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라는 말은 나에게 풋풋함보다는 어설픔을 떠올리게 한다. 체계 없이 뒤죽박죽이고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느낌. 병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었음에도 낯선 환경에서 낯선 대상을 만나는 게 쉽지 않았다.
둘째를 임신한 몸으로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던 정식 발령 통보를 받았다. 차가 없던 나에게 거리는 멀었지만, 대중교통 한 번으로 갈 수 있는 학교였다. 56학급이 넘었던 거대학교. 기쁜 마음으로 학교에 갔지만 현실은 달랐다.
1. 쌓인 행정업무
3월에 작성해야 할 계획서가 넘쳐 났다.
건강상태 조사서 취합 결과 보고(요보호학생 명단), 보건연간계획, 보건교육 계획, 흡연예방 사업 계획, 성교육 계획, 교직원 성희롱•성폭력 예방 계획 등등
간호사로 정해진 시간 동안 근무하면서 투약, 환자 상태 체크 등만 신경 쓰면 됐는데…. 이건 1년 동안 이루어질 사업을 예상해서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써야 하는 새로운 업무였다. 이때 처음으로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병원이 보고 싶을 정도로 내게 큰 충격이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양손 번쩍 들고 소리 지르고 싶은 걸 꾹 참고 혼잣말로 내뱉었다.
“나 병원으로 돌아갈래! 회사도 아닌데 무슨 계획서를 이렇게 많이 써야 하냐고?”
2. 금쪽이들이 들락이는 보건실
첫날부터 학생들이 보건실에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기를 반복했다. 아프다고 보건실을 파도처럼 드나드는 학생들. 어린 사람인지라 조금만 아파도 난리였다. 그 불편함을 참기에는 아직 어린 초등학생들이었다. 또 어깨 탈구, 손목 골절 등 응급상황도 많이 일어나 병원으로 데려가는 일도 잦았다. 이 일은 지금도 반복된다. 학생 수가 적어져 요즘 덜 힘들 줄 알겠지만, 아이들의 요구는 더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심리적으로도 힘든 친구들이 보건실을 많이 찾는다.
내가 신규였던 시절, 병원 환자들과는 확연히 다른 학생들의 요구사항은 다양해서 이름도 못 붙이는 수많은 ‘아팡’(내가 만든 신조어)들이 찾아와 없는 것도 만들어야 할 판이었다. 가볍게 찔리고 베이는 상처아팡. 물건에 맞거나 친구랑 부딪침 또는 삐끗하거나 꺾이는 근육아팡. 체하거나 울렁거리는 배아팡. 머리아팡. 열이 나는 열나팡. 속상한 내 맘 알아주라는 알아팡 등등.
‘아팡’들이 학교를 다 빠져나갈 때쯤 학교 보건교사로는 초짜였던 내 몸속의 기운도 같이 빠져나갔다. 집에 도착하면 뼈까지 흐물흐물해져 어린 내 자식에게 소홀하게 굴었던 일이, 지금까지도 미안하다.
3. 여전히 마주하기 힘든 관리자
권위적인 교장선생님이 계신 첫 학교. 화장실 환경 개선이라는 처음 맡은 업무에 못 하겠다고 들어가는 말로 반박하다 미운털이 콕 박혔다. 결국 환경 개선이란 업무는 털어내지 못하고 조화와 액자를 샀다.
결재에서 단어를 빼먹거나 내용이 약간 틀리기만 해도 반려했고, 난 그걸 다시 고쳐서 올려야 했다. 간호사 시절에도 수간호사랑 좋은 관계 맺기에 실패했는데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사람의 진심은 통하기 마련인가 보다. 신종플루(현 신종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던 학교에서 나를 지켜보던 교장선생님이 말하길 오해가 스르르 풀렸다고 했다. 적응할 무렵 교장선생님은 정년 퇴임하셨다. 새로운 관계 맺기를 또, 시작의 반복이었다.
신규 보건교사를 거쳐 어느덧 18년 경력자가 되어가고 있다. 신규 때 실수해도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고, 그 실수를 통해 크게 성장하니깐. 성장통은 누구나 겪는다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