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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본희 Mar 20. 2023

파트 1. 사전컨설팅 감사와  감사개혁 스토리  

사전컨설팅 감사를 도입하게 된 계기, 전개과정과 추진 상의 어려움을 극복한 과정, 기타 감사혁신 확동을 적었다. 사전컨설팅 감사제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다소 개인적인 이야기도 적었고 감사나 청렴업무 수행에 통찰력(insight)을 줄 수 있는 내용은 글에 포함하였다.



    

1. 경기도 감사관으로의 뜻밖의 이직과 관점의 변화


필자는 1995년 수습행정사무관 시절 부서배치를 통해 감사원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감사가 적성에 잘 맞아 업무에 열정을 보였고 5급 부감사관 시절에 감사실적 우수로 감사원장 표창 2회, 감사업무 발전으로 대통령 표창을 1회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과장이던 2013년도에 3급 부이사관 승진 직후 갑자기 개방형 경기도 감사관 응모를 권유받았다. 처음에는 당황했고 감사원 생활을 하다가 지방자치단체로 이직하여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여부도 고민되었다. 최종 합격통보를 받자 일선행정을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감사기구의 장으로서의 경험을 쌓고 그동안 쌓은 감사역량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 마인드가 생겼다. 1998년경 2년여 동안 경기도를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했던 경험도 있어 그곳에서 감사책임자 역할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마음 편하게 생각했다.    

 

감사원에서의 감사관 생활과 경기도에서의 감사책임자 생활은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먼저 감사환경이 크게 달랐다. 감사원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성이 보장되는 국가최고 감사기구이므로 자기 업무만 충실히 하면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외부의 간섭도 별로 없다. 반면, 경기도는 우리나라 최대규모의 지방자치단체로서 각종 개발행정과 민원이 폭주하고 감사원 감사, 중앙부처 감사, 국민권익위원회 부패 관련 점검, 총리실의 복무점검, 도의회 감사 등 각종 감사를 수감해야 했다.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과 31개 시·군에 대해서는 감사를 실시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감사를 받은 경험이 별로 없다가 감사받는 입장이 되어보니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세금 쓰이는 곳에는 철저한 감사가 있어야 한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감사를 받는 수감자의 입장을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었다. 감사를 받는 공무원이 힘들다고 자료제출을 빨리 하지 않으면 감사를 피하려 핑계를 대는 것으로 보였고 오히려 감사강도를 더욱 높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경기도에서 행정현장을 지켜보니 대규모 사업이 투입되는 어려운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업무추진도 힘든데 집중적인 감사까지 받는 이중고에 시달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경기도 직원들이 업무를 추진할 때 감사를 의식해서 적극적이고 생동감 있게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것은 감사가 적발 실적 위주로 다소 억압적으로 진행된 데에도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돌이켜보면 감사제도 운영은 전적으로 중앙정부 몫이었다. 국가최고 감사기구인 감사원은 우리나라 감사제도 및 운영 전반을 관장하고 각급 감사기구를 점검한다. 중앙부처도 합동감사, 소관업무 감사 등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감사를 수행한다. 지방자치단체는 감사원을 비롯한 중앙부처의 각종 감사를 어떻게 잘 받느냐에 관심을 가졌고 감사제도의 획기적 개선은 꿈도 꾸지 못하였다. 경기도 감사관으로서 처음 감사를 받으면서 느낀 감사에 대한 소감은 우리나라 감사행태와 방식이 ‘소극행정’을 조장하고 ‘복지부동’이라는 공직사회의 나쁜 문화를 뿌리내리게 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는 원래 불편한 것이고 또한 감사가 복지부동을 야기하였다는 것은 감사를 받기 싫어하는 감사대상자들의 변명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되었다. 혹여 부정부패 관련 사건이라도 터지면 ‘공직기강 확립’과 ‘무관용의 원칙’, ‘일벌백계’ 등의 단어를 들먹이며 기존의 감사관행과 행태를 더욱 강화하기만 할 뿐이었다.       


