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란 배추를 셀 때나 쓰는 말
더 하라.
하와이 대저택 유튜브 영상 중에 최근에 부자가 되려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중에 '더 하라'는 내용이 있었다. 남과 다르게, 일반적인 생각의 틀에서 벗어난 생각을 하고 그 생각에 따라 행동하라는 뜻이었다.
'더 하라'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열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교사라는 일에서 더 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 시간을 더 내어서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는 것, 노력을 더 들여서 수업에 새로운 시도를 해 보는 것, 업무의 디테일에 더 신경을 쓰는 것? 뭐 이런 것일 거다. 아닌가?
지금 나는 어떤가? 남들이 하는 만큼 하고 있지는 않은가? 맞다. 남들 하는만큼, 딱 고만큼만 하고 있다. 더 하면 큰일 날 것처럼, 또 남보다 모자라면 안 될 것 같아서, 딱 고만큼만.
그렇게 열정이 사라져가고, 권태가 시작되는 건지도 모른다. 더이상 욕먹기 싫어서 튀기 싫어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외면하고, 남들이 하는 것처럼만 하게 되는 것. 직장 생활. 그때부터 직장생활이다. 사명 따위는 없다. 먹고 사는 게 사명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게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 먹고 사는 일이 가장 중요한데.
생계에 대한 두려움이 사무치게 찾아왔던 적이 있었다. 춥고 막막한 때가 있었다. 네 아이가 다 있을 때, 나는 육아에 전념하고 있었고, 남편만 외벌이하던 직장에서 갑자기 퇴사 통보를 받았다. 다른 직장을 구할 수 있게 4개월이라는 시간을 주었지만, 그 4개월동안 얼마나 춥고 외롭던지. 보일러를 아무리 따뜻하게 틀어도 마음은 늘 추웠다. 춥고 어둡고 외롭고 막막하고. 그게 나에겐 생계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일을 하고 돈을 번다. 계약직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때에 비하면 얼마나 마음이 편한지 모른다. 남편의 직장이 불안한 상황이 되어도 믿는 구석이 있으니깐. 완벽하진 않아도.
그러나 그때는 육아만 하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몰랐다. 학교에 갈 엄두도 안 났다. 거울을 보면 그냥 애 엄마였다. 마음 같아선 뭐도 하고 뭐도 하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막상 뭘 해 보라고 하면 변명거리부터 튀어나왔다. 학원 강사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왜 못했을까. 다시 시작하는 두려움이 컸던 것 같다. 누구나 그런 때가 있지 않나. 학생 신분에서 취업을 해야 하는 때가 오면, 그 낯선 세계로 진입할 때의 두려움. 취업이 잘 안 되면, 점점 더 두려워진다. 편의점 알바도 감히 용기가 안 난다. 다 나를 떨어뜨릴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나도 한참 육아만 하다가 다시 일을 하게 된 계기가 코로나로 인한 방역도우미였다. 방역도우미로 유치원에서 파트타임을 하다가, 그 어린 학생들을 보니 교단에 서고 싶은 거다. 차를 타고 학교 근처를 지나가면, 내가 선생님으로 저 교문을 통과할 날이 이제 안 오겠지 하는 서글픈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런데 방역도우미를 하면서 아이들을 만나다 보니까 어느새 용기가 생겼나보다. 그래서 기간제교사 인력풀에 등록을 하고, 초등학교에서 전일제강사로 10일 일했다. 또 의뢰가 들어와서 고등학교에서 보결강사로 일하고, 그렇게 몇 군데 하고 나서부터는 기간제교사로 원서를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학교에 오게 된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슨 용기가 났었는지, 참 신기할 따름이다. 남편은 내가 계속 떨어지니까 얼만큼 하다가 포기할 거라고 생각했단다. 그런데 내가 계속 넣더란다. 그래서 신기했다고 뒤에 말하는 걸 들었다. 맞다. 나는 계속 넣었다. 그냥 계속 넣었다. 공지가 뜨면 또 넣고, 공지가 뜨면 또 넣고, 반복했다. 새 학기가 시작할 때가 다 되었는데도, 계속 넣었다. 그리고 한 군데가 된 것이다.
누구 말처럼 포기하지 않으면 이루어진다고, 정말 그랬다. 난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루어졌다. 그 과정을 아는 나는 언젠가 될 일이 되었다고 느낀다. 그러나 당시에는 기적 같았다. 아직도 그 때 느낌이 생생하다. 좀처럼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나도, 막 소리지르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런데 알고보면, 나를 뽑아준 학교가 용감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지금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참 감사하다. 열심히 일해야 한다. 사그러든 열정을 다시 불태워서 일을 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