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편 : 혼자라서 망한 초보 글쓰기 1

혼자 1. 시인의 감성은 어려워

by 단단씨


월간 문학세계 심사위원이 나열한 내 시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을 읽고 무너졌다. 토해내지 못했던 아련한 시간을 떨치고 나니 추위가 딱 버티고 있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온몸으로 막아서는 겨울 때문에 가슴이 시리도록 아팠다.

「아지랑이의 시샘」외 4편은 다소 굴곡이 많은 수준이지만 당선의 자리에 올린다. 대상을 바라보는 관찰력이 있어 보이고 또 이를 언어로 포장하는 기교는 있지만 요설 같은 언어의 나열이 거슬리는 것도 사실이다. 더 많은 시어를 버리는 연습에 땀을 흘리기 바란다. 대성을 빈다.

-1999년 심사평-


아지랑이의 시샘
글쓴이: 작가

시가 잘 써질까 봐
햇볕 잘 드는 평상에 앉아
시름없이 기다린다.

숨어서 몰래 지켜보는 아지랑이
나를 시샘하는지 비비 꼬아
하늘을 연신 찌른다.
하늘의 비명 소리에 우리 집 마당은
연극무대가 되어 소란스럽다.
새들은 소리 내어 대사를 외우고
나무들은 거울을 보며 파랗게 분칠한다.

할 수 없이 나는 시를 멈추고 공짜 연극을
보는 관객이 된다.


26살 무렵, 맨 처음 시가 당선됐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는 시고 달콤한 과일을 한입 깨어무니 알갱이가 팡팡 터지는 맛이었다. 향긋한 향기가 입안을 감돌다 못해 주변의 공기까지 붕 뜨게 만들었다. 너무 기쁘다 못해 마음까지 적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문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소설과 수필에 관심을 가져보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간호사가 되었을 때부터 나 혼자 시를 틈틈이 써보았다. 국어사전을 찾아가며 시어들을 필사했고, 좋아하는 시집을 읽을 때마다 색다른 표현 방법에 깜짝 놀랐다. 무릎을 치거나 머리를 때리는 톡 쏘는 탄성. 가슴이 먹먹하거나 눈가가 시큰해지는 슬픈 감동. 그러다가 나도 쓰고 싶다는 울림. 심장과 머리가 부딪치는 쩡하는 소리를 듣고 볼펜을 들었다. 무엇을 쓸까, 고민하면서 볼펜을 똑딱거렸다. 시인이 되는 행운이 내 손안에 잡히길 기대하면서.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창피하지만 시를 쓰면서 닮고 싶은 시인의 시어를 무조건 베끼는 것을 반복했어도 존경하는 시인이 될 재능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썼던 시를 보여주는 이유는 단 하나다. 시는 너무 난해하고 혼자 쓰는 시는 더더욱 어렵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다. 사물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아는 관찰력을 유지하기 위해 고정관념에 물들지 않는 노력이 필요했다. 신이 선물한 시인의 풍부한 감성을 흉내 내다 탈모가 올 것 같았다. 시인의 감성은 너무 어려웠다.

예전 동료가 하던 말이 떠오른다.

“너는 술 한 모금도 안 먹고 꼭 취한 사람처럼 글을 써.”

끝내 그만둘 때까지 욕인지, 칭찬인지 물어보지 않았다.


한때 시를 끄적였던 내가 충고하는 이유는 ‘만약’ 고문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만약에 빠지지 않으려면 그 길을 가봐야 하지 않을까. 만약 25년 전에 시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나는 알아주는 시인이 되었을까? 만약 시를 계속 읽었다면 시인의 풍부한 감성을 유지했을까? 만약 시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면 어땠을까? 가보지 않은 길이라서 누가 알겠는가. 나는 길목에서 주춤하다 다른 길로 가버렸으니 끝을 알지 못한다. 그 길의 끝이 어디인지는 상상이 아닌 직접 걸어가봐야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는 거라고 장담한다.


혼자서 시를 노래하는 초보 시인들에게 고이 묵혔던 감성으로 선택이란 용기를 말한다.

“여기 산 자와 죽은 자가 교차하는 곳

삶과 죽음 너머를 저울질하는 곳

갈림길이 있는 이곳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죽은 자의 혼은 내게 말한다

더 이상 고통도 절망도 없을 거라고

산 자의 심장은 내게 말한다

삶 속에 사랑과 진리가 존재한다고

여기 갈림길서 나는 주저한다.

내 선택에 달려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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