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이 자리에 머문다./북카페 로그

by 긍정에너지 옥랑

양양에는 수많은 카페가 있다. 서울에서 2시간 거리, 이제는 당일치기로 바닷바람을 쐬고 돌아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관광객에게 카페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여행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 되었다.

바다와 산이 가까운 양양은 바다뷰와 숲뷰를 내세운 카페가 많다. 전망 좋은 카페에 앉아 있으면, 가려진 시야 하나 없이 펼쳐진 바다가 그대로 눈에 들어와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그 풍경 하나만으로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그 많은 카페 중에서도 나는 유독 숲뷰를 가진 북카페 로그를 애정한다. 북카페로그는 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 연수원 안에 있는 북카페다. 연수원 내에 있는 카페라고 하면 작을 거라 짐작하기 쉽지만, 이곳은 1만 권이 넘는 책을 소장하고 있을만큼 큰 규모를 가지고 있다.

카페에 들어서면 두 면을 가득 채운 통창 너머로 맑은 하늘과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 숲이 펼쳐진다. 나는 통창을 따라 길게 놓은 1인 테이블 자리에 앉는다. 책을 읽다가도, 컴퓨터 작업을 하다가도 고개를 들면 소나무 숲이 그대로 시야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 풍경이 주는 편안함에 이 자리에 오래 머물게 된다. 커다란 스피커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공간 곳곳에는 다양한 크기의 테이블이 질서 있게 놓여있다.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도 있고,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스피커 뒤편의 커다랗고 묵직한 테이블 역시, 내가 혼자 올 때마다 자연스럽게 앉게 되는 자리다. 천장에는 이 공간의 규모에 어울리는 샹들리에가 멋스럽게 걸려있다.

방학 중인 오늘, 우리 아이들은 딸기라떼를 마시며 내 옆에서 책을 읽고 있다. 이 카페의 한쪽 책장은 그림책, 동화책등 다양한 어린이 도서로 채워져 있는데 아이들은 읽고 싶은 책을 자유롭게 골라서 자리에 앉는다. 아이들이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동안 나는 잠시 혼자가 된다. 아이들과 함께이면서도 나만의 시간을 가질수 있는 자유! 누군가의 말에 바로 반응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은 생각보다 흔치 않다.

무엇보다 내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혼자있어도 머쓱하지 않은 분위기 때문이다. 넓은 공간 안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신경 쓰지 않는다. 컴퓨터 작업을 하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글을 쓰는 사람, 그리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커다란 카페라는 한 공간에서 모두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오롯이 사용하고, 그런 자유스럽고 편안한 분위기가 매력으로 다가온다.

작은 카페에서 흔히 생기는 카페지기와 손님 사이의 친밀함이 이곳 카페로그에는 없다. 대신 자연과 음악과 책이 충분한 거리를 두고 나를 둘러싼다. 그 편안함의 매력에 나는 오늘도 이 자리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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