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을 꿈꾸는 대부분 사람들의 가장 큰 로망은 전원주택을 짓는 것이다.
사실, 나는 전원주택에 대한 큰 로망은 없었다.
단지 한창 자라나는 세 아이가 있었고, 시골에서까지 아파트에서 살고 싶진 않았기에
귀촌지를 정하고 주택을 알아봤다.
하지만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시골에서 주택을 구하는 건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려웠다.
아파트는 많은 매물이 있었지만 주택, 특히 우리와 조건이 맞는 주택은 거의 찾을 수가 없었다.
우연히 지금 터에 자리를 잡았다.
‘양양으로 귀촌하리라’ 마음먹고 살 곳을 알아보기 위해 2주에 한 번씩 양양으로 오갔다.
우리가 집을 구하고 있다는 것을 머물렀던 동네 어르신께서 우연히 알게 됐고
마침 집이 하나 나온 게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바로 집 주인께 연락을 해서 집을 보러 갔다.
아스팔트가 깔려있긴 하지만 좁고 울퉁불퉁한 길.
‘길이 너무 좁다.. 여기서 어떻게 왔다 갔다 하며 살지?’
양옆으로는 밭이 있고 군데군데 예쁜 꽃들이 피어있는,
좁지만 예쁜 그 길을 지나니 햇볕이 잘 들어 오른 너른 대지에 목조주택으로 집이 한 채 지어있다.
들어오는 길이 좁아 놀라며 걱정했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아담하고 소담스러운 집만 눈이 들어왔다.
그동안 부동산을 통해 봐왔던 다 쓰러져가는 집들과는 달랐다.
하늘에 떠있는 구름과 맞닿을 것 같은 공간, 저 멀리 보이는 낮은 산등성이, 멋진 소나무들.
거기다 누구의 눈치를 안 봐도 될 것 같은 길 끝 마지막 집.
예쁜 풍경에 정신을 홀딱 뺏긴 나는 이런 집을 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에
그다음 날 바로 계약을 했다.
20평 집이 한 채 지어진 300평의 대지.
20평의 집은 커다란 거실 하나, 방 하나로 6식구가 살기엔 턱없이 부족한 공간이었다.
함께 삶의 터전을 옮기신 엄마가 그 집에서 지내시고 우리 5식구가 살 집을 구하기 시작했다.
몇 주에 걸쳐서 부동산도 가고 여기저기 알아보았지만 주택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 우리에겐 300평이라는 대지가 있지! 집을 짓자!!!”
서울에 살던 집을 정리한 돈으로 땅을 사고 집을 짓는데 다 쓰고, 모자라 대출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1금융권에서 시골 전원주택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어쩔 수 없이 2금융권에서 다소 높은 이자를 내고 돈을 빌릴 수뿐이 없었다.
추가로 양양군에서 저금리로 대출해 주는 지원도 있었는데
이미 토지와 주택을 구입한 우리는 해당되지 않았다.
막상 이런 사실들을 알게 되니 너무 알아보지 않고 귀촌을 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돈이 집과 땅에 묶이니 자그맣게라도 자기 일을 하고 싶었던 신랑은 속상해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우리의 귀촌 삶은 살아보니 실로, 아쉬운 점이 많았다.
“서울 집을 팔지 말고 세를 주고 올 걸 그랬나?”
“집을 짓지 말고 전세나 월세로 더 알아볼 걸 그랬나?”
“시골 대출 제도에 대해 더 알아볼 걸 그랬나?” 등등..
아랫집 할머님의 며느님은 우리가 서울 집을 팔고 이사 온 게 못내 안타까우셨는지 아직도 종종 내게 말씀하신다.
“쌍둥이 엄마~! 그때 서울 집 팔지 말고 세를 주고 왔어야 했어~!”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전원주택 지은 후 살아보니
집을 어떻게 짓는 게 좋을지, 집을 지을 때는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지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원주택에 살지 않았으면 전혀 몰랐을 것들이었다.
지금 사는 집은 사실 우리 부부의 의견은 전혀 반영이 안 된 집이다.(사실 집을 지을 때 이것저것을 알아보긴 했지만 너무 머리가 아파 포기하고 모든 것을 건축사에 맡겼다)
전원주택은 어떤 게 필요하고 어떤 게 필요 없는지,
어떤 게 어느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 집을 지을 때 어떤 부분을 신경 써야 하는지 살면서 알게 됐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정화조의 위치는 구석진 곳이 좋고, 마당 수전은 어느 위치가 좋은지, 집은 단층이 좋은지 2층이 좋은지, 길은 어떤 길이 좋은지…
이 모든 게 살아보니 알게 되는 것들이다.
신랑과도 항상 이야기한다.
“다음에 집 지으면 정말 잘 지을 수 있을 것 같아~!!”
우리는 무작정 집과 땅을 사서 이사 왔지만 만약 귀촌을 꿈꾸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월세든, 전세든 지어진 집에서 살아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귀촌 전, 젊은 귀촌 가족에게 조언을 구하고 싶어 먼저 양양으로 귀촌해 살고 있던 가족을 컨택해서 만난 적이 있다.
그 가족과는 지금도 언니, 동생 하며 친하게 지내고 있는데 얼마 전 그녀와 귀촌 초반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언니! 그러니까 제가 언니 처음 만났을 때 한번 집 구해서 살아보라고 했잖아요~!”
“정말~? 기억이 안 나.. ㅠ”
그때는 그녀의 조언이 귀에 들리지 않았다.
빨리 양양에서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너무 강렬해서
시골살이 중 “그녀의 좋은 이야기”만을,”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을 선택해서 들어서 였을까?
나에게도 간혹 귀촌 조언을 들으러 오시는 분들이 계시다.
그분들께 나도 그 동생처럼 이야기하지만 그분들도 아마 “귀촌의 좋은 이야기”만을 선별해서 기억하시는 게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몇 달 후 양양으로 이사 온 그분들을 만날 때면..
더군다나 나처럼 도 시집을 다 정리하고 양양에서 전원주택을 지으시는 걸 볼 때 “귀촌의 장점”만 선별해서 들으셨다는 의심은 점점 확신에 가까워진다.
모든 게 완벽할 수 없는 우리 삶. 귀촌 삶도 마찬가지다.
하나하나 알아가며 배우며 도전하며 사는 새로운 인생.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는 양양 삶이, 그분들께도 그러하기를 바라본다.
나의 인생 중 가장 아름답고 포근하고 향기로운 양양 북분리 집.
맨땅에 헤딩하는 귀촌이었기에 함께할 수 있었던 땅과 이 공간.
우리 가족의 작은 귀촌 역사가 함께 하는 이 집에서 나는 오늘도 새로운 하루를 맞이한다.
#블로그에 발행하고 추후 브런치로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