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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fourL May 10. 2024

2막 나여서 남다르다.

30대가 시작된 그해 겨울은 몸도 마음도 더 추웠다. 치열하고 어찌 보면 지독했던 20대를 보냈기에 좀 더 안정적인 30대가 나에게 올 것이라 기대했다. 기관지가 약해서 몸과 마음이 힘들면 편도선이 늘 말썽을 부렸다. 아프기만 하면 40도의 고열로 인해 먹지도 못하고 응급실 가는 일이 많았다. 공채 준비를 하던 쇼호스트를 정리하면서 미뤄둔 수술을 하기로 했다. 나에게 잠시 멈춤이 필요했던 거다. 휴식기는 두 달이었다. 긴 시간도 아니었고 몸을 회복하면서 지냈다. 여행이나 특별한 일을 하지 않고 조용히 보냈다. 잠시 부모님과 같이 지내다 서울로 돌아왔다.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이 편안하고 그리웠다. 몸 컨디션은 찾았지만 시도해 보고 계획했던 일들의 시작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짧은 쉼이 부족했던 것일까? 계획하면 바로 실행을 하는 나였다. 시작이 힘들어져 익숙하고 잘하는 일 오랫동안 해왔던 일을 해야 했다. 경제적인 부분 때문에 더는 쉴 수가 없었다. 다시 일을 시작했을 때 알았다. 예전의 내가 아니구나 의욕도 흥미도 떨어졌구나라는 걸 말이다. 이 상태를 지속한다면 더 이상 좋을 게 없음이 분명했다. 바로 이 시점에 터닝 포인트가 필요한 거다.


친한 지인 중 나보다 10살이 많은 재즈언니가 있다. 언니의 권유로 와인 모임에 가입했다. 가입만 해놓고 매번 훔쳐보기만 하다 신선한 자극이 필요했던 나는 활동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뭐든 삼세번이라고 했던가 첫 번째 모임은 그냥 그랬고 두 번째 모임은 재미있었다. 세 번째 모임은 만족도가 높았다.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들려오는 이야기로는 모임을 주도했던 사람이 사기꾼이었다. 이게 웬일 더 이상 활동을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신뢰가 깨져버린 순간이 왔다. 삶이 고민과 선택의 연속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정말 그러하다. 나는 또 선택해야 했다. 그 사람이 나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끼친 것도 아니고 한 번 운이 좋지 않았던 거다. 모임과 많은 사람들을 안 좋게 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모임도 잠시 휴식기를 가졌다. 많은 것들이 시작되고 새롭게 느껴지는 3월이지만 일도 마음도 나에게는 아직 추운 겨울이었다. 설렘을 기다렸던 것일까?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경험을 하고 싶어 멈춤이었던 와인 모임을 다시 클릭했다.


탁월했던 클릭은 나에게 선물을 가져왔다. 2011년 4월 2일 쿨톤 겨울 남자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처음이었던 1박 2일 일정 와인 모임에서 꿈에서 상상이나 했을까? 생각해 보면 자기 짝을 만나는 일은 신기하다. 남들의 결혼 스토리는 자주 듣는 소재지만 늘 재미있고 다른 이들이 짝을 찾는 것에 관심이 많다. 영화 설득 대사에서 우주 모든 일에는 계획이 있다고 말하더라 그 순간 지나온 시간들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우리가 만났던 타이밍이 절묘했다는 생각과 그 시점이 우주의 계획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추운 겨울을 힘겹게 버티고 있던 나에게 겨울 남자는 봄을 가지고 왔다. 새로운 도전과 시작을 준비하고 있던 나는 점프를 하기보다는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혼자가 아닌 둘이서 하는 많은 것들은 행복감 가득이었다. 오랜 시간 긴장감 속에서 앞만 보고 달리던 나에게 이번 연애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다. 그 시간이 짧았지만 눈부신 햇살 같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결혼식까지 과정이 힘들고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결혼이란 두 집안의 결합이기도 하다. 둘만의 선택과 결정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양가 부모님들의 생각과 의견으로 충돌이 발생하기도 한다. 명동에서 첫 데이트 때 관람한 영화 제목이 위험한 상견례였다. 어찌 이런 일이 우리의 상견례가 위험 아찔한 상견례가 되어 버렸다. 남들과는 다르게 혹독하게 치렀다. 우려했던 일이 터져버린 것이다. 내가 제일 걱정했던 일이었다. 웜톤 여자와 쿨톤 남자는 파혼 직전까지 가는 일이 벌어졌다. 둘 사이는 잠시 휴전상태를 가졌고 몇 주간의 시간 동안 서로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나는 결혼을 하지 않고 새로운 곳으로 떠남을 꿈꿨다. 하지만 관계는 오래가지 않아 회복되었고 무더운 여름을 보내자 우리는 순식간에 결혼식장에 있었다. 4월에 만나 그 해 2011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날 결혼을 했다. 이브가 결혼기념일이라 남들과는 다르게 잊어버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이렇게 가을 여자와 겨울 남자는 둘이 되었다.


                                               

 베르나르 뷔페 작품 전시를 다녀와서

목탄과 콘테 미술 재료로 재해석하여 작품을 완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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