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긍정에너지 옥랑 Nov 30. 2022

시골 작은 학교, 이대로 좋을까?


‘자녀분이 3명이면 꼭 우리 학교 오셔야겠네요~’

지금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시골 작은 학교 교장선생님의 말씀이었다.


귀촌을 실행에 옮기며 나의 가장 큰 바람 중 하나는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는 것이었다.

귀촌지를 정하고 양양지역 작은 학교들의 정보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작은 학교들로 유명한 학교들이 몇 학교 있었지만, 너무 멀어도 힘들겠다 싶어 주거지 인근의 네 학교를 상담받았었다.


당시 큰아이는 2학년, 쌍둥이들은 5살이라  웬만하면 셋이 함께 다닐 수 있는 병설유치원이 딸린 초등학교 학교를 보내고 싶었다.

한 학교는 유치원생이 꽉 차서 더 이상 유치원생을 받기 힘든 상황이었고, 상담을 받고 싶어서 전화를 한 학교는 ‘그냥 집에서 가까운 학교로 보내세요~’라고 말했다.

다른 한 학교는 유치원생이 없어서 유치원 문을 닫은 상태였다.  

마지막으로 상담을 받은 학교가 우리 아이들이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다. 이전에 상담을 받은 다른 학교들은  교직원분이 상담을 해 주셨는데 이 학교는 교장선생님께서는 약속을 잡고 직접 상당을 해 주셨다.


다른 모든 걸 떠나서 상담을 해 주신 교장선생님을 뵙는 순간,

  “아! 이 학교에 꼭 보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롱초롱 맑은 눈을 빛내며 연신 밝은 미소와 함께 말씀하시던 교장선생님.

그녀의 교육관과 철학에 단번에 맘을 빼앗겼다.

함께 학교를 둘러보던 아이들도 ‘이 학교 다니고 싶어요~!’라고 몇 번씩이나 말했다.

여태껏 가지고 있었던 교장선생님에 대한 ‘고정관념’을 말끔히 무너뜨리며 아이들을 위한 마음이  열정적을 넘어선 헌신적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그런 교장선생님이셨다.




전교생 숫자로는 상담받았던 다른 학교들 중 가장 작은 학생수를 가지고 있던 학교였다.

유치원~6학년까지의 학생수가 13~15명 정도이던 작디작은 시골  학교.

그 학생수도 한 가정 2~3명의 자녀들이 다녔기에 5~6 가정의 아이들이 전부였다.

전교생들이 서로의 이름을 알고

 깔깔 거리며 함께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모든 교직원들이 다정하게 아이들을 불러주던 학교.

이런 학교에 다닌다면 아이들의 맘이 행복함과 충만함으로 가득할 것 같았다.


더불어, 그동안 작은 학교에 대한 우려로 꽉 차 있던 마음도 눈 녹듯 사라졌다.

귀촌을 계획하며  온라인상 제일 큰 귀농귀촌 카페에서 알아본 바로는, 작은 학교는 겉으로는 장점들이 많아 보였지만 실제로 보내는 분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선생님들이 전혀 신경을 안 쓴다…’

‘아이들의 학습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

‘같은 아이들과 6년 내내 같은 반이 된다..’

‘작은 학교에 보내면 분명 후회한다..;

‘선생님들도 작은 학교에는 그냥 쉬러 온다..’ 등등

웬만하면 읍내 큰 학교로 보내라는 이야기가 지배적이었기에, 내심 걱정됐던 찰나였다.


교장선생님께서 10명 남짓한 학생들에게 쏟아붓는 애정과 사랑은 내가 여태까지 봐왔던 선생님들 중 감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도록 언제나 힘쓰셨고, 아이들의 체력, 학습적인 부분도 신경을 많이 쓰셨다.   

봄에는 아빠와 함께 텐트를 치고 학교에서 자기도 하고, 여름이면 바다수영, 서핑 등을 배웠고 겨울에는 스키캠프를 떠났다. 학교 밴드 동아리에서 아이들이 드럼, 보컬, 베이스 등 악기 하나씩을 맡아 공연도 했다. 방과 후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우고, 학교 예산으로  각자의 자전거와 인라인을 구입해 매일 연습하고 탔다.


