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잔잔 May 05. 2023

인생은 초콜릿 상자?

달콤함이 불쾌해지지 않도록


포레스트 검프에서 나온 대사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아. 내가 어떤 걸 집을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지.


퇴근 후 일과 중 받은 스트레스 때문인지 후식으로 초콜릿을 와작와작 먹었다. 먹다 보니 5개나 먹어버렸다. 첫 입은 너무나도 맛있었는데, 다섯 번째 초콜릿을 입에 넣을 땐 너무 달아 오히려 짜증이 났다. 이건 뭐 지킬 앤 하이드도 아니고, 맛있어서 좋다고 먹을 땐 언제고 넉넉하게 먹여주니 너무 달다고 찡찡대는 모습이라니. 웃기는 짬뽕이다.


남은 초콜릿을 냉장고에 넣어두면서 가만 생각해 보니 이 달콤한 초콜릿이 정말 인생과 닮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하고, 행복하고, 그래서 하고 싶고 갈망하던 것, 그것들의 첫 입은 모두 맛있었다.


지금 당장 백수가 된다면 첫 달은 무척이나 행복할 것이다. 근데 그게 두 달이 되고 세 달이 되고 마침내 1년이 되었을 땐 어떨까? 오랜 시간 지속되었던 자유라는 과한 달콤함에 오히려 미묘한 불안과 불쾌함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남들 일할 때 나 홀로 백수인 시절이 있었다. 당시에는 주변 직장인들이 평일에 놀고 있는 나를 부러워했다. 나 스스로도 충만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었기에 굉장히 즐겁고 행복했다. 하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니 나 혼자 멈춰 있는 기분에 자유로운 현실이 더 이상 이전처럼 달콤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 달콤함이 과하여 불쾌했고, 그저, 남들과 비슷한 길을 따라 빨리 합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는 직장인이 되었다. 직장인이 되자마자 그 달콤함은 내 의지대로 맛볼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자유로움이라는 기나긴 달콤함에 불안을 느끼긴 했지만 가끔 그 환상적인 달콤함이 불현듯 생각났다.


내가 먹은 초콜릿은 포레스트 검프에 나온 형형색색의 초콜릿이 들어있는 상자와 같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친한 친구가 몽골로 출장을 다녀오며 사다 준 초콜릿 상자였다.(모양도 색깔도 다 같은 초콜릿이 들어있는) 그럼에도 포레스트 검프의 대사가 생각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확실히 짐작할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무엇을 집는지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집는지도 중요한 일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또 하나 확실한 건, 어쨋거나 초콜릿은 달콤하다는 것이다. 그 달콤함은 누군가에겐 환상적이겠지만 누군가에겐 빠져나올 수 없는 중독의 덫이고 과하면 괴로움으로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난 달콤함으로부터 두 가지 감정을 모두 겪어본 사람으로서 중용의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과유불급, 중용


과하게 탐하는 것은 예로부터 경계되던 행동인 만큼 주의하며 살아도 나쁠 건 없을 것이다. 삶이 지치고 힘들수록 현재 내 삶에 달콤함이 너무 덜 하거나 과하지는 않은지 스스로 살펴보며 살아야겠다.


- 보고 있을 누군가, 삶이 쓰다면 초콜릿을 드세요. 단, 적당히 음미하며 그 환상적인 달콤함을 오래도록 즐길 수 있기를!













작가의 이전글 홀로서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