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편 : 비타민 같은 제자들 1

by 단단씨

난 학교에서 보건실을 지키는 보건교사다. 보건교사는 학생 수가 많으나 적으나 해야 할 일은 같다. 물론 학생 수가 많으면 더 고달프지만.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은 “보건교사가 아파도 되는 거야?”라는 말이다. 보건교사도 사람인데 어떻게 아프지 말란 말인지. 들을 때마다 그 말이 가슴에 콕콕 박혀 설움이 고구마 줄기처럼 뻗어 나간다.


셋째를 낳고 복직하여 일이 손에 안 잡히는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남들은 애국자라고 하지만 해야 할 일은 차고 넘친다. 아프다는 학생들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보건실 문을 쉼 없이 들락거렸다. 난 아무리 바빠도 학생들에겐 정성을 쏟으려 노력했다. 머리나 배 아픈 학생들에게 친구들과 산책하게 하거나 재미나게 놀면서 웃으라는 어설픈 숙제를 내주면서.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학생에겐 웃음은 부작용도 없다고 침 튀겨가며 설득도 하면서. 그 이유는 친절한 관심이 '만병통치약'으로 적절한 효과가 있음을 경험해봤기 때문이었다.


우리 학교는 점심때 심하게 다치는 경우가 많다. 지난 번 점심때는 보건실에 자주 오는 6학년 남학생이 왔다. 그 학생에게 우스갯소리를 한 적이 있었다.

“너 졸업할 때 보건실에서 상 받고 싶지? 이 학생은 매일 같이 보건실을 이용하여 이에 개근상을…”

내 말을 듣고 한참 웃더니 그 뒤로도 여기저기 다쳐서 보건실을 찾았다. 점심때 무릎이 아프다고 해서 얼음팩하라고 건네주었는데. 그때까진 무난하게 걸었다. 조금 있다 담임 선생님이 급하게 전화를 줬다. 너무 아파 못 걷는다면서. 학생을 휠체어에 태워 데려와 보건실에서 얼음찜질을 해줬다. 효과가 없었다. 원거리 직장에 다니는 부모님의 부탁으로 그대로 정형외과에 데려갔다. 다행히 인대만 늘어나고 골절은 아니었다.


오늘 점심시간에는 남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선생님, 얘가 친구랑 싸웠는데 울다가 토하기까지 했어요.”

울어서 양 눈이 벌겋게 된 남자 아이에게 침대에 누워 있으라고 했다. 친구들은 다 가게하고, 물 한 잔을 마시라고 건넸다. 마음이 복잡한지 침대에서도 편히 있지 못했다. 보건실이 조용해지자 조심스레 아이에게 다가가 따뜻하게 물어보았다.

“이젠 말할 수 있겠니? 그 아이가 너한테 뭐라고 한 거야?”

“달리기도 못한다고 놀리고… 눈썹 흉터도 하나 더 만들어준다고 하잖아요!”

아이는 말하면서도 속상한지 다시금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화장지를 나에게 건네받은 아이는 눈물을 닦았다. 이야기를 들어주니 아이는 화가 풀렸는지 괜찮다고 교실로 돌아갔다.


친구가 자기를 왕따 시켰다며 울면서 오는 아이, 개인적인 비밀을 퍼뜨린 친한 친구와 싸운 아이, 운동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데 결과가 안 나온다고 코치랑 부모님이 나무란다며 죽고 싶다는 아이 등등. 속상하고 짜증나며 억울해하는 수많은 아이들이 보건실을 찾는다.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면 처음에는 펑펑 운다. 진정되면 따뜻한 물 한 잔 먹이고 교실로 돌려보낸다.

나에게 엄청난 능력이 있다면 스트레스를 다 날려주고 싶건만. 그런 힘도 없고 그저 시간과 여력이 되면 들어주려고 애쓴다. 듣고 있으면 해결책도 없어 난감할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나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속상한 마음 알아차리기만 해도 좋아하는 것을 보면.


오늘은 보건교사로서 기운이 솟는 날이었다. 보건실 한쪽에 학생을 병원에 데려다 주고 바람이 빠진 휠체어가 있었다. 어제 수업이 끝나고 6학년 아이들이 교실로 가다가 그걸 보고 직접 넣어주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대충 대답했었는데. 오늘 기특하게 진짜 펌프기를 자기 집에서 따로 챙겨와 휠체어 바퀴에 기쁨을 빵빵하게 넣어주고 갔다. 너무 즐거워서 나도 모르게 아이를 휠체어에 태워줬다.

“선생님, 이 학생 많이 아픈 거예요?”

“아니, 아니요… 그냥… 그런게 있어서…”

막상 복도로 나가니 괜한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걱정해주는 선생님들과 마주쳐 대충 둘러대느라 진땀을 뺐다. 나완 대조적으로 휠체어에 앉은 학생은 좋았는지 입이 귀에 큼지막하게 걸렀다. 평생 못 잊을 추억을 선물로 받은 것처럼.




작가의 이전글1-7편 : 신규 보건교사의 성장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