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미루는가

뭔가를 미루고 있다면 당장 들어와서 읽어보세요.

by 살랑살랑

오후 7시. 내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숙제를 계속 미뤄 왔다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이제 진짜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다. 우선 숙제를 위해 컴퓨터를 켜고…

핸드폰을 확인하는 것이다. 게임을 하는것도 나쁘지 않을것같다. 일일 보상을 아직 받지 않았으니. 아니면 내일 있을 소개팅부터 준비해야할지도. 친구가 말하길 정말 귀엽게 생긴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으니 기대가 된다. 생각해보니 미루던 방청소도 해야한다는 생각에 온몸이 늘어지는것같았다.

이런 생각들이 겹치고 겹쳐, 어느새 자정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컴퓨터를 끄고 그냥 내일 아침에 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루기’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쯤 겪은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미루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계속 미루는 걸까?

우선, 어떤 일을 미래에 하는 것으로 결정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미루기’는 아니다. 시간 관리는 중요도에 따라 어떤 일을 먼저 하고, 어떤 일은 나중에 해도 되는지 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미루기는 ‘해야 한다고 스스로 말했던 일’을 ‘아무 이유 없이’ 미래에 하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행동하면 안 좋은 결과가 생길 걸 알면서도 말이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미루기는 게으름이 아니다. 미루기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해야 할 일을 떠올리는 순간, 뇌는 그것을 ‘위협’으로 여기진 않지만, 불편하거나 부담스러운 자극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때 감정과 스트레스 반응에 관여하는 편도체는 불안·압박 같은 부정적 감정을 먼저 활성화시키고, 그 결과 우리는 긴장을 느끼거나 피하고 싶어지는 충동을 경험한다. 반면, 계획을 세우고 집중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전전두엽은 이런 감정 반응보다 더 많은 에너지와 주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감정적인 회피 반응이 앞설 수 있다. 결국 이 미묘한 균형 속에서 우리는 불편한 과제를 잠시 미루고, 스트레스가 적은 다른 활동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지기 쉽다. 미루기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뇌의 단기적 전략인 셈이다.

문제는 이 단기적 전략, 투쟁-도피 반응 속에서 우리는 '위협(해야 할 일)을 피하고 더 스트레스가 적은 다른 일을 선택'해 버리는 것이다.


물론 이 반응이 과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어쨌든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마감일이지, 호랑이가 덮쳐오는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우리는 두려움, 무능감, 불안감 같은 부정적 감정을 일으키는 일을 가장 많이 미루게 되어버린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미루는 대학생들은 도전적, 즉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게 만드는 과제일수록 더 자주 미뤘다고 한다. 또 미루는 동안에는 과제가 더 어렵게 느껴지고, 부담감도 커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른 연구에서 연구원들은 학생들에게 하루 종일 “공부하라”는 알림을 보냈다.

학생들은 공부 중, 혹은 공부를 끝냈을 때는 “생각보다 별로 힘들지 않다”라는 답변이 왔고, 미루고 있을 때는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스트레스”라고 평가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과제가 실제보다 훨씬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미루기가 감정에 의해 동기화된 행동인 만큼, 감정 조절 능력이 부족하거나 자존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미루기 쉬워진다.

이것은 시간 관리 능력과 크게 상관없는 일이다.


또 다른 점을 짚고 넘어가자면, 미루는 사람이 미루는 이유는 절대 게을러서가 아니다. 게으름은 에너지가 낮고 무기력한 상태라서 아무것도 안 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미루는 사람들은 대개 하찮은 일로 바쁘게 자신을 분주하게 만든다. 즉, 게으른 게 아닌 피하고 싶은 감정 때문에 도망치는 것에 가깝다. 오히려 완벽주의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미루는 사람도 많다. “잘못하면 어쩌지?”라는 걱정 때문에 시작을 미루는 것이다.

그러나 미루기의 이유가 어떻든, 미루기의 결과는 비슷하다.

불안과 우울

지속적인 죄책감

높은 스트레스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적 문제까지.


무엇보다 나쁜 점은, 미루기가 단기적으로는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때문에 우리 몸이 이것을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학습해 버려 '미루기를 더욱 반복하게 된다'라는 결과를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까?

역사적으로는 “더 강한 의지력과 철저한 시간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연구자들은 오히려 그 반대라고 말한다. 자기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면 감정적 압박이 더 커지고, 그로 인해 과제가 더 위협적으로 느껴져 결국 원하던 결과와는 반대로 더욱 미뤄버리는 것이다. 결국 이 굴레를 끊기 위해서는 부정적 감정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유용한 전략들 몇 개가 있다:

일을 더 작은 단계로 나누기

왜 스트레스를 받는지 기록하고, 그 감정의 근원을 파악하기

충동적으로 미루게 만드는 주변 방해 요소 제거하기 (예시를 들자면 핸드폰이 있다)

무엇보다,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지 말고,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져야 한다.


미루기와 스트레스가 반복되는 문화 자체가 결국 우리 모두에게 해롭기 때문에, 우리는 이 굴레를 끊어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자식은 부모를 선택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