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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Jun 03. 2024

기초가 없는 학생들

기초학력 향상 프로그램

 교육은 환경이 만들어주는 것인가.


 문법 수업을 하게 되면 알아듣는 학생과 못 알아듣는 학생의 확연히 구별된다. 복습퀴즈를 풀면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수업 방침은 수업 시간 외 과제를 내주지 않는 것인데, 요즘은 그 때문에 학생들 실력이 늘지 않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고민이 된다. 추가 공부 시간이 필요하다. 수업 시간에 놓친 부분들을 따라잡으려면 수업 시간 외 공부 시간이 필요한데, 소수의 아이들 외에는 공부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수업 시간에 퀴즈에 하나도 손을 못 댄 아이가 수업을 마치자 나에게 와서 물었다. 선생님, 기초가 없는데 어떻게 해야 될까요? 


 기초가 없는 아이들은 좀 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하는 아이는 드물다. 거의 없다. 그런데 이 아이는 나에게 질문을 했다. 그리고 문법기초 학습지(이전에 내가 배부했던)를 다시 받을 수 있냐고 물었다. 나는 학습지를 인쇄해 주며 아이에게 물었다. 이걸 가지고 어떻게 할 거니? 


 그러자 아이가 대답했다. 공부 잘하는 아이한테 학습지를 빌려서 답을 적어야죠. 그래서 나는 다시 물었다. 그런 다음에는? 그리고 공부해야죠. 그런데 이해가 잘 안 돼요. 


 막막했다. 아이는 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공부가 잘 안 된다고 했다. 기초가 없어서 더 그렇다고 했다. 


 문득 나는 이 아이가 얼마나 할 수 있을지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학습지에 답 적는 것을 언제까지 할 건지 물었다. 그랬더니 오늘 중으로 하겠단다. 점심시간에 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중으로 학습지에 답을 적은 것을 나에게 가져와 보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어느덧 점심시간이다. 아직 아이는 오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마치려면 10분이 남았다. 과연 오늘 중으로 학습지에 답을 다 적어서 나에게 찾아올까.


 무엇이 이 아이의 현재 상태를 만들었을까. 언제부터 공부를 하지 않았을까. 언제부터 공부에 흥미를 잃었을까. 그리고 지금 이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등학교 1학년은 아직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할까. 그래서 이 아이를 붙들고 뭐라도 시켜 봐야 할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지만, 사실은 막막하다. 내가 원하고 바라서 아이를 압박하고 밀어붙이면 아이는 힘들 것이다. 힘들기만 한 것이 아니라, 도망가 버릴 것이다. 공부하고 싶어 할 만한 동기부여가 우선 되어야 하고, 목표가 있어야 하고, 그리고 책상 앞에 책을 펴고 앉을 수 있는 의지와 책을 펴고 앉아 공부할 수 있는 책상이 필요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동기와 의지를 확인하는 것, 그리고 환경이 얼마나 갖추어져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결과에 만족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 나도 아이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내가 헛되이 살고 있지 않다는 확인이 필요하다. 그래야 계속할 거 아닌가. 작은 성공의 경험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아이가 오늘 중으로 나에게 오지 않으면 어떡할까. 다시 원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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