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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Aug 19. 2024

나른한 주말 오후에 저녁 식사를 차리려면

깨어 있어야 한다.

 깨어 있음.


 깨어 있다는 것은 내가 자신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나의 무의식이 조종하는 대로 움직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이 나를 어떻게 이끌어가고 있는지를 깨닫는 상태가 깨어 있는 상태다. 나의 무의식은 오랜 세월 동안 나를 조종해 왔다. 그렇게 나를 길들였다. 


 어느새 우울해 있는 나 자신을 문득 깨달을 때, 나는 번쩍 깨어난다. 우울해할 일이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게 나의 가장 조화로운 상태인 것처럼 우울한 상태를 향해서 나아간다. 그리고 어느새 우울해져 있다. 그리고 번쩍 하고 의식이 이를 알아차리면, 우울을 벗어나 즐거운 감정을 떠올릴 수 있게 된다. 


 주말 동안 깨어 있으려고 노력했다. 오랜 시간 동안 자동화되어 있던 흐름을 끊고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나도 모르게 우울해져 있고, 그 우울함이 싫어서 나도 모르게 충동적인 선택을 한다. 그게 좋지 않은 습관인 것을 알면서도 무기력한 채로 끌려가는 것이다. 


 나는 더 이상 당하지 않겠다. 내가 모르는 채로 끌려다니고 싶지 않다. 깨어 있어서 나의 생각과 감정을 선택하고 나의 행동을 현명하게 이끌어 갈 것이다. 무엇이 더 좋은 것인지를 생각하고 판단하고 더 좋은 행동을 선택할 것이다. 


 학생들에게만 메타인지, 상위인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필요하다. 제삼자의 자리에서 나를 지켜보는 것처럼 그렇게 나를 관찰하고 내가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을 바라보자. 그렇게 깨어있어서 현명한 선택을 내리고 실행을 하자. 


 이 과정은 내가 주말 오후에 저녁밥을 차리기 위한 몸부림이다. 결국 나는 밥을 차렸다. 나는 깨어 있었고, 무의식에 굴복당하지 않았으며, 의식적인 선택을 했다. 아자아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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