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오는 불안감
수업도 잘 되고 업무도 잘 처리하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무난하게 하루를 지냈던 날이 있다. 그렇게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도 나를 괴롭힐 사람이 없다는 것까지 인식하면 기분이 좋다. 행복하다. 하지만 그 행복은 곧 불안으로 바뀐다. 이 행복이 얼마나 갈까 싶은 거다.
모든 세상 일은 올라가는 때가 있으면 내려가는 때가 있다고 하지 않나. 주역에 따르면 세상은 음과 양의 조화를 이루기를 원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게 된다고 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상태가 오래갈 수 없다는 거다. 내가 행복한 순간을 만끽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은 늘 있어왔다. 높은 계단 위에 서면 괜히 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 나를 향해 지금 웃고 있는 사람이 언제 등을 확 돌릴지 모른다는 두려움, 나에게 등 돌리고 있는 사람이 갑자기 홱 돌아서서 나를 향해 화를 낼 것 같은 생각.
불안하니까 행복함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좋은 일이 있어도 딱 그 순간이지, 곧 불안해지고 마는 것이다. 나 스스로 마음을 다독이고 안정시키면 그제야 평화가 찾아온다. 고통이 사라지고 나면 찾아오는 안도감이랄까.
누가 그랬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그래, 고통아 나에게 와라 할 정도로 배짱이 있어야 한다고. 나에겐 그런 배짱이 없었고, 늘 두려워하고 눈치 보고 도망 다니기 바빴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어릴 적엔 육아 스트레스로 마치 싸움닭처럼 변신을 해서 그래, 뭐든지 와라 하고 고함을 지를 정도로 성이 나 있는 때도 있었지만.
행복한 순간에 굳이 찾아올 불행을 떠올리고 행복함을 감소시킬 필요가 있을까. 그렇지만 자동으로 떠올라 버리니 어쩔 수가 없기도 하다. 그래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 순간의 행복을 다시 즐기고 내 마음속에 행복을 가득 부풀려보아야겠다. 이 행복이 얼마동안 이어질지 알 수는 없지만, 그리고 또다시 고통이 찾아오고 불행이 찾아올 수도 있지만, 아니 그게 당연하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 행복을 가득 품어보자.
행복도 불행도 느낄 수 있다는 게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니까. 생생하게 살아 있는 감각을 느껴보자. 그렇게 삶을 충만히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