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털 관리가 중요한 건 알겠는데, 어떻게 하는 거야?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하려고 한다. 내가 어릴 때, 공부가 안될 때는 꽤나 많았다. 그런 과정이 반복하자, 대부분 지능이나 체력적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가장 큰 이유는 정신적 문제였다. 어떤 날은 책상에 앉아 있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졌고, 또 어떤 날은 머릿속이 다른 생각으로 가득 차서 글을 읽기조차 버거웠다. 결국에는 공부처럼 중요한 것은 멘탈 관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공부가 유난히 하기 싫은 날이 있다. 온몸에 힘이 빠지고, 몇 분 앉아 있었을 뿐인데도 시간이 한 시간처럼 느리게 흐르는 날. 그런 날은 게으른 것도, 의지가 약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하루 동안 너무 많은 자극 속에 노출되어 있었을 뿐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그리고 끊임없이 자극을 소비한다. 알림음 하나, 짧은 영상 두 개만으로도 뇌는 계속해서 ‘더 강한 자극’을 향해 움직이게 된다. 시험을 망치거나 친구와 크게 싸운 날처럼 부정적인 경험도 큰 자극으로 다가온다. 문제는 바로 공부가 그 자극의 연장선에 있는 활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식욕이 강한 사람이 아닌 이상 공부는 모든 활동 중에서도 가장 자극이 약한 편에 속한다. 그러니 강한 자극에 길들여진 뇌가 갑자기 조용하고 단조로운 공부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생리적인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날에는, 스스로를 혼내지 않기로 했다. ‘왜 이렇게 하기 싫어하는 거야?’라고 다그치지 않고, ‘오늘 내의 뇌가 조금 과열됐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그리고 해야 하는 건 의지를 짜내는 것이 아닌, 주변 환경을 조금 조용하게 만들어주는 일이다. 예를 들어 핸드폰을 끄고 손이 닿기 어려운 곳에 두기, 책상을 정리하기, 어제 마시다 만 컵 하나를 치우는 것 같은 것만으로 도 시각적 자극이 줄어든다. 책상 위의 혼잡이 정리되면, 뇌 속의 혼잡도 조금은 정돈된다. 이 작은 정돈 뒤에는 신기하게도 ‘아주 약한 자극’, 즉 공부의 자극이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한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는 아니지만, 천천히 스며드는 잉크처럼 조금씩 자리 잡는 정도지만,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마음에게 완전히 주도권을 내어주지는 않게 될 것이다.
어떤 날은 이유 없이 이상하게 집중이 안될 때가 있었다. 시험 생각 때문이든, 안 간 관계 때문이든, 머릿속의 부정적이고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몰려와 집중이 힘들 때가 있다. 예전에는 그런 날이면 억지로 정신을 붙잡으려고 이마를 짚거나, 책상에 몸을 더 붙이며 ‘버티기’를 선택했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그럴 때는 잠시 펜을 놓은 뒤, 눈을 감고 자신이 계속해서 밀어내려던 기억들을 오히려 인정해 보는 것이다. 들이쉬며 4초, 숨을 참으며 7초, 내쉬며 8초 그리고 다시 4초 동안 들이쉬는 것을 반복하며 어지러운 생각을 조금씩 정리해 준다. 이 짧은 호흡법이 끝나면 집중력이 갑자기 또렷해지는 건 아니지만, 하지만 마음이 지난 시간의 소음에서 조금 떨어져 다시 공부와 연결될 수 있는 자리로 돌아오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슬럼프. 많은 사람들이 증오하고도 두려워하는 단어다. 슬럼프는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작은 무너짐들이 오랜 시간 쌓여 만들어진다. 어느 날은 머리가 무겁고, 어느 날은 이유 없이 피곤하며, 또 어떤 날은 그저 ‘하기 싫다’는 감정이 마음 전체를 덮는다. 그럴 때 나는 억지로 속도를 붙이거나 완벽한 목표를 달성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대신, 기준은 그대로 두되 속도만 낮춘다. 50쪽을 보던 날이라면 10쪽만, 2시간 하던 날이라면 20분만. 문제집 한 세트를 하던 날이라면 반 세트만 진행한다. 속도를 줄인다고 해서 실패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완전히 멈추지 않는 것이다. 멈추는 순간 마음은 쉽게 가라앉고, 가라앉은 마음은 오래도록 정신을 괴롭힐 것이다. 어떤 날의 공부는 성취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흘러내리지 않기 위한 버팀일 때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슬럼프도 적이 아니라 잠시 동행하는 손님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손님과 함께, 천천히 다시 길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하루가 끝나면 나는 오늘 달성한 목표보다 내가 버텨낸 순간들을 먼저 떠올린다. 힘들다는 것을 자각하고 잠시 쉰 시간, 집중이 흐트러졌지만 다시 호흡을 고르고 책으로 돌아간 순간, 미루고 싶어도 숙제를 한 장 더 한 순간들. 작고 사소해 보이는 순간이지만, 그 모든 것이 나를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한 힘일 것이다. 공부는 단순히 재능만으로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오래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마음을 다루는 방법을 조금 더 일찍 배운 사람들이다. 지치고 흔들릴 때, 마음을 다잡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만이 작은 실패에 무너지지 않고, 천천히 길을 이어간다. 우리가 매일 조금씩 쌓아가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내일의 나를 버티게 해주는 태도다. 한 페이지를 넘긴 것보다, 한 번 더 일어난 마음, 포기하지 않고 앉아 있었던 그 시간이 훨씬 큰 자산이다. 그리고 그 태도를 끝까지 지킨 사람만이 아무도 모르는 사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멈춘 듯 보여도, 그 작은 지속이 결국 원하는 곳으로 데려가는 디딤돌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스스로에게 속삭여보자.
“오늘도 버텨줘서 고마워. 내일도 힘내자”
공부하다 보면 어느 순간 벽처럼 느껴지는 지점이 찾아온다. 아무리 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 것 같고, 하루치 계획을 채우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히고, ‘내가 정말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걸까'라는 고민과 나를 앞서 나가는 수많은 친구들. 그럴 때 우리는 습관처럼 스스로를 다그친다. “조금만 더 해.” “이 정도도 못 참아?” “다들 하는데 왜 너만 힘들어?” 하지만 사실, 정말 힘든 순간에는 나 혼자만의 의지로 버티는 것보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훨씬 더 용기 있는 선택이다. 너무 힘들면 주저하지 말고 말해도 된다. 친구에게, 가족에게, 혹은 전문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에게. “나 요즘 많이 지쳐.” “공부가 너무 힘들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이런 말은 약함의 표현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지키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단단한 행동이다. 피곤한 마음을 잠시 누군가에게 기대는 일, 혼자 넘기 어려운 감정을 함께 마주하는 일, 방향을 잃었을 때 누군가의 시선을 잠시 빌리는 일. 이런 것들은 실패가 아니라 회복의 시작이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고, 인간은 누구나 무너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기대어도 된다.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든 날이 왔다면 스스로 모든 것을 떠안으려 하기보다 손을 내미는 선택을 해도 괜찮다. 세상은, 생각보다 각박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어딘가에, 당신의 편이 되어줄 누군가가 있으니까.
오늘도 이전화처럼 짧게 적었다. 그러나 내가 하고픈 말들을 가장 많이 적은 글이기도 하다. 나는 매일 아침 뉴스를 볼떄마다 수많은 학생들이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것을 보았고, 같은 학생으로써 공부할떄의 스트레스에 대해 동감하면서 이해할수 있다. 때문에, 이 글이 압박을 받던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