2. 깨끗· 스마트·배려하는 감사문화 개혁 캠페인의 시작


 감사품질관리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은 일선기관의 자체감사가 통상 그러하듯이 경기도 감사관실의 자체감사도 일방적·고압적이었다. 시·군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징계를 요구하는 사항의 70∼80% 정도는 근거가 불명확하거나 무리가 있었다. “왜 감사결과가 이러냐”라고 한 직원에게 물어보았더니 감사 종료시점이 되어 감사반의 팀장이 “밥값 하자”라고 해서 경미한 사안도 징계로 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상급기관이 하급기관에 감사를 나가면 말을 잘 듣도록 하기 위한 군기 잡기 식의 감사문화가 있었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지만 일일이 개별 사안에 대해 감사자들과 다투기에는 한계가 있어 2013년 7월 감사관 부임 직후부터 깨끗·스마트·배려하는 감사를 하자는 캠페인을 시작하였다. ‘깨끗’은 공정과 청렴, ‘스마트’는 감사역량과 문,. 제해결 능력, ‘배려’는 소통과 역지사지를 의미한다. 공정하고 현명하게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역지사지의 자세로 감사에 임하자는 것이다.      


우선 감사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유도하기 위해 명함과 홍보물의 문구부터 바꾸었다. 당시 도지사가 청렴과 반부패 의지가 강력해서 명함 뒷면에 “부패행위를 하지 않고 투명하고 책임 있게 업무를 처리하겠습니다”와 같은 부패방지 관련 문구를 넣었고 홍보물도 공무원 행동강령과 처벌을 넣었다. 너무 마음에 안 들어 문구를 바꾸려고 했더니 도지사가 다 검토한 문구여서 바꾸면 큰일이 난다고 문구변경을 반대했다. 필자는 이러한 부정적 처벌 위주의 문구로는 청렴도 향상이 어렵다는 판단이 서서 내 책임하에 바꿀 테니 더 이상 논의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 명함 뒷면 사례 >



기존 명함의 뒷면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청렴한 경기도를 만드는데 앞장서겠습니다.     

· 부패행위를 하지 않고 투명하고 책임 있게 엄무를 

  처리하겠습니다.

· 금품·향응 등을 받지도 요구하지도 않겠습니다. 

· 부당한 이권개입과 청탁을 하지 않겠습니다


바뀐 명함 뒷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청렴 홍보 마우스패드 사례>


기존 청렴 홍보 마우스패드는 다음과 같다.


바뀐 청렴 홍보 마우스패드는 다음과 같다.



부정적 문구를 긍정적으로 바꾸니 문구를 바꾸면 안 된다던 직원들도 좋아했다. 명함 뒷면 문구와 청렴 홍보 마우스패드의 문구 변경은 필자가 사전컨설팅 감사제도를 홍보하기 위한 시군 강연회를 할 때 감사문화 개선사례로 소개하였다. 강연을 듣던 공직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관점의 변화가 있었다고 적극 좋아했다.


감사실적 평가시스템도 고쳤다. 징계요구사항은 20점 정도 주는 반면 전문지식과 경험을 활용하여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면 100점을 주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감사를 실시했더니 2014년 초 @@시 종합감사 후 @@시 내부게시판에 감사관실에 대한 칭찬의 글이 많이 올라왔다. 일을 많이 하면 남는 게 감사밖에 없다고 하는데 경기도처럼 감사하면 소신껏 열심히 일할 수 있겠다는 내용이었다. 통상 감사 후에는 감사 때문에 힘들다거나 일을 못하겠다며 감사를 비난하는 글이 내부게시판에 올라오는데 이와 반대로 칭찬의 글이 올라온 것이다. 지방언론도 “도 감사가 달라졌어요”라는 타이틀로 이를 소개하기도 하였다.    

  

< 내부게시판 감사 관련  사례 글 >     


- 공무원 일 많이 하면 남는 게 감사밖에 없다며 몸조심하라는 말을 많이 듣곤 합니다. 이번 경기도 감사처럼 감사받는다면 일 추진하는 과정에서 혹시 감사를 받게 된다 할지라도 소신껏 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떳떳이 말할 수 있겠습니다.      


- @@시 감사는 꼭 뭔가를 잡으려고 했는 것 같았는데.... 경기도 감사는 깔끔하게 잘못된 것만 지적하고 합리적으로 말이 통해서 좋았습니다. 경기도가 역시 달라도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시도 직원에게 부담 안 주고 핵심만 감사하는 분위기로 바뀐다면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신나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전에 진행된 감사에 비해 사후관리보다는 사전관리, 처벌보다는 예방 목적으로 진행되었다는 느낌이다. 사실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법령을 해석하는 데 있어 혼자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운 부분이 많았고 업무방향이 옳게 나아가고 있는지 점검을 받을 기회도 필요했다. 이번 감사기간 동안 나에게 업무 멘토가 생긴 느낌이었다. 항상 감사기간은 피하고 싶은 기간이었으나 이번 감사만큼은 하나라도 더 물어봐야지라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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