농장과 감 농장을 들러 한 자루씩 사 왔는데, 밤은 한국 재래종처럼 크지는 않지만 맛이 있었고, 감은 주먹만 한 나마가끼(?)로 역시 달고 맛이 좋았다. 한 달에 한 번씩 이렇게 산에 다녀오면 스트레스 해소가 되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 한 달 동안 또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기운을 받게 되어 좋기는 하였는데, 어느 날부터 연로하신 어르신분들이 한두 분씩 빠지더니 급기야는 50~60대 여성분들 위주로 구성이 되었다. 결국 나도 이 대열에서 서서히 빠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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