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일과, 넘치는 생각, 걱정 속에 흘러가는 내 삶 부여잡기
쓰고 싶은 글은 항상 넘쳐나는데, 노트북 앞에만 앉으면 '뭐 쓰려고 했지?' 상태가 되어버리는 나. (아주 강렬한 사건이나 감정 상태에 특이점이 왔을 때 빼고) 좋은 글감과 소재를 잊지 않기 위해 메모하는 습관을 갖자고 스스로 다짐하지만, 막상 좋은 소재가 떠올랐을 때는 귀찮아서 메모하지 않는다. 내 하찮은 뉴런과 뇌세포를 믿고 방만하게 군 결과, 잠시나마 날 설레게 했던 좋은 글감들이 증발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아깝다.
그래서 일과만으로도 피곤할 테지만, 그럼에도 내 넘치는 생각들과 자잘하고 쓸모없는 상상들을 브런치에 풀어내려고 한다. 블로그의 경우 지인들이 많이 보는 플랫폼인 데다가, 여기에 글을 쓰는 자아와는 또 다른 자아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 곤란한 면이 없잖아 있다. (블로그 자아는 매우 생기 발랄하며, 의식의 흐름으로 글을 쓰는 대가리 꽃밭 그 자체이지만, 브런치 자아는 심연의 그 어떤 것을 아주 심각하게 사유하는 자아이다.) 또, 회사 이야기를 썼다가 누가 볼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불안 요소들 때문에 일기를 쓰는 곳은 이곳으로 정했다.
직장인 일기 프로젝트라고 제목을 지은 이유는, 일기의 대부분이 직장생활에서 겪는 내 감정상태를 기반으로 쓰일 것이라 짐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강렬한 사건이나 감정 상태에 특이점이 왔을 때, 그 원인은 보통 회사 생활이나 인관관계에 관련된 경우가 많았으니 말이다.
현타 오는 직장생활, 직장상사에 대한 불만, 동료에 대한 미묘한 감정상태, 나보다 잘 나가는 대학 동기, 대기업 다니는 남자 친구를 만나는 친구,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 같은 부채감, 날씬하고 예쁜데 머리도 좋고 능력도 있는 나보다 한참 어린 회사 동기, 퇴사와 개인 사업 고민, 커리어 방향성, 이직, 내가 이 일을 좋아하나?라는 끊임없는 고민 등등. 러프하게만 쓰는데도 소재가 넘쳐 난다. 이런 글들이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라고 기대하는 나 자신이 약간 노간지이긴 하다만...)
아무튼, 어릴 적부터 남다른 열등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자존감이 낮고, 근데 또 어느 때는 이상하리만치 높은 자존감을 보여주는, 참으로 이상한 자아를 갖고 있는 내가 풀어내는 일기들이 무척 기대된다. 희망 없고 재미없는 삶에 내 일기가 엄청나게 큰 변화는 가져다주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일과를 벗어나 그날그날의 생각을 적어내는 일은, 훗날의 나에게는 분명 가치 있는 행동일 것이다.
가끔은 가열차게 분노하고, 슬퍼하고, 불안해하고, 우울해하겠지만, 또 가끔은 들뜨고, 기대하고, 설레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겠지. 기다려라 나의 미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