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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Aug 13. 2024

청소 준비

비장한 각오

 나는 청소를 잘 못한다. 청소를 즐겨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깨끗한 걸 좋아한다. 이런 모순은 더러움이 내 정신적 한계치에 달할 때 비로소 해결이 된다. 도저히 못 참을 때 청소를 한다는 말이다. 


 누구나 깨끗한 걸 좋아하고 더러운 걸 싫어한다. 나에겐 더러운 것을 참을 능력이 있고, 그 능력은 남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그래서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못 참을 수준에 왔고, 나는 행동해야만 한다. 지금 내 책상이 딱 그 상태다. 


 지금 일어나서 저 종이들과 책들을 분류하고 재배치하고 쓸모없어진 것들은 재활용통이나 일반쓰레기통으로 이동되어야 한다. 마치 저 물건들은 나의 욕심과도 같다. 버리지 못하고 혹시나 싶어 남겨둔 것들. 내 몸의 안락함과 편안함을 위해서 치우기를 잠시 미뤄둔 것들이다. 미련과 욕심과 게으름의 산물들이다. 


 알고 보면 다 내가 똑똑지 못해서 생겨난 일일지도 모른다. 미련은 정확히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 데서 나오는 것이고, 욕심은 내 한계를 깨닫지 못한 데에서, 게으름은 잠시 잠깐의 편안함을 위해 먼 미래의 고통을 인식하지 못한 데에서 나온 것이다. 


 어쨌거나 내 주변은 청소와 정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생각을 실행에 옮길 때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이 글을 다 쓰면 마치 총에서 총알이 발사되듯이 내 몸을 일으켜 일을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순간은 그전까지의 달콤한 유예의 시간이다. 


 부디 나의 몸아, 나의 머리와 생각을 따라와 다오. 1시간 뒤에는 모든 것이 정리되어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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