행복한 유년시절의 충만감으로 내면의 힘을 키우고, 아이들이 커서 경쟁을 해야 하는 시기가 왔을 때도 지치지 않게 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게 교장선생님께서 가지고 계시던 기본 마인드였다.




그렇게 3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10명 남짓하여 매년 폐교를 논하던 학교는 50명 가까이 늘어났다. 매년 대기를 걸어놓고 학생을 받는 그야말로 양양에서 가장 ‘핫’한 초등학교가 되었다.

한 사람의 훌륭한 마인드를 가진 지도자가 어떻게 학교를 변화시키는지  몸소 생생하게 겪었다.

학생수가 많이 늘었기에  예전처럼 가족 같은 학교의 느낌은 아니지만 교장선생님의 열정과 사랑은 그대로이다.

온라인 영어학습 사이트 대표를 만나 지원을 요청해 전교생이 화상영어를 매일 하고 있다.

양양 군수님을  만나 지원금을 따오기도 하고  매년 장학금을 지원해주시던 졸업생 선배님께서는 교장선생님의 요청으로  장학금을 큰 금액으로 늘려주셨다.

교장선생님께서 애써주심 덕분에 아이들은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교장선생님의 이런 모습과 학교 분위기는 그대로 선생님들에게도 전달된다.


얼마 전 상담주간에 큰 아이 담임선생님께서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많은 존경하는 교장선생님이 계시지만 우리 교장선생님이 제일인 것 같아요. 선생님들은 학급 아이들에게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고 나머지 일들은 교장선생님께서 직접 하시는 데 그걸 너무 행복한 마음으로 하십니다. 그래서 아이들도 행복하고 저도 학교에 오는 게 즐거워요 어머니!”


내년 10월이면 꽉 채운 5년의 임기를 마치게 되신다.

그녀가 변화시킨 작은 학교를 알기에, 벌써부터 많은 이들이 그녀의 임기를 아쉬워하고 있다.




이에 반해 대부분의 작은 학교 교장선생님들은 1~2년이 채 안되어 바뀌는 경우가 많다.

작은 학교들은 항상 폐교 위기에 놓여있는데 본인이 있을 때 폐교가 되면 실적에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잠깐 있다가 (본인이 원해서) 옮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한다.

친한 동생의 아이가 다니는 학교도 2년 새, 교장선생님이 3번 바뀌었다 한다.

그런 경우 대부분의 교장선생님들은 작은 학교에 ‘쉬러 온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서 변화를 싫어하고 일 벌이는 것을 탐탁치 않아한다.

교장선생님의 이런 마인드는 학교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에 선생님들도 그러한 분위기에 휩쓸리게 마련이다.

많은 작은 학교들이 아이들에게 신경을 별로 안 쓰는 것, 양양에 살면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 중 하나이다.

시간이 흘러도, 매해 같은 불만이 나와도 개선이 안되어 씁쓸한 부분이기도 하다.

비단 양양 작은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시골 작은 학교라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가 아닐까 싶다.


양양고속도로가 뚫려서 서울-양양의 거리가 2시간으로 좁혀졌다.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산과 들, 바다가 지천이고 공기 또한 맑다. 지역적 매력에 더해 작은 학교들의 다양한 체험과  무료로 제공되는 여러 지원들이 어린아이들을 키우기에는 정말 좋은 환경이다.

이러한 장점들에 많은 도시 학부모들이  작은 학교를 찾아 양양으로 오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1~2년, 길어야 초등학교 전까지만 머물다가 다시 살던 곳으로, 또는 도시로 떠난다.


그들은 말한다.

“교육적인 부분만 해결되면 여기서 계속 살고 싶어요.”

교육적인 부분이라 함은  ‘학습’ 적인 의미도 있지만, 선생님들의 열정이나 시스템의 의미가 더 큰 것이 아닐까?

교육청과 군 차원에서 학교와 선생님들의 인식개선, 아이들의 교육에 조금 더 신경 쓰고 지원을 해준다면 고학년이 될수록 유실되는 아이들이 줄어들고 오히려 인구유입도 늘어날 것임을,

많은 학부모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다.

관광의 허브가 되어가고 있는 양양, 이 기회에 시골 교육의 허브로도 발돋움해보는 건 어떨까.

그러한 양양을 꿈꾸어본다.

작가의 이전글 지금 여기, 양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