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료 어묵
15년째 동거 중이며 겨울쿨톤 남자 후후 아빠 남의 편인 그는 어묵을 정말 좋아한다. 언제부터 어묵 사랑이 시작되었는지는 본인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계속 현재진행형이다. 어묵 국이나 반찬을 하지 않을 때는 자기가 직접 사거나 배달시켜서도 먹는다. 국과 찌개를 즐기는 아들 심하게 거부하거나 싫어하는 게 없는 남편 면을 사랑하는 딸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메뉴가 김치어묵전골이다. 겨울에 자주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요구사항이 많은 쿨톤 그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성장기라 먹는 음식의 종류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10살 겨울 초등학생은 한 번씩 난관에 부딪힌다. 전골이나 국 찌개를 할 때면 아들을 생각해 국물의 양을 항상 넉넉하게 한다. 큰손 웜톤여자는 적게 한번 먹을양을 하는 것은 힘들지만 많은 양을 하는 것은 편하다.
예민한 성격의 남자는 매우 마른 체형이다. 자기 전까지 다양하게 먹고 있고 그것들이 살로 가면 좋겠지만 그렇진 않다. 그의 몸 안에 무엇이 있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쿨톤 겨울 남자와 그의 베이비들도 먹는 것에 완전 진심이다. 내가 살면서 까칠함으로 꼽자면 역대급인데 좋아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면 그나마 진정되고 마음이 풀어져서 좀 다행이긴 하다.
겨울 딸 성장이야기에서도 언급되었지만 나는 음식을 직접 배우지는 않았다. 친정엄마가 일 년 365일 중 거의 360일 매일 손님들을 맞이하고 음식을 대접하는 것을 보고 자랐다. 나의 히어로인 아버지는 나눔을 좋아하고 즐기며 지금까지도 그러하다. 예전에는 나눔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도 나이가 들수록 아버지의 맘을 조금은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늘 사람들과 함께였기에 사춘기시절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원하던 시기에는 싫기도 했다.
21살부터 기숙사 생활을 시작해 20대 중반부터 서울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가끔씩 음식을 해 먹기 시작했다. 45살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음식을 매번 하면서 그 시절 엄마의 고충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 정성과 사랑을 먹고 남동생과 나는 성장했다. 두 남매가 40이 넘어도 통화를 할 때마다 사랑해요를 외치는 애교쟁이들이다. 육아와 살림을 하면서 순간순간 엄마의 힘듦이 때로는 아빠의 힘듦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렇게 우리를 키우고 현재도 내 옆에서 손자손녀까지 굳건히 지켜주는구나라는 생각에 내려놓고 싶다가도 멘털이 바로 잡아진다. 아버지는 나에게 있어 멘토 그 이상이다.
성장해 왔던 환경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러 다녔던 것이 몸과 머리에 그대로 인지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음식 재료들만 준비되면 정확한 계량 없이 그냥 시작한다. 첫째 아들 이유식도 만들어서 먹였다. 육아는 내 생애 처음이라 그때는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다. 지금처럼 한번 시작하면 착착착 이런 일의 순서도 없었다. 부엌에 머물던 시간도 오래였고 음식의 양에 비해 설거지도 산더미였다.
그러한 시절도 지나고 이제는 살림 15년 차다. 날렵한 몸과 남들보다는 일을 처리하는 시간이 빠른 가을여자는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고 있다. 웬만하면 방정리 집정리가 15분을 넘기지 않도록 정리되었고 유지 중이다. 그래도 필요한 아이템들은 다 있다. 없으면 이런 요리가 안된다. 큰손 여자에게 요리는 가족의 사랑이고 예전의 추억여행이면서 본능에 충실한 감각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요리 주재료는 어묵이었다. 어묵들이여 나에게 오라 업고 놀자가 아니라 손맛으로 갖고 놀자꾸나 전골 국 볶음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해 보고 음식 관련 스토리도 풀어보았다. 다음 주재료는 뭐가 될까요